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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범칼럼] 교장 자격증과 전문성, 리더십 사이
조성범의 교육문화 이야기 (7회)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기사입력  2018/02/02 [09:20]
▲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교장공모제 확대를 둘러싼 교육계 논쟁이 뜨겁다. 교육부가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인 평교나 교감도 교장 공모에 지원 가능한 학교 수를 늘리는 내용의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원 단체들 사이에 찬반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찬반 단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교원 대상 서문조사 등을 통한 여론전도 벌이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는 물론 교육경력 15년 이상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과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응모할 수 있는 '초빙형', 그리고 일부 특성화고교 등에 한해 교육관련기관 3년 이상 종사자도 응모할 수 있는 '개방형'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이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내부형’이다. 공모제 확대를 반대하는 교원단체는 교장자격증 유무를 논쟁의 주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반대여론 확산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무자격자=무능력자’프레임을 부각시켜 무능한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현행 교장자격증이 교장의 능력(전문성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교장자격증은 교사→교감→교장의 승진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교감 재직시 부여되는 자격증을 의미한다. 교장 자격증에 의한 승진을 위해서는 교감승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감승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교감이 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교사에서 장학사(연구사)로 전직한 후 교감으로 전직하는 경우와 점수에 의한 승진이 그것이다.

 

교감승진 대상자 선정은 철저하게 점수에 의한 순위로 결정한다. 이 때 점수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점수 경쟁을 해야 한다. 점수는 200점(경력 70점+근무평정 100점+연수성적 27점+연구점수 3점)에 15점 이내의 가산점(공통가산점 5점+선택가산점 10점 이내)을 더해 결정된다. 경력점수는 20년이면 누구나 만점을 받는다. 연구점수도 대부분 만점을 받는다. 공통가산점은 연구학교 실적, 직무연수 실적, 재외국민교육기관 파견 실적, 학교폭력예방 실적 등 4가지 항목에 5점, 선택가산점은 시·도교육청별로 10점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가산점 항목이 무려 10개가 넘는다.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보다 점수관리에 많은 열정과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력점수와 연구점수, 가산점을 채웠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가장 변별력이 큰 항목은 연수성적과 근무평정 점수다. 연수 성적은 1급 정교사 연수 성적을 반영한다. 1급 정교사 연수는 교사경력 4~5년에 이수하는 연수다. 이 연수 성적이 교감 승진의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짧게는 15년 전 길게는 20년 이전의 연수 성적이 승진을 좌우한다는 것은 급변하는 사회 현실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마지막 변수는 근무평정이다. 근무평정은 3년 내리 수(1등)를 받지 않으면 교감 승진대상자 명부에 오르기가 사실상 어렵다. 문제는 근평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외형적으로는 교장, 교감, 교원이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이루어지지만, 실제는 학교장의 판단에 100%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장의 절대적인 권한이 교사의 생살여탈권을 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교감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는 학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실제로 근평 때문에 승진대열에서 탈락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승진한 교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장 자격연수를 받게 된다. 교감 자격증이 곧 교장 자격증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얻은 교장 자격증이 과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나는 34년 교직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결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장을 제왕적 이미지, 불통의 이미지, 권위주의가 덧씌워진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가 요구하는 교장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학교장은 교육활동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의 고충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지원방안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학교장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 비전 제사를 통한 교육혁신의 길잡이 역할, 학교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창조자의 역할, 언행일치와 솔선수범하는 도덕적 귀감자의 역할 등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게 필요한 학교장의 전문성이다. 이러한 역량은 승진을 위한 가산점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생각과 실천적 경험을 통해 내면화될 때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교장임용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는 길은 교장을 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 사회는 교장을 지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교장을 역할 중심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시하고 군림하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학교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교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길이다. 학교 구성원 공통의 역할도 있지만, 교장의 역할, 교감의 역할, 교사의 역할, 행정직원의 역할이 조금씩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 된다.

 

1,700만 촛불의 준엄한 명령은 적폐 청산이다.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계의 적폐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교장 임용제도이다. 교장 승진을 위한 교사 줄 세우기 결과로 지금의 획일적 교육과 승진 중심 교직 문화가 공교육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과열된 승진경쟁을 완화하고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원이라도 교장 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2005년의 교육공무원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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