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마을 만들기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9/25 [08:33]

주민자치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마을 만들기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3/09/25 [08:33]

  군포시 민주시민교육센터가 주관하고 있는 2023년 대중강연 ‘오늘을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자세’ 제2강이 열렸다. 9월 21일 오후 6시 반부터 군포시청 별관 2층 회의장에서 열린 본 강좌의 강사는 유창복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및 로컬연구소 Local Lab 소장이었으며, 강의 키워드는 ‘민주주의, 마을공동체, 주민자치’였다.

 


  그가 첫 마디로 내민 일성은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시민참여의 의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에 의해 피선된 자들은 국민의 종이기에, 종이 잘못을 범할 때 비판하고 간섭하고 청원하고 협치하는 게 도리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참여 방식은 다양하다. 개인으로 참여하는 민원(民願), 이웃과 함께 하는 공공(公共)성, 조직된 주민대표기관, 즉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한 자치(自治)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밟을 수 있지만, 행정의 벽을 고려한다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참여하는 공공성을 내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공공성 주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동안에는 주로 국가권력이 주도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목표로 한 권위주의와 획일성, 기득권 위주의 양극화로 대변되는 공공성은 일제 총독부 출신들과 군인들이 이끌었다. 이들은 소위 ‘배운 사람들’로써 몽매한 민중 위에 군림했다. 이후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실질적 민주주의 과제 달성을 목표로 시민사회가 나섰지만 엄밀히 말해 ‘시민은 없는 시민전문가’들이 공공성을 주도한 시대였다. 특정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금융실명제, 소액주주운동, 호주제 폐지, 국가인권위 설치, 보행권 조례 등 많은 성과를 내었고, 2000년 낙선운동을 정점으로 시민의 본때를 보여주었으나 이후 내분과 분열을 일으키며 광장에서 동네 골목으로 하방하는 자성의 기류가 나타났다.

 

  2002년 월드컵의 붉은악마, 노사모 결성, 2004년 노무현 탄핵반대운동,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쳐 2017년에는 박근혜 촛불탄핵이라는 초유의 시민운동을 주도했으나, 이미 기존의 시민단체 운동가보다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별 시민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온라인 네트워크의 확산 효과였다. 동시에 시민단체를 대신하는 정부의 지원책이 확대되면서 시민운동의 무게 중심은 갈수록 생활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역 기반의 시민단체가 결성되고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 과제를 해결하려는 작은 실천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서울 마포의 ‘성미산 마을 만들기 운동’을 들 수 있겠다.

 

  그렇다면 마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바닷물의 평균 염도는 4%다. 고작 4% 염도로 짠내를 풍기는 것이다. 서울 시내 25개 구별 그룹을 조사해 본 결과, 각 구마다 평균 5~7개 관심그룹이 존재했는데 이를 주도하는 오지라퍼(오지랖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4,50대 기혼 왕언니들이었다. 평균 2~4개 그룹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행사, 마을공동체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닷물 염분같은 존재들이다. 저들의 노력으로 서울 시내 주민모임은 2012년 1,189개에서 2015년 3,602개, 2020년대에 와서는 1만 개 이상으로 불어나 있다. 비록 서초구 강남구의 수준이 구별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부자 동네에서도 주민모임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서 주목할 변화는 ‘느슨한 연결망(weak tie)’의 마법이다. 비록 규모가 작고 활동도 느슨할지라도 개인적 필요가 이웃과 동네의 필요(공공성)로 확대되고, 서로 다른 차이에 대한 인정과 동행 의식(민주성)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창의와 다중지성(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참다운 시민의 탄생을 낳고 있다. 이로써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혼자는 외롭고 단체는 괴롭다”란 말을 들먹이며, 강사는 외롭기보다는 괴롭더라도 관계망의 일원이 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끝으로 이런 마을공동체가 확장되고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동네와 골목, 이웃들과의 관계망은 친밀권과 공공권이 담보되어야 한다. 서로 친밀하지 않은데 공공성을 갖기는 어렵다. 마음도 뜻도 맞지 않는 이웃과 협력해야 문제해결력이 생겨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싫으나 좋으나 공동의 노력으로 개개의 이익을 실현하고 지지고 볶더라도 끼리끼리 문화를 배척해야 한다. 본인의 경험상 이득(돈)이 구체화 될수록 모임이 활성화되고, 밉다고 여긴 진상은 없앤대고 없어지지 않는 ‘진상총량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므로 진상 보기를 부처같이 하라는 것이다. 같은 시민일지라도 선주민과 이주민이 확연히 다름도 실례를 들어 소개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았다 치자, 이주민은 권리의식이 높아 불평을 하고서는 즉각 시청 청소과에 전화해 치우라고 요청하지만, 선주민은 주인의식이 높아 쌍욕을 하면서도 자신이 주워서 갖다버린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비로소 친밀권이 생기는 본질을 언급한 것이다. 

 

  1995년 1월 17일 새벽에 발생한 단 10초간의 일본 고배 대지진은 6,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44,000여 명의 부상자, 10조엔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날벼락 같은 대형 재난에 온 나라가 재난 복구에 참여했다. 코로나19 감염재난 이후 재난의 불평등성이 가중되고 있다. 마음에 맞지 않더라도 갈수록 이웃과 고통/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다. 나태주 시인의 짧은 시로 강의 핵심을 정리해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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