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복숭아

제63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원주치악산 복숭아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0/12/23 [23:15]

[우리 음식 이야기] 복숭아

제63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원주치악산 복숭아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0/12/23 [23:15]

  한 해 실농(失農)하고서야 솎는 일이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

  나무는 제 살점 떼어 내는 일이니 아파하겠지만

  굵게 잘 자라라고

  부모님 같은 손길로 열매를 솎는 오월 아침

  세상살이 내 마음 솎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알았네.

 

  경남 창녕 우포늪 일대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생명시인 배한봉의 <복숭아를 솎으며>라는 시 일부이다. 요즈음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연에의 회귀라는 낭만적인 감상보다는 농사짓기가 생업이 되는 현실에선 농촌생활이 호사가 될 순 없다. 실농을 하고서야 복숭아 솎기가 삶의 한 과정이라고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리라.

 

  복숭아는 장미과 벚나무과에 속하는 복사나무의 열매이다. 원산지는 중국인데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사과, 귤, 감, 포도 다음으로 많이 기르는 5대 과실나무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시집인 <두시언해(1481년)>에 복셩화를 비롯, <언해두창집요>에 복숑와, <벽온방(僻瘟方)>에 복숭아로 표현되어 있어 봉선화>봉숭아>복숭아로 변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복’은 붉다는 뜻이거나 복(福)을 나타내는 말이며 ‘숭아’는 仙花(신선의 꽃)를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 속 곤륜산에 살고있는 신선 서왕모가 기르는 천도복숭아는 3천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전한시대 인물인 동방삭은 이 신령스런 과실 3개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니 최장수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복숭아 무늬는 다남(多男), 다복(多福), 다수(多壽)를 이르는 삼다(三多) 무늬 중 하나이다. 삼다를 지칭하는 식물무늬는 복숭아, 석류, 황금감 3가지 열매에서 따온 것인데 인생의 최대 행복을 상징한다. 또한 복숭아는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다. 우리 선조들은 불로장생의 의미를 지닌 복숭아가 귀신을 내쫓는 축귀(逐鬼) 영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된 복숭아의 주요 산지는 영덕, 청도, 경산, 김해, 음성 등지인데, 2010년 3월 강원도 원주 치악산 복숭아가 국내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했다. 1900년대에 본격 재배를 시작하여 현재 국내 생산량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발 500m 치악산 기슭의 준고랭지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되는 치악산복숭아는 지난 1996년 전국 복숭아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고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물 빠짐이 좋으며 성숙기 때인 6-8월에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아 국내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복숭아의 품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껍질과 과육 모두 새하얀 백도는 과육이 물렁물렁하고 껍질이 쉽게 잘 까진다. 단맛이 강해 1개(약 270g)당 91kcal의 열량을 지니고 8월초부터 중순경까지 주로 출하된다. 둘째, 백도보다 겉이 붉고 과육이 노란 황도복숭아는 200g 개당 칼로리가 52kcal로 백도보다 낮지만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베타카로틴이 10배 이상 높으며 통상 9월부터 출하된다. 셋째, 털이 없는 천도복숭아는 크기가 작고 당도(172g 개당 45kcal)가 낮으며 신맛이 많은 특성이 있다. 보통 7월 하순부터 9월 사이 출하된다.

 

  다량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함유한 복숭아의 기능성 성분으로는 폴리페놀류(항산화작용, 악취제거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혈압강하작용, 발암방지작용, 항균작용), 아마그달린(기침해소, 신경안정작용), 캡페롤(이뇨작용), 베타카로틴(발암방지, 신장병예방), 솔비톨(변비예방, 장내 유해균억제, 비타민&미네랄 흡수촉진작용), 비타민C(항종양, 해독, 발암억제, 항피로, 항히스타민, 면역증강, 창상치유 외) 등이 있다. 이러한 유효 성분들의 작용에 의해 복숭아의 일반적 효능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1. 피부 미용. 여름 과일의 대표주자인 자두보다 10배나 많은 필수아미노산이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피부결속력을 강화시킨다.

  2. 변비 해소. 각종 비타민과 펙틴 등이 약해진 위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이뇨를 도와 변비에 효과적이다.

  3. 니코틴 제거. 2006년 연세치대 연구팀에 의하면 흡연자에게 복숭아를 먹인 결과 니코틴분해가 활발해져 니코틴 대사물이 늘어났다고 판명되었다. 

  4. 노화 및 암 예방. 사과보다 좀 더 많은 비타민C와 황도에 특히 많은 베타카로틴 등은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다.

 

  복숭아는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며 병문안 갈 때 많이 사 가는 과일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유기산이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복숭아는 잔털이 있어 일반적으로 깎아 먹는다. 잔털은 열매 스스로가 방수기능을 나타내어 물에 불지 않고 부패를 막으려는 자구책의 산물이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성분이 껍질에 많이 몰려있어서 장운동을 활발히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춘다. 그러니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 게 좋다. 하지만 복숭아 알레르기가 염려된다면 깎아 먹어야 한다. 복숭아 알레르기는 과피의 털에 있는 단백질에 의해 주로 유발되고 드물게 과육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갈수록 발현율이 현저히 떨어져 알레르기 유발 5대 식품에서 빠졌고 가공할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개인의 특이체질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복숭아는 쉽게 물러지므로 보관이 쉽지 않아 통조림으로 많이 이용된다. 문제는 온도를 높여 살균처리를 하고 당 시럽을 충진 하다 보니 비타민 등의 파괴가 많고 칼로리가 두 배 정도 높아진다. 또한 복숭아의 과피 부분은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한 알칼리 박피법을 이용하므로 유해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엔 뜨거운 물로 껍질을 벗기는 열수 박피법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저장성이 좋지 않은 복숭아는 섭씨 5도 이하에서 3일 이상 저장하면 저온장해가 나타난다. 저온장해란 저온상태에서 과즙이 적어지고 조직감이 나빠지는 것을 뜻하는데 특히 백도가 심하다. 복숭아는 섭씨 10도 내외의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다가 먹기 몇 시간 전에 냉장고에 잠시 넣었다가 꺼내 먹는 게 최상이다. 

 

  끝으로 잘못 쓰이고 있는 ‘복숭아뼈’라는 어휘를 바로 잡고자 한다. 표준어인 ‘복사뼈(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 의 잘못된 표현인데, 전자 국어사전에도 올라와 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전라도 사투리 ‘복송씨’ 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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