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기후 위기, 대전환의 시대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5/16 [10:20]

[기자칼럼] 기후 위기, 대전환의 시대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3/05/16 [10:20]

▲ 신완섭 기자     ©군포시민신문

 

 기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18년 여름, 한반도는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다. 이와는 정반대로 2020년 여름, 54일간의 장마는 남한 전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2022년 초에는 겨울 가뭄으로 인해 강원도를 위시해 거대한 산불이 번졌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속도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꼴찌, 이산화탄소 총배출량 세계 7위 국가가 되어 있다. 

 

  경제용어 ‘사회적 할인율(social rate of discount)’은 공공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때, 미래의 비용/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적용되는 할인율을 말한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에 발생할 비용/편익의 현재 가치가 저평가되어, 추진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추진하거나 추진해야 할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할인율을 5%로 가정할 때 2100년까지 대한민국의 연간 GDP 손실액은 현재 가치로 1조 달러에 달하고, 일본은 무려 3조5천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산업혁명을 이뤄낸 영국은 폐수와 쓰레기로 뒤덮인 템즈강을 완전히 정화하는 데 장장 140년이 걸렸고, 196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의 산실이 된 우리나라 울산도 죽음의 강으로 변한 태화강을 살리는 데 40년 이상이 걸렸다. 자국에 국한된 환경 문제가 이 정도인데, 전 지구적 환경 문제는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특정 시·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오염원을 환경경제학에서는 ‘균등혼합오염물질(UMP, Uniformly Mixed Pollutant)’이라 부른다. 문제는 UMP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제 주체들이 저비용/고편익 만을 취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러-우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가격을 지난 2년간 5배나 올린 가운데, 유럽연합은 역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는 2020년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채굴 종료를 선언했고, 독일은 2021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14.8%를 득표, 탄소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호주도 2022년 총선의 핫이슈가 기후 대응이었고,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 감축법)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등 그린산업 발전에 온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각처에서 거대한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세계적 추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생에너지에 관해 몇 가지 오해를 품고 있다. ①국토가 좁아서 재생에너지가 맞지 않는다는 오해, ②한국 날씨는 재생에너지에 맞지 않는다는 오해, ③재생에너지는 너무 비싸다는 오해, 세 가지다. 그러나 실상을 밝혀보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거다. 해외 보고서에 의하면 발전단가가 태양광 53원, 육상풍력 55원, 원전 88원, 석탄 95원의 순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풍력 사업을 허가받고 착공하기까지 대략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유럽처럼 절차를 간소화한다면 6개월 만에 공사에 돌입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딱 두 가지다. 그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여 피해를 경감시키는 것과 이미 더워진 지구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것, 즉 ‘완화’ 또는 ‘적응’뿐인데, 둘 다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늦어도 10년 내 탈탄소 무역 질서가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글로벌 기업, 국제 금융시장, 국가 정책의 세 가지 관점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 ESG(Envir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첫째, 글로벌 기업의 녹색 전환 경영전략은 ‘RE100’이다. 이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둘째, 세계 자본시장이 환경보전과 사회적 책임, 비재무적 성과에 주목한다. 이는 ‘ESG 캠페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셋째, 국제 무역에서 국가 간 탄소 비용 차이를 조정하겠다는 정책 흐름이 구체화 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말 ‘그린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선언적인 수사에 불과할 뿐, 본격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란 경제용어가 있다. 공공투자가 시장환경 변화로 인해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가 되어 버리는 자산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정유·석유화학·조선·자동차 산업과 탄소배출 산업인 철강·시멘트·플라스틱 산업이 이 범주에 속한다. 《노동의 종말》, 《한계비용 제로사회》 저자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은 좌초자산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라고 말한다. 뼈아픈 비판이다. 발전원별 비중을 살펴보면 OECD 국가 중 화석(석탄·원전·가스) 비중이 90%에 달하는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높은 편이나 석탄발전은 전혀 없고, 독일은 원전을 2022년 말, 석탄발전을 2030년 말까지 퇴출시키는 계획을 추진해 30여 년 만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50%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전 세계 원전의 발전량 비중은 1996년 17,5%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 10.2%까지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현재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3기를 더 만들어 총 28기의 원전을 가동하려 한다. 37기를 보유한 러시아와 54기를 보유한 중국의 국토 면적이 각각 우리의 170배, 96배임을 감안하면 많아도 너무 많다. 독일·이탈리아·스페인·대만 등이 이미 원전을 모두 폐쇄했는데 말이다. 석탄발전은 또 어떤가. 지금도 기당 1GW에 달하는 초대형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 3기는 2020년에 이미 완공했고 나머지 4기는 강원도에 건설 중이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짓을 왜 하고 있는지 탄식이 절로 난다. 

 

  앞으로 녹색 대전환을 쫓아가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ILO(국제노동기구)와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태양광·바이오·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는 1,200만 개에 달한다. 전 세계 신규전력 설비용량의 86%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이때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창출될 총 일자리는 최소 503,000개, 또 203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한다면 신규창출 일자리는 지금보다 2.8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발전사업은 설비 규모가 워낙 커서 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지만,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방식이라서 중소/스타트업 기업이 도전해 볼 만하다. 

 

  기후 위기는 어느 한 사람의 생각과 헌신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과 지구를 살려내자는 거대한 발걸음은 우리 모두의 몫이고 의무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기후위기 대전환(Great Shift on the Climate Crisis)’에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미 늦었지만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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