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여름 내내 냉면이 먹고 싶을 때마다 찾았던 군포 금당로 길에 있는 <평양냉면 맛고을〉 집을 올해 냉면걸이(?) 삼아 9월 23일 늦은 점심시간에 찾아갔다. 이날도 평양 왕만두에 평양 물냉면을 시켰다. 역시나 이 집의 냉면/왕만두는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김철호 대표와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Q1 먼저 식당의 역사를 여쭙겠습니다 2008년 6월 이 자리에 문을 열었으니 15년 차가 되었군요. 원래는 인테리어&광고 일을 오래 했습니다. 한국광고사업협회 군포시지회 초대회장까지 지냈을 정도로 열심히 했지요. 그런데 한국전쟁 통에 평양에서 혈혈단신 월남하신 아버님이 더 연로해지시기 전에 평양냉면 조리법을 전수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때까지도 아버님은 나무틀 형태의 수동 제면기로 냉면국수를 뽑아 직접 만드신 육수로 냉면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고향 맛을 잊지 못해 신주단지 모시듯 했고요. 제가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서 금세 아버님의 노하우를 익혔고 아버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었습니다.
Q2 그러면 조리를 직접 하신다는 말씀인가요 그럼요, 15년간 아내랑 같이 식당 일을 해오고 있지만, 처음부터 음식 조리는 내 담당이고, 아내는 설거지나 홀서빙 일을 도와주는 방식이었어요.(웃음) 고기를 삶고 육수를 우려내고 메밀로 반죽하여 면도 뽑아내고 만두도 빚어내고 몇몇 밑반찬도 만들고... 식당 일은 무척 고달프지만 ‘평양냉면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매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쓰시던 수동 제면기 대신 지금은 유압식 제면기를 사용하지만 반죽한 메밀을 직접 뽑아내야 면발이 쫄깃쫄깃 야들야들해집니다. 그리고 평양식 물냉면은 남쪽 사람들이 멸치나 동치미를 주로 국수 육수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사골과 고기 육수로 맛을 내기 때문에 우려내는 그 맛이 훨씬 깊고 감칠맛이 납니다. 단언컨대 시중에 파는 가공된 육수나 반찬은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평양냉면 맛고을’의 비결이니까요.
Q3 매뉴가 평양냉면 외에도 제법 있군요 네, 평양물냉면/비빔냉면, 평양왕만두가 주를 이루지만 찬 음식을 싫어하는 분들이나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되는 동절기를 겨냥해 갈비탕, 육개장, 떡만두국, 된장찌개, 생삼겹살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기를 삶아야 하므로 관련되는 탕이나 찌개, 구이가 자연스레 메뉴판에 올라가 있는 거지요.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탕과 만둣국, 찌개를 드시러 오세요, 맛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웃음).
Q4 15년 식당을 하셨는데, 경영철학을 밝혀주시죠 직접 지은 식당 이름처럼 ‘평양냉면 맛고을’이 목표였습니다. 식당을 시작할 때 아버님이 간직하셨던 나무틀 모양의 수동식 제면기는 평양냉면의 전통을 상징합니다. 이후 유압식으로 바꾸긴 했으나 지금껏 직접 반죽한 면을 뽑아 사골·고기 육수로만 냉면을 내놓는 이유는 평양냉면 원조의 맛을 고수하기 위함입니다. 15년 한결같은 맛에 단골들이 제법 생기고 그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한때는 해병전우회 회장, 생활체육회 부회장, 바르게살기협의회 부회장 등 여러 단체에서 봉사활동도 하였으나 지금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 식당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제 나이 벌써 70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몸이 따라줄 때까지 평양냉면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힘쓸 작정입니다.
Q5 끝으로 한 말씀 전기 H 시장님을 비롯해 모 대학 교수님 등 저희 ‘평양냉면 맛고을’의 홍보대사를 자청해 주신 단골고객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지난 15년간 고락을 함께해준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직 미혼인 둘째 셋째 딸들 큰딸처럼 두루 건강하고 좋은 남편 만나 행복하길 빌며, 군포시민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기자 후기 이 식당을 다녀간 일부 방문객이 육수 맛의 비밀을 캐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해와 이날 나는 주방 안까지 들어가 보는 무리수를 두었다. 그 결과 유압식 제면기는 물론 육수와 고기수육, 오이지, 김치 등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드는 것을 정확히 확인했다. 단지 육수 맛이 닝닝할 정도의 원래 평양냉면 맛이 아닌 점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춘 김 대표의 배려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 이구동성으로 ‘평양냉면 맛고을’이 맞다며 엄지척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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