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폭스의 영화 및 TV 사업을 인수한 디즈니의 위세가 등등하다. 디즈니 계열 마블의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Ant-Man and the Wasp)>가 개봉 일주일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영화를 본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물었다. 시공간 개념이 사라진다는 게 뭐냐? 원자는 누가 알아냈으며, 원자보다 작은 양자는 누가 알아냈느냐? 이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사실 어른들도 영화에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는 이 관련 대사와 장면에 귀를 기울이거나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앤트맨과 와스프가 거인이 되었다가 개미만큼 작아지고, 미니에이처 자동차가 실물 크기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면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자동차 경주와 화려한 액션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캇 랭(폴 러드)과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의 활약과 러브 스토리.
그러나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양자물리학이다. 1대 앤트맨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라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핌 입자(물체를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입자)를 개발했고, 그의 연구소에는 양자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계적 장치가 있다. 30년 전 양자영역으로 들어갔다가 갇혀 있는 아내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을 구하기 위해 양자영역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선 2대 앤트맨 스캇 랭이 양자영역으로 들어갔는데 무슨 문제가 생겨 나오지 못하게 되는 쿠키영상으로 3편(혹은 인피니티 워 2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끝을 맺는다. 그 과정에서 양자 크기로 작아져서 양자영역으로 들어간다든지, 양자영역에서는 시공간 개념이 사라진다는 등의 대사가 나오는 것이다.
<인터스텔라>가 상대성이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켰듯이 이 영화는 양자역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는지 모른다. 사실 <스타트렉>이나 <터미네이터> 등 양자역학을 적용한 영화들도 이미 있다. 그러나 <앤트맨과 와스프>는 새로운 차원의 설정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물리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일한 만물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을 찾아내는 것이 꿈이다. 스티븐 호킹도 호언장담하며 그 꿈을 구현하려다가 이루지 못하고 우주로 돌아갔다. 몇 해 전 상영된 호킹의 삶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원제가 <The Theory of Everything>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이론을 수정 보완한 중력이론으로서 거시세계를 설명하고,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를 설명한다. 모든 사물은 자신의 질량만큼 다른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뉴턴이 발견한 우주의 보편적 법칙으로서 F=ma로 표기된다. 그런데 그 힘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행사하는가? 태양은 지구에서 시속 1,000km의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17년이 걸린다. 그 먼 거리까지 어떻게 인력(引力)이 작용한다는 것인가?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가 관성력과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질량의 크기만큼 중력장(gravitational field)이 형성되는 것이라면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그 중력파의 존재를 2015년 찾아냈고, 중력파를 발견하는 데 참여한 물리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중력장은 양자의 속성을 갖는다. 거시적으로 보면 중력장이지만 미시적으로는 양자장(field of quantum)이다. 그래서 만물의 이론, 즉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 필요한 것이다.
태양은 지구 지름의 109배 만큼 크고 질량은 33만 배나 더 무겁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태양의 질량이 빛을 휘게 한다고 했고 관찰에 의해 확인되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 질량의 10만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있는데, 블랙홀은 빛을 삼켜버린다. 그런데 태양과 블랙홀은 양자역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빅뱅도 그러하다. 그래서 우주의 법칙을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통일장이론으로 유력한 후보는 초끈이론이다. 양자 입자는 점이 아니라 끈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양자중력이론이 있다. 양자중력이론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로벨리(Carlo Rovelli)의 저서 『Reality is not what it seems』에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실재(實在)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는 것.
일반상대성이론은 양자를 감안하지 않았고, 양자역학은 시공간이 휘는 곡률(曲律)을 다루지 않았다. 모든 물리적 장(場)이 양자의 특성을 가지므로 시간과 공간도 양자의 대상이 된다. 입자는 아주 많은 에너지를 보유한 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양자도 질량만큼 공간을 휘게 만든다. 결국 중력장은 양자장이다. 태양은 수소 덩어리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양자영역에서는 거시세계와 달리 시간과 공간의 본성이 변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공간은 양자화된다. 양자영역에서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시공간의 개념이 없다. 이것이 초등학생이 한 질문에 대해 지금으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은 정적인 상태의 원이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푸른 바다는 고요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이서 관찰해도 보이지 않는 실재의 세계, 그것이 양자영역이다. 통일장이론의 유력 후보인 양자중력이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앤트맨과 와스프>는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왜 우리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까? 대부분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영화인들이 자연과학 공부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킹이 모델로 출연한 재규어 자동차 광고가 있다. 영국의 영화배우 게일(Luke Allen-Gale)이 재규어를 타고 호킹을 만나러 간다. 깐깐한 호킹이 늦었다고 한마디 하자 게일은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대꾸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재규어를 타고 빠르게 이동한 게일과 연구실에서 기다린 호킹의 시간이 달랐다는 설정이다. 게일은 제 시간에 도착했는데 호킹의 시간으로는 게일이 늦은 것이다.
이 광고를 광고학 교수에게 설명했더니 그런 광고의 존재도 몰랐고, 그런 아이디어로 기획을 하면 회사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한다. 영화계도 똑같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의 상상이 현실이 된 사례는 많다.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상상의 날개를 달아줄 곳은 어디에 있을까? 고등학교에서는 이제 막 문과-이과의 시대착오적이고 몰상식한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을 뿐이고, 대학은 요지부동이다.
초딩의 다른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 원자(atom)의 존재를 처음 제기한 사람은 희랍의 데모크리토스이고, 양자역학의 시조는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다. 독일에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았고, 이로써 양자역학의 성립에도 기여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이론을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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