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명 디스크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할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치료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허리디스크로 고생한 적이 있는 필자의 체험과 소신이 일치하여 반갑고 감회가 새로웠다. 발병 당시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은 엉덩이, 허벅지를 거쳐 발바닥까지 이어졌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극심한 통증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고통스런 나날이 이어졌다.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당황하여 신경외과 정형외과, 대학병원, 한의원을 전전하면서 MRI, X-ray, 물리치료 등을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별반 차도는 없었다. 나의 증상에 대한 의사들의 견해는 시술 또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평소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병이 나타났는지 의사에게 묻곤 했으나 발병원인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정확한 것은 막대한 치료비를 지출해야 했다는 사실 뿐이다. 한 학기 휴직까지 하면서 치료에 전념했는데 실망감이 컸다. 또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서 느껴지는 우울함 등이 동시에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찾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피상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보다는 전문가들이 쓴 책들을 찾아 읽었다. 그 속에서 허리디스크에 대해 수술을 권하지 않는 내용을 제시한 책을 쓴 의사를 멀리 찾아갔다. 지참한 진료자료들을 보고 간단한 검사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병이 아니라, 증상일 뿐입니다. 환자 스스로가 의사라고 생각하세요.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고쳐서 평생 쓴다고 생각 하세요” 그리고 진료실을 나서는 나를 향해 말했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스스로 성찰해 보세요!”
당시 먼 거리 통원치료로 인해 허리통증이 극심했지만, 나는 큰 위로를 받았고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의 일상생활 속 잘못된 자세가 무엇인가를 반성하는 한편, 하루빨리 허리통증에서 벗어나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평생 통증이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었다. 사실 되돌아 생각해보니 평소 어깨와 허리가 꾸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작업하는 일상생활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거 장거리 운전을 할 때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허리통증이 심해 누워 있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이 허리디스크에 대한 사전 경고였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심했던 것이다.
이후부터는 병원을 멀리하고 스트레칭, 신전운동, 걷기 등을 매일 꾸준히 하였다. 날씨가 매일 바뀌듯, 통증은 사라졌다가 어느 날 다시 나타나 괴롭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운이 빠졌지만, ‘통증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주관적으로 인식할 때 고통이 된다’는 말을 되새기곤 했다.
수년 간 이런 과정을 거쳐 허리통증을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의술이 고도로 발달되었고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판단을 뿌리치고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해서 스스로 치료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주위의 지인들도 대다수 병원치료를 권유하였다. 회복되는 듯 하다가 통증이 다시 악화될 때마다 내가 선택한 치료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해지곤 했다. 그 때마다 다시 중심을 다잡고 나 스스로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버티곤 했다. 좋은 의사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는 전문가에 의존하는 시대이다. 전문가들이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믿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에 무조건 맡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만약 잘못되었을 때는 나 스스로 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더구나 건강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윤 추구적 경쟁사회에서 의료행위도 자유롭지 못함을 생각하면, 환자 자신의 주체적이자 지혜로운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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