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동안 벌서는 수능감독 선생님...'쓰러지고 교체되고'

발걸음 소리 못내 제자리에서100분을 버텨..."높은 의자 배치해 안전하게 감독해야"

도형래 기자 | 기사입력 2018/11/17 [10:15]

100분동안 벌서는 수능감독 선생님...'쓰러지고 교체되고'

발걸음 소리 못내 제자리에서100분을 버텨..."높은 의자 배치해 안전하게 감독해야"

도형래 기자 | 입력 : 2018/11/17 [10:15]

[군포시민신문=도형래 기자] 수능을 치는 수험생 만큼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험 감독관들이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는 시간동안 감독관은 꼿꼿이 서서 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거나 발을 옮길 수도, 앉을 수도 없다. 때문에 부동자세로 최대 100여분을 제자리에서 서서 감독 해야 한다. 이는 수험생 정면에 위치한 주감독관 뿐아니라, 뒤에 서는 부감독관도 마찬가지다. 수험생들은 앞뿐 아니라 뒤에서 발생한 소리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유의 울림으로 발걸음 소리가 크게 나는 복도 감독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사진=경기도교육청)     © 군포시민신문

 

일선 교사로 수능감독관에 나간 한 교사는 "딱 정자세로만 서있어야 한다"면서 "자세를 바꾸다 조그마한 소리라도 나면눈초리가 매섭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수능 감독관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면서 "아이들이 앉아서 시험칠때 감독관은 서서 시험치는 걸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사는 "수능 감독관을 나갈 때면 학교에서 눈치보기가 있다"며 "대개 서로 눈치만 보다 젊은 사람 순으로 나가게 된다. 나이든 선생들이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그래도 수능날이지 않냐"며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수능날 배려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앉아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서서 감독하는 감독관들에게는 수험장이 상당히 덥다"면서 "한 교시 감독을 다녀오면 등 뒤가 모두 땀이 흔건한 걸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사는 "다리가 불편하거나 오래 서있기 힘든 체력을 지닌 선생님들은 수능날 느끼는 부담감이 크다"면서 "쓰러지는 선생님들이나, 갑작스럽게 불편을 호소해 교체되는 선생님들이 거의 매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수능일, 군포에 있는 한 수능장에서 감독관이 시험 도중에 쓰러지는 일이 일어났다. 다행히 결시생 자리가 있어, 해당교시 감독을 앉아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관은 몸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교체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교체가 쉬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수능 다음날도 여파가 이어져 이 선생님은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군포 수능장에 또 다른 감독관 역시 감독 도중 쓰러졌지만 감독관 교체 없이 수능 감독을 끝까지 마쳤다고 한다. 

 

수능시험일 매 시험시간 마다 꼿꼿이 정자세로 서서 수능 감독을 해야하는 감독관들이 쓰러지는 일이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군포시에 거주하는 한 교사는 "제자리에 서서 한번에 100분 이상 감독을 요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높은 의자 등을 배치해 안전하고 편안하게 감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능 감독관에 대한 처후 개선 얘기가 매번 나오지만 그 다음해 후속 조치가 된 게 없었다"면서 "서서 벌서는 감독이 아니라, 적어도 앉아서 감독할 수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전국 중·고교 교사 5천여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때 힘든 점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1.5%가 '체력적 부담'을 꼽았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심리적 부담(71.8%)과 불과 0.3% 차이였다. 이들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감독관 의자 배치'(67.3%)가 가장 많았다. 또 전국 중고교 교사에게만 집중된 수능 감독관 역할이 대학도 나눠져야 한다는 지적(53.1%)도 많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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