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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일)부터 10월 18일(토)까지 6박 7일간 다녀온 세 노인의 중국 여행기를 소개한다. 60대 중반을 갓 넘긴 나와 달리 동네 형들 두 분은 우리 나이로 올해 73세, 71세로 나를 포함하니 세 사람의 평균나이가 70.3세가 나온다. 별수 없이 나도 노인 대열에 끼인 채 여행에 합류했다. 7일차 마무리를 글로 남겨본다.
2025/10/18(일) 흐림 (7일간의 시안 여행 소감)
속 깊은 이야기 오늘 일정은 전혀 없다. 돌아가는 일만 남아서 가장 여유 있는 숙소 조식을 즐겼다. 귀국 비행기가 당초 12시 10분에서 1시간 연발, 오후 1시 10분으로 변경되었음에도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과 출국 수속 등을 감안하여 9시 전에 체크아웃하고 종루전철역으로 향했다. 10시 반경에 셴양공항에 도착, 수속을 밟고 일찌감치 보딩 게이트 앞에서 대기했다.
수속하던 중 두 아이를 대동한 젊은 엄마 진소와 마주했다. 알고 보니 한국 남자와 결혼한 중국 새댁으로 한 달가량 섬서성 최남단의 안강(安康) 본가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그런데 5살 남자아이와 2살 여자아이에다 카트까지 밀고 있기에, 손주 관리에 능하다는 큰형님이 나서서 큰아이를 인천공항까지 챙기는 통에 우리도 짐을 반분하여 이들의 무사 이동을 도왔다. 아이 엄마는 몸 둘 바를 몰라 했으나 우리들의 선행이 없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한국인의 정을 몸소 보여준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중국 34개 성급(4개 직할시+5개 자치구+2개 특별행정구 포함) 행정구역 중, 성도가 시안(西安)인 섬서성(陝西省)의 인접 동북지역에는 성도가 타이위안(太原)인 산서성(山西省)이 위치한다. 문제는 둘 다 중국어 발음상 “산시성”으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인들은 이 두 성(省)을 어떻게 식별할까. 바로 성조로 구분해낸다. 섬서는 ‘솨안시(shaanxi)’로 말하듯 첫 글자를 2성으로 길게 발음하고, 산서는 ‘쏸시(shanxi)’로 말하듯 첫 글자를 짧고 강하게 발음하여 어려움 없이 식별해낸다. 성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중국어에 능한 큰형님조차도 글은 알아먹는데, 말로는 현지인들로부터 “听不懂(tīng bu dǒng, 못알아듣겠어)”라며 몇 차례 손사래 당하기도 했다.
한중일 세 나라는 한자 문화권이지만 그 쓰임새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차이 없이 사용하는 ‘본래(本來)’와 ‘원래(原來)’는 전자는 과거와 현재가 똑같을 때, 후자는 과거와 현재가 다를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중국어는 표의문자라 문법상 따로 경어체가 없으나 선택하는 단어로 존경과 하대를 구분 짓는다. 시제도 마찬가지다. 따라붙는 말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결정난다. 우리말 소개(紹介), 평화(平和)는 중국말 介紹, 和平으로 표기되는 것처럼 뜻은 동일하나 순서가 뒤바뀌는 낱말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다고 쫄 필요는 없다. 다소 귀찮은 일이긴 하나 자동번역 앱을 이용하면 언어소통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인색한 Soft Infra다. 대국 중국의 경제 굴기는 괄목할 만한 Hardware를 보여준다. 높은 건물, 넓은 도로, 휘황찬란한 조명 등이 외국인 관광객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디테일의 취약성을 보인다. 번호를 달아 몇 가지 열거해 보면 ➀공중화장실 부족_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에서조차 찾기가 어렵다. ➁출·입구 분리 경향_땅덩이가 커서인지 입구와 출구의 위치와 방향이 분리되어 외국인으로선 드나듦이 불편하다. ➂서비스인프라 부족_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봐도 여행지도 한 장 챙겨갈 공공안내센터가 없고, 동일 건물에 전철 역사와 고속철 역사가 있으면서도 환승 안내판 하나 없다. ➃중국어 일색 표기_식당메뉴, 전철역명, 거리안내판 등 심지어 관광지 입장권 표기마저 만국공용어 영어 병기가 무척 드물다.
물론 개선된 점들도 적지 않다. 새벽마다 청소부들이 길거리 청소를 하여 도심 어딜 가나 깨끗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중화사상을 국뽕쯤으로 여기는 중국의 태도는 ‘글로벌 차이나’ ‘G2 강국’으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중국여행을 위한 꿀팁 몇 가지 1. 중국 Pay 챙기기_중국은 카드문화를 건너뛰어 휴대폰 결제 문화로 직행한 나라인 만큼 모든 대금결제, 즉 구입대금, 식대, 교통요금, 숙박요금, 관광지 입장요금 등을 전방위적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현금 받기를 귀찮아 할 수도 있으니 알리페이, 위쳇페이 같은 중국 내에서 통용 가능한 페이 앱을 복수로 깔아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페이마다 2~3%가량 수수료가 붙으므로 환전해 가는 위안화를 적절히 혼용하는 것도 경비 절감 차원에선 이득이 될 수도 있으니 적절히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수 있다.
2. 사전예약은 필수_서안은 중국 내에서 역사유물이 가장 많이 보존된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이다. 가는 곳마다 유료입장이 대부분이지만 섬서역사박물관 등 무료입장은 물론 대부분의 명소마다 관광객이 구름떼처럼 몰리므로 확실한 관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을 반드시 해 둬야 한다. 이는 중국의 휴대폰 문화가 발달하면서 생긴 현상이긴 하지만, 우리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조차도 사전예약을 하지 않고는 현장에서 표를 못 구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3. 철저한 사전조사_두 형의 과거 2,3차례 시안 방문 경험을 존중하여 나는 무작정 따라나선 입장이었으나 의외로 현장 지세 파악이 미숙했다. 다녀온 4년 전, 10년 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어서다. 시안 시내에는 전철 14개 노선이 움직이고 있었고, 일부 문화재들도 계속해서 개축과 리모델링을 거듭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현지 상황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준비로 여행경비의 최소 1/5은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4. 우산 챙겨가기_중국은 국토가 방대한 대국이다. 그만큼 일기 상태도 종잡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날씨와 견주어 쉽게 판단하는 것은 낭패를 초래한다. 우리 일행도 도착한 날부터 여행 내내 흐리거나 비 오는 날씨와 마주해야 했다. 접이식 우산이나 우의를 챙기는 건 필수였으나 나만 우산을 챙겨가 두 형은 현지에서 우산을 구입해야 하는 비용 낭비를 자초했다.
5. 무릎보호띠 & 샌들 챙겨가기_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무릎보호띠(밴드형)를 여행가기 직전 구입하여 이번 여행에 가져갔다. 하루 평균 5만 보 정도를 걸었기에 매일 나설 때마다 무릎보호띠를 착용하고 길을 나섰다.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귀국 전날 시안성벽 14km를 완주할 땐 무려 17만 보나 쉬지 않고 걸었어도 다리가 멀쩡했다. 한편 가져간 샌들은 숙소 안팎에서는 무한대의 편안함을 선사했다.
6. 귀마개 가져가기_공자는 「논어」에서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걸으면 그중에 꼭 본받을 스승이 있다)”라 하였다. 그런데 나는 “삼인수 필유분자(三人睡 必有噴者, 세 사람이 잠자면 그중에 꼭 코 고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성인, 그것도 노인 셋이 자게 되면 코 고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내또래 이상이 동숙한다면 반드시 귀마개를 챙겨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행은 배움의 한 방편이다. 현장을 보고 배우는 것 이상으로, 함께 머물며 몸소 체험으로 느끼는 것 역시 크게 도움이 된다. 시시콜콜 잔소리 같은 조언이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는 꿀팁들이니 간과하지 마시기 바란다.
여담 한 가지 당나라 시대 서안의 여주인은 양귀비나 측천무후라 여기지만, 나로선 설도(薛濤, 768~832)를 떠올린다. 그녀는 서안 출신의 여류시인이다. 관리로 있다가 귀양 가는 아버지를 따라 청두(成都)로 이사한다.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출중한 외동딸이었으나 14세 때 부친이 병사하자, 16세 때 가난을 벗어나려고 악기(樂妓)가 된다. 당시 감찰어사로 성도에 와 있던 31살 연하의 원진(元稹,799~831)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되고 원진은 권문세가의 여자와 결혼해 설도는 깊은 시름에 젖어 눈물로 「춘망사(春望詞)」라는 시를 짓는다. 훗날 시의 일부를 안서 김억이 번안하고 김성태가 작곡하여 우리 가곡 ‘동심초(同心草)’로 재탄생 되었다. 춘망사 4수 중 제3수 전문을 소개한다.
風花日將老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佳期猶渺渺 / 만날 날은 오히려 아득하네 不結同心人 / 한마음의 사랑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 한갓되이 플잎만 맺으려는고
설도는 선천적으로 시가를 잘 지었고, 당시 유명 사대부들과 교류하였다. 위고·원진·백거이·두목 등의 기라성 같은 문인들과 창화(唱和)를 나눈 것이다. 평생 미혼으로 살았던 그녀는 도사(道士)로 활동하며 61세로 죽기까지 500여 편의 시를 짓고 도교를 설파하였다. 성도에 가면 ‘설도주’라는 술이 있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성도에 가게 된다면 그녀를 떠올리며 한잔하고 싶다.
넉넉하리라고 여겼던 한 도시에서의 7일간 여정을 모두 끝내고 보니,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미련과 아쉬움은 모든 행위의 부산물인가. 감동은 공부로 이어지고, 미련은 재방문의 기회를 엿보게 만들 것이다. 아무튼 중국의 고도(古都) 시안 방문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분들에게 강추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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