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되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80%를 넘나들고 있다. 시민이 느끼는 지난 1년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은 ‘매우 잘함’인 것이다. 의석의 40%밖에 차지하지 못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정부임을 생각하면 정말 잘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추운 겨울을 촛불로 녹였던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는 자평이 잘 어울린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핵문제 해결의 운전석을 차지한 일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 추진구상’(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은 일관된 정책과 꾸준한 설득외교로 숱한 위기설과 전쟁설을 날려버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평화축제로 만들었고,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끌어냈으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적폐청산도 성과가 있다. 국정농단을 저지르고, 방조하고, 협조한 책임을 묻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등도 사법처리의 칼끝을 피해가지 못했다. 멀리는 4.3 제주에서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발포명령과 헬기 사격 등 숨겨졌던 5.18 광주의 진실규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깝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불법과 비리에 대한 심판도 진행 중이다.
적폐청산은 검찰수사와 제도개선의 투 트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적폐 처리를 위한 검찰수사는 그런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권력의 민주적 행사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개선은 지지부진하다. 인권침해와 권력의 오‧남용을 서슴지 않던 검‧경‧국정원 개혁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개혁 등 권력자의 심부름꾼역할에 충실했던 권력기관들의 힘을 아직도 빼지 못했다.
지난 1년이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경제 정책과 일자리 정책은 두드러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의 단축 등은 재계와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잘한 일이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은 실물경제에도 시민들에게도 체감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자리 정책도 그다지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3무(무능 무책임 무원칙)‧3불(불통 불안 불공정)의 대통령이 파면된 건 1,600만 촛불시민의 힘에 의해서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실현의 첫걸음인 문재인 정부의 등장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상징되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달라는 시민의 염원이 깔려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인 것이다.
그러나 적폐청산과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고, 썩고 곪은 곳을 다 도려내고 바로잡기에 지난 1년은 너무 짧았다. 지난 1년 우리 정치에는 문재인 대통령만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만 기댈 뿐 정치를 주도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색깔론’이라는 철 지난 정치공세로 사사건건 발목만 잡았다. 보수정치세력이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을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개인기만으로 돌파하기는 버거웠다.
<교수신문>은 2017년을 관통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골랐다. 파사현정은 올해에도 한국사회와 한국정치가 붙들어야 할 화두이다.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자신이 믿었던 일들만 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남북관계 개선 등 2012년 대선 당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은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시대조류와 민심을 거스르고 개혁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교훈을 정치권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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