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검정쌀제84호 지리적표시 농산물 - 진도 검정쌀진도에는 ‘방죽골 장사샘’ 전설이 전해온다. 이곳에 살았던 이씨 집안은 대대로 힘센 장사를 배출했는데 마을 어귀의 샘 때문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 뒤 사천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장사샘의 영험한 생명수가 이 일대의 검정쌀에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믿는다.
진도 농산물을 대표하는 검정쌀 전문 도정업소인 이곳 진도정미소 주인이 전해준 말이다. 이 정미소에서는 흑향미, 흑진주, 찰진주, 홍진주, 녹진주 등 다양한 검정쌀 도정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수백 종에 이르는 검정쌀(黑米)은 중국 품종이 전 세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남부 지방에서 야생하던 것을 2천여 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고대 농서인 [제민요술(濟民妖術)]에 북위 시대인 서기 300년경에 재배한 기록이 남아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는 중국에서 유입된 흑미가 농촌진흥청에 수집되어 특종 쌀로 보관되던 중 10여 종의 품종개발을 통해 1980년대 이후부터 서서히 농가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곳 진도군이 검정쌀의 주산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8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곳 소포마을에서 검정쌀을 재배하기 시작하였거니와 특유의 해양성 기후와 유기질이 풍부한 간척지, 충분한 일조량 등 지리적 여건이 잘 부합되었기 때문. 전라남도 진도군이 최근 검정쌀을 지리적 표시 농산물로 등록했다. 2012년 현재 1,300여 농가가 전체 농지의 1/4을 차지하는 2천 헥타르의 논에서 연간 9천 톤 정도의 검정쌀을 재배하여 국내 검정쌀 유통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검정쌀은 검정약쌀로 불릴 만큼 특별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정쌀은 일반 쌀에 비해 각종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찰흑미 100g에는 단백질 9.88%, 아미노산 0.54%, 비타민 B1 2.76mg, 비타민 B2 0.47mg, 철분 59.7mg, 칼슘 162mg, 아연 18.3mg, 망간 39.3mg, 셀레늄 0.13mg이 들어있다. 특히 진도 검정쌀에는 보라색과 독특한 향미를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으며, 비타민 B와 E는 일반미보다 무려 4배가 많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에서 병원균 감염이나 상해, 자외선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가지고 동물 체내에서는 항산화, 항염, 심혈관계 질병 예방 치료 같은 뛰어난 효능을 갖기 때문에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이들 성분 외에도 감마오리자놀, 옥타코사놀, 토코페롤 등의 미량 함유 성분들이 성인병의 주된 원인인 뇌질환 및 심장질환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중국 최고의 의서인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흑미는 ‘介胃益中, 滋陰補腎, 建碑緩肝, 明目活血’ 하다고 밝혀 어지럼증, 빈혈, 고혈압, 백발예방, 눈병, 심혈관, 다뇨증,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1992년 11월 자 논문에서는 직장암 40명에 대한 흑미의 효과를 관찰한 결과, 흑미를 장기 섭취할 경우 병세가 호전됨을 입증한 바 있다. 국내 전남대 농학과 연구팀도 검정쌀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을 암컷 쥐의 배양 암세포에 주입한 결과 최대 80%의 암세포가 사멸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흑미 속에 많이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셀레늄(Se) 등이 항암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검정쌀의 주요 효능을 살펴보면 1. 미용과 성장촉진. 흑미를 매일 먹으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강화되고 종합적인 조절기능이 개선되어 노화 방지, 질병 예방, 여성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임산부에 빈발하는 빈혈에 특효이고 어린이들의 골격 형성에 도움을 준다. 성장기 유아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이유식으로도 적극 권장한다. 2. 콜레스테롤 억제. 한국식품개발연구원 하태열 박사팀은 곡류가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검정쌀이 체내 콜레스테롤 상승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정쌀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콜레스테롤 저하물질로 밝혀졌다. 3. 탈모 방지. 일본의 화장품업체인 메나도사는 생약으로 사용되어 온 흑미 엑기스가 육모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즉 흑미 엑기스가 모발 성장인자의 하나인 HGF(Hepatocyte Growth Factor)의 분비를 촉진하고 모발의 하단부를 싸고 있는 모포(毛包)를 성장시켜 모발이 굵고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검정쌀은 겉은 검으나 속은 희면서 찰기가 있다. 일반미에 5% 정도를 섞어 밥을 지으면 구수하고 찰진 밥이 된다. 2011년 농업진흥청이 실시한 지역농업 특성화 사업 평가에서 진도군이 당당히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진도군은 지역특산품인 검정쌀에서도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에 열을 올려 지금까지 흑미한과, 흑미강정, 흑미막걸리, 흑미과자, 흑미식초 등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검정쌀의 역사가 일천 하다 보니 앞으로도 메뉴개발이 기대되는 마당에, 어떤 젊은 주부 한 분이 검정쌀로 팝콘 만들기를 제안해 왔다. 기름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검정쌀을 넣어 볶기만 하면 톡톡 흰 속살을 드러내는 맛있는 팝콘이 된다는 것이다. 100% 무공해 간식에다 영양 만점이라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꼭 한 번 따라 해 보기 바란다.
매년 8월이면 이곳 소포마을에서는 검정쌀 축제가 열린다. 남도 민요와 판소리 등 전통가락과 어우러지는 축제마당에 오면 검정쌀로 빚은 진도 홍주와 찰떡을 맛볼 수 있다. 건강하고 예뻐지고자 하는 선남선녀들이여, 올여름 휴가는 이곳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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