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다니엘...길에서 만난 인연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4)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 기사입력 2018/10/01 [09:21]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다니엘...길에서 만난 인연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4)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 입력 : 2018/10/01 [09:21]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페리를 타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굵어졌다. 비를 쫄딱 맞으며 리스트뱐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천둥까지 치는 날씨에 비를 맞아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아이들을 달래며 겨우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언제 올지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기적처럼 나타난 택시는 구세주를 만난 것 마냥 반가웠다.

 

에어컨이 고장 난 탓인지 비가 쏟아 붓는 데도 창문을 닫지 않고 가야할 만큼 낡은 택시인데다 난폭 운전을 일삼았지만 택시 운전사를 구세주 만난 것 마냥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예약한 Belka Hostel은 무려 77번지까지 올라가는 언덕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비를 뚫고 하염없이 언덕길을 오르는 택시 기사님에게 우리는 감사함과 감동으로 전율했고 호스텔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을 때 팁으로 100루블을 얹어 드렸다.

 

▲ 숙소를 나와 바이칼호소학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 군포시민신문

 

호스텔의 로비는 참으로 신비로운 공간이다. 호텔에 비해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지 않은 여행객들로 붐비는 호스텔은 호텔에 비해 여행객들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그들의 등에 짊어지는 배낭이 무거우며 저렴하고 실속 있는 여행을 하기에 바로 이 호스텔의 로비에서는 정보 공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로비를 지나가기만 해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테이블로 불러들이는데 몇 명만 모여도 국제 사회가 된다. 벨카 하우스의 매니저인 러시아인 이아나, 중국 내몽고 자치구에서 온 아가씨, 그리고 영국인 다니엘이다. 잠시 인사만 하고 일어서려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쓰는 영국인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말을 건네게 되었다.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여행 작가라는 말이 돌아오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여행을 하는 것이 직업이라고요?” “돈을 받고 여행 한다고요?”

 

다니엘 맥크로한(Daniel McCrohan)은 세계 여행자의 바이블 ‘Lonely Planet’의 몽고,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편의 공동 저자이다. 쉽게 말해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여행의 고수, 도사님을 만난 것이다. 십대 여자 아이가 BTS 멤버 중 한 명을 길에서 만난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휴가를 보내고 있는 나와 달리 다니엘은 시베리아 횡단열차(TSR) 영국판 가이드북의 개정판 작업을 위한 업무 여행 중이었다. 장기 여행을 하기 때문에 런던 아래 길포드에 살고 있는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가 아들 둘과 함께 1주일 캠핑을 하며 걸었다는 영국 뉴캐슬에 있는 로마 시대 장벽인 ‘Hadrian Wall’ 트랙은 나도 도전해 보고 싶다.

 

▲ 여행작가 다니엘     © 군포시민신문

 

내가 시베리아의 부리야트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여행이고 울란우데(Улан-удэ)까지 갈 계획임을 말하자 대뜸 몽고에 가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부리야트인과 몽고 사람들은 전통이나 생활 양식이 많이 닮아 있으니 몽고를 꼭 한 번 가 보라고 권하여 다음 여행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하였다. 론리 플래닛의 저자답게 울란우데와 알혼 등지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정확하게 들려주었고 편안하게 휴양할 계획이었던 여행은 박물관 방문을 비롯한 학구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할 예감이 든다. 오랜 만에 만난 옛 친구인 마냥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실컷 수다를 떨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다. 여행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밤새도록 들어도 모자랄 것 같았지만 다음 날 알혼섬으로 먼 길을 떠나야 하는 다니엘과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사실 원래부터 계획을 철저히 세우기보다 떠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온 여행이라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이 꼭 가봐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 왠지 그 말을 들어 주어야 할 것 같아 편한 여행을 생각하던 나 자신에게 은근히 양해를 구하게 되는 것이다. 며칠 후 이르쿠츠크의 한 거리에서 다니엘과 우연히 재회를 하게 되는데 길에서 만난 사람은 다시 길에서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을 늘 하고 살지만 이렇게 바로 길 한가운데서 다시 만나니 보통 인연이 아니다. 또 생각 없이 수다를 이어가다가 아이들의 제지를 받아야만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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