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이번 주에 열린다. 이어 다음 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4월 2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는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핵실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면서 전 세계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패싱’ 논란에 쌓였던 일본 아베 행정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면적인 핵 폐기는 아니지만 일단 북한의 핵동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김정은 위원장의 양보, 트럼프 미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기대이다.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대한 비판들도 있다. 미국의 비판은 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우호적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 타임스’는 핵동결선언을 북한의 ‘핵무기 완성선언’으로 해석한다.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것은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어서라고 분석한다. 김정은의 양보도 북미회담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해 한반도 위기고조 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조처를 비난하고 대화를 촉구했다. 그런데 정작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자 깎아내리고 있다.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를 얻어내겠다는 생각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핵동결선언을 불신할 수도 있다. 문제는 비판의 출발점이 정확한 정세분석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감정이라는 데 있다.
나라 안에서의 반대는 자유한국당이 주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핵실험중단선언이 의미가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은 더욱 거칠다. 과거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남북위장평화 쇼’로 체제붕괴위기의 북한 정권을 살려주었다고 주장한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미국까지 끌어들인 남북평화 쇼로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한다. 홍 대표의 비판도 정확한 정세분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평가절하 하고 나선 건 곧 치러질 6.13 지방선거의 비관적 전망 때문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10%대에 머물고 있고, 후보도 내지 못하는 지역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색깔론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남남갈등을 부추겨 보수적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은 착각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면서도 북미회담을 환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의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북한은 물론이려니와 북미정상회담까지도 냉소적으로 평가하는 강경한 태도는 합리적인 보수적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보이는 남북대화에 대한 냉전적 시각의 접근은 오히려 지지율 하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맹목적 태극기부대의 지지만으로는 6.13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거품을 물고 평양 올림픽이라고 몰아붙였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한 것을 왜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가. 동굴에서 나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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