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되면 다 아픈 거예요?평생엄마의 즐거운 육아이야기 시즌2 (12화)어린이집에서는 일 년에 두서너 번씩 군포시에 있는 한 요양원을 방문합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그곳을 방문하면 어르신들의 시선은 아이들에만 고정됩니다. 이날은 아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와 춤을 뽐내고 오는 날입니다. 아이들의 등장만으로도 요양원 가족들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 퍼집니다. 모든 봉사자들은 힐링 타임이라도 된 듯 휴대폰 카메라로 귀여운 모습을 담기 바쁩니다. 아이들의 눈빛은 이들의 관심에 긴장합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요양원을 방문했습니다. 아이들은 낯설고 다소 긴장하고 있었어요. 누워계신 어르신, 휠체어 타신 분, 지팡이를 짚으신 어르신들을 안아드리는 아이들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작고 여린 손으로 휠체어 타신 어르신 손을 만져드릴 때 어르신들 눈은 촉촉해졌습니다. 손을 잡아드리던 솔지가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왜 아파요?” “.........”
말을 잊은 할머니는 그저 미소만 짓었습니다. 솔지는 할머니께 물었지만 대답이 없자 살며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원장님, 할머니는 말도 못할 정도로 아픈가 봐요” “그러신가봐........” “할머니 되면 다 아픈 거예요?” “음~~ 아프신 할머니도 계시고 건강하신 할머니도 계시고 그래”
“그래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멈 짓 하더니 다시 웃음 띄며 다른 어르신 쪽으로 다가갑니다. 한복 입은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었고, 어르신들 얼굴은 함박웃음 머금은 꽃이 되었습니다. 아픈 어르신들 손을 잡으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노래 불러 드리고 박수 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르신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로 태어나서 자랐고, 누군가의 엄마아빠로 살다가, 이젠 누군가의 약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세월을 릴레이하고 계셨습니다. 문득 다니카와 슌타로의 ‘아침 릴레이’시가 생각나는 하루였습니다.
아침 릴레이 -다니카와 슌타로-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낙네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머리맡을 물들이는 아침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디선가에서 아침이 시작된다.
우리는 아침을 릴레이 하는 것이다 가볍게가볍게 그렇게 번갈아가며 지구를 지킨다. 잠들기 전 잠시 귀를 기울이면 어느 먼 곳에서 자명종이 울린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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