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칼럼] 어떻게 죽고 싶은가?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다"
죽음을 앞둔 짐승이 무리를 떠나 홀로 평온하게 죽는다는 이야기, 참 가슴 뭉클하죠? 들짐승인 고양이나 코끼리 녀석들, 죽어서도 무리에 언걸(피해) 끼치지 않으려는 이 훌륭한 마음! 아마 썩는 냄새로 포식자라도 몰려올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이런 마음을 배워야 할 텐데 말이죠. 아무튼, 짐승도 평온하게 죽는데 사람인들 못할쏘냐. 꼭 어디 가서 혼자 죽어야 할 까닭은 없지만, 두려움 없이 평온하게 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죽기를 바라나요? 나숨집(병원) 눕개(침대)에 누워 의식도 없이 온갖 연장 소리, 번쩍거리는 모니터 속에서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노인의학 의사 말로는 집에서 죽는 죽음은 대부분 평온하대요. 그런데 구급차 부르고 병원에서 연명 치료하다가 나중에 눈물 콧물 다 빼며 뉘우치는 가족들이 많다네요. 연명 치료가 의미 없다는 걸 알아도, 의사들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도 자연사가 뭔지 모릅니다.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 아버지도 몇 해 전 마지막 눈깜짝새(순간)에 콧줄로 목숨을 늘리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고 뉘우치는 마음입니다.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평온한 죽음을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련 따위는 개나 줘버려! 죽음이 다가오면 삶에 대한 미련을 가볍게 버려야 합니다. 며칠 더, 몇 달 더 산다고 무슨 뜻이 있겠어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다 못 끝내고 가는 거 아닌가요? 설거지도 남아있고, 빨래도 쌓여있고, 뭔가 봐야 할 것도 한참 남았지만 말이죠. 나이가 들면서 암에 많이 걸리는데, 노인에게 암은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어요. 갑자기 '뿅' 하고 죽는 게 아니라, "앞으로 여섯 달 남았습니다" 하고 시한부 선고를 내려주니, 그 시간 동안 버킷리스트를 뉘우침 없이 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암에 걸려도 수술, 항암제, 방사선…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고 암이 빠르게 크지 않을 겁니다. 그냥 암이랑 오손도손 살다가, 남은 목숨 줄이 6달이라도 "어, 괜찮네?" 하면서 편안하게 가면 됩니다.
둘째, 되도록 입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마지막 BGM이 되는 건 좀 슬프잖아요. 현행법에서 연명의료 중단은 죽음이 아주 가까운 '임종기'에만 할 수 있습니다. 몇 달 안에 죽을 것으로 짐작되는 '말기 환자'는 미리 연명의료 거부 뜻을 밝혔더라도 연명의료를 그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택 의료, 임종 돌봄 제도가 갖춰져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삶의 의료화가 너무 심합니다. 삶 마지막 몇 달에 가장 많이 돈을 쓴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제에 이바지하는 건가요? 의사는 결코 가만히 지켜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의사의 사명은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참 무서운 말이죠. 가족도 뭔가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뉘우치지 않기 위해 또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생각이면 여느 때 잘 할 것이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보기를 들어 밥맛이 없다면 억지로 밥을 먹이지 마세요. "어머님, 이거 한 숟갈만 더 드세요! 힘내셔야죠!" 이러면서 억지로 먹이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게 죽음의 시작이라면 "잘 가세요!" "잘 있어."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고,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면 며칠 굶다가 "아, 배고파 죽겠네!" 하면서 입맛이 살아날 수도 있죠.
삶의 끝자락에서 평온한 죽음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은 바로 호스피스입니다. 예전엔 암 환자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암 환자가 아닌 말기 환자들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어요. 병원 호스피스는 주로 암 환자가 이용하고, 암이 아니면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상 질환도 암, 후천성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등 여러 가지입니다. "내 병도 되나?" 싶으면 해당 의료기관이나 중앙 호스피스센터에 물어보세요. 죽음 앞에서도 꼼꼼함은 필수!
여느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 "아~ 어쩌지!" 하고 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유서도 써보고, 엔딩 노트(사전의료의향서, 사후절차의향서)도 한 번 끼적여 보세요. 사전 장례식도 해보고, 관에 들어가 보는 체험도 해보면 좋습니다. 지나온 삶에서 '마디'가 되었던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글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함께 해보면 더 좋겠지만… 누가 하려나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혹시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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