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완섭칼럼] 농수축산 지리적 표시제

건강과 식품(1회)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18/01/19 [08:21]

[신완섭칼럼] 농수축산 지리적 표시제

건강과 식품(1회)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18/01/19 [08:21]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우리나라는 식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 유기가공식품인증제도가 있으며 그 밖에도 농산물이력추적관리제도, 가공식품산업표준KS인증제도,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 등이 있다. 이 중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제도 중 하나이다.   

 

2011년 한국농촌연구원이 25-59세 여성 700명을 대상으로 지리적표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15%만이 알고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한심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 제도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제도를 본떠 만든 제도이다. 지난 1999년에 관련법규가 처음으로 마련되었고 2002년 1월에 제1호 농산물보성 녹차가 등록된 이래 15년 사이에 180여 지역특산품이 추가 등재되거나 신청 중에 있어서 그리 생소하지 않을 법한데 의외의 결과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리적 표시제는 말 그대로 ‘특정지역의 우수 농수축산물과 그 가공품에 고유의 지역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해당지역의 특산품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진 제도’이다. 사람들이 삼성, LG 등 유명 브랜드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처럼 해당 지역명을 브랜드로 내세워 그만의 우수성과 명성을 인정해 주는 제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스카치 위스키, 보르도 와인, 아르덴 치즈, 비엔나 소시지 등이 그 예가 되겠다.

 

10여년 전 [몸에 좋은 행복식품 다이어리(중앙생활사)]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기후와 토양에 따라 작물선택과 재배방식은 달라지지만 세계인이 즐겨 찾는 베스트푸드는 ‘식물성 자연 발효식품’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은 로컬 푸드(Local food)가 대세를 이룬다. 멀리 물 건너 온 것이 아니라 뒷마당에서 직접 가꾼 채소 과일이나 인근 야산에서 뜯어온 산나물이나 연근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 등을 식탁에 올리고 싶어 한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적 표시상품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몇 가지 지리적 표시 특산품을 떠올려보면 어떤 찬거리를 골라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니 말이다. 가령 이천 쌀(제12호 농산물)로 밥을 짓고 횡성 한우(제17호 농축산물)와 양양 송이(제1호 임산물)로 철판구이 요리를 하고 완도 전복(제2호 수산물)으로 죽을 끓인다면 국가기관이 인증하는 최고의 식재료로 밥상을 차린 것이 된다. 

 

그런데 비엔나 소시지는 알아도 제주 돼지고기(제18호 농축산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리적표시 상품이란 걸 모르는 주부들이 8할을 넘는다면 이건 정말 곤란하다. 광우병 불안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횡성을 필두로 홍천, 함평, 영광, 고흥 등 5곳의 지역이 나란히 한우를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한 사실도 알아야 한다. 지난 2012년 3월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공식 발효된 이래 대형마트의 과일코너는 수입산 과일로 넘쳐나고 있다. 정육점에 넘쳐나던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 등 다른 국가로 탈바꿈되었을 뿐 농민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FTA는 생리상 강한 자만 살아남게 된다. 훈장이나 계급장을 뗀 채 오로지 스스로의 경쟁력만으로 살아남는 자만 승리하게 된다. 정부도 유관기관도 드러내 놓고 보호를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행 10돌을 넘긴 지리적 표시제는 우리 농수축산품이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게 만드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상당부분 효과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국민적 계도가 엉망이고 남 따라 장에 가다보니 자격요건이 결여된 일부 등록상품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 이런 상황이니 어찌 세계적인 지리적 표시상품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을까.

 

식품은 삶의 양식(樣式)이자 양식(糧食)이다. 먹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라서 섭취하는 식품에 따라 문화적인 차이가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극명한 차이는 육식 위주의 서양식 포크&나이프, 벼농사 위주의 극동식 숟가락 젓가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대대로 우리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만의 독특한 식습관과 식문화가 탄생된 배경과 유래, 식품의 효용가치를 알아보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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