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지난 9월21일부터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라는 부제로 내년 2월26일까지 열린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끌었던 화가, 고갱ㆍ피사로ㆍ모네ㆍ르누아르ㆍ 달리ㆍ미로ㆍ샤갈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이 전시되고 있다. 우선 관람방향을 따라 회화 작품 7점을 감상했다.
고갱의 초기작 <센 강변의 크레인>과 그의 스승인 피사로의 <퐁투아즈의 곡물시장>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퐁투아즈의 곡물시장> 은 점묘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피사로는 고갱의 초기 작품을 보고 화가로의 전업을 적극 응원해 준 인상주의 거장이다.
옆으로 걸음을 옮겨,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르누아르의 자유분망한 터치가 인상적인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를 감상했다. <수련이 있는 연못>은 모네가 자신의 저택 정원의 <수련>를 그린 연작 중 하나다. 모네는 자연에서 변화하는 빛의 색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했으며, 수련 연작 중에는 붉은 색을 포착해 그린 연못과 수련은 모두 붉은 색인 작품도 있다. 여기 전시된 모네와 르누아르의 작품은 모두 말년에 그린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와 미로 차례다. 달리는 <켄타우로스 가족>에서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를 실재처럼 사실적으로 그렸고, 미로는 <회화>에서 여성ㆍ새ㆍ별 등 사물을 형상화해서 기호처럼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그렸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달리가 고전적이라면, 미로는 조금더 현대적이랄까?
몽환적인 샤갈의 <결혼 꽃다발>은 샤갈 말년의 작품으로 새로운 사랑ㆍ희망ㆍ행복을 담은 그의 대표작이다. 늘 꿈과 환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던 샤갈은, 다른 작품에서도 한 공간에 사물들을 자유롭게 그려 넣어 꿈 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카소의 도자작품은 주제별로 가운데에 펼쳐져 있다.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은 그가 작고할 때까지 함께한 연인 자클린 로크가 모델이다. <이젤 앞의 자클린>에서는 도자 속의 자클린이 우아하게 묘사됐다고들 하는데, 추상적인 표현은 감상하는 사람이 바로 읽어내기는 어렵다. 여성을 화병과 주전자에 그려넣기도 하고, 여성의 모습을 독특하게 형상화해서 화병과 주전자를 만들기도 했다.
피카소는 조국 스페인의 투우 장면과 여러 형상의 역동적인 소들을 그린 도자들도 제작했다. 도자에 새겨진 소들이 피카소의 열정에 힘입어 당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켄타우로스'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도자에 그려넣었다. 피카소의 켄타우로스를 보고 나면, 앞에 있는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피카소 도자 작품의 새ㆍ얼굴 등을 감상하면서, <회화>에서 미로가 그린 새와 얼굴을 멀리서도 고개를 들면 바로 볼 수도 있다. 피카소가 얼굴을 그린 도자 작품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하나의 대상을 재료와 기법에 따라 다양하게 확장해 가는 실험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카소의 또 다른 도자 작품에서 꽃ㆍ염소ㆍ물고기ㆍ사람들의 모습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샤갈도 꽃과 같은 정물들, 염소나 물고기 같은 동물들, 춤추는 사람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을 주로 그렸다. 피카소와 샤갈의 작품에서 두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이번 전시는 7점의 회화작품과 주제별로 구분된 피카소의 도자작품을 왔다갔다하면서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회화와 도자의 접점을 염두에 둔 작품 선정과 작품 관람동선까지 배려한 꼼꼼한 기획이 돋보인다.
르누아르ㆍ모네ㆍ피사로는 인상주의를 태동시켰고, 피사로와 고갱의 만남은 후기 인상주의 거장 고갱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피카소는 파리에 와서 고갱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입체주의 작품들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나갔고, 스페인 출신 미로와 달리는 이미 성공한 작가 피카소를 파리에서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입체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은 러시아 출신 화가 샤갈도 1940년 말 뒤늦게 피카소를 만났다. 이 시기에 피카소는 남프랑스 발로리스에서 주로 도자기를 제작했고, 이때 샤갈은 발로리스로 피카소를 찾아갔다. 마두라 공방에서 피카소와 같이 도자기를 제작하며, 두 사람은 인간ㆍ동물ㆍ자연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8인의 거장들은 사제ㆍ선후배ㆍ동료로서, 서로 응원해 주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이끌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벨 에포크) 시대를 만들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이 투영된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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