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민신문] 지난 24일 ‘불우청소년 장학금 마련 9988 사랑(似浪)놀음 자선바자회’에 대해 말들이 많다. 내용인즉 ‘不遇’라는 수식어를 달아서 청소년들의 인권 감수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인권 침해?, 심지어는 불우라는 말로 청소년을 규정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내가 보기엔 나가도 너무 나갔다.
한 항변자의 말대로 불우(不遇)의 사전적 의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 하나는 ‘포부나 재능은 있어도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함’을 이름이요, 나머지 하나는 ‘살림이나 형편이 딱하고 어려움’을 이름이다. 말 그대로 우리 주변에는 보기에도 딱한 불우이웃들이 적지 않다. 아직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형편이 딱해 살림살이가 궁핍해진 사람들, 그 속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당에 주로 치러지는 자선행사는 이들 불우이웃이나 불우청소년을 돕고자 하는 행사이다. 자선의 뜻이 뭔가. 자선(慈善)은 ‘가난하거나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딱하게 여겨 도와주는 일’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위 항변자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에 자신보다는 불우한 이웃들에 정을 베풀고자 하는 취지는 분명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 9988클럽 일동은 이런 자선행사를 마련하며 두 가지 취지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 첫째는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모금을 한다는 것이요, 둘째는 자라나는 청소년, 특별히 집안이 가난하거나 불우한 학생 중에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을 골라 장학금을 지급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사명에 ‘불우청소년 장학금 마련’이란 목적을 명기했다. 이것이 잘못 되었나 묻고 싶다. 펑퍼짐한 표현으로 취지를 잃느니보다, 분명한 행사취지를 밝혀 뜻을 확실히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바자행사 물품은 철저히 회원들이 소장한 물품 중 ‘갖고 있기에는 버겁고, 버리기에는 아쉬운’ 물품들로 채웠다. 누군가는 오래된 LP판을 내놓았고 누군가는 청소기, 누군가는 입던 옷, 신던 신발, 마시던 찻잔을, 또 누군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과 공예품을 내놓았다. 여러 사람의 물품 기부는 오로지 불우청소년에게 지급될 장학금 마련에 일조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뜻에 동참하여 여러 분들이 물품을 구매해 줘서 대략 60여만원이 모금되었다. 감사할 일이다.
이젠 장학생을 선발할 일만 남았다. 관내 고교생 중 선발될 남학생 1명과 여학생 1명에게 새해 정초에 장학증서를 전달할 것이다. 장학증서의 글귀도 이미 작성되어있다. “위 학생은 학업에 정진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 평소 품행이 단정하여 타의 모범이 되므로/ 더욱 분발하도록 격려하는 뜻에서/ 동네어른들이 마음을 모아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장학증서 하단에는 장학금마련 바자행사에 참여해 준 동네어른들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새겨 학생에게 격려의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바자행사에 수식어로 붙은 ‘불우(不遇)’는 행사취지로 쓰여졌을 뿐이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말로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행은 받는 이에게 선행으로만 전달되어야 한다. ‘불우’는 행사용어로 종결했다. 그러니 더 이상 ‘불우’로 딴지를 걸지말라.
[편집자] 지난 26일 편집자의 글 "인권 감수성과 불우 청소년"에 대해 신완섭 9988조합장님이 반론을 보내주셨습니다. 다른 의견이지만 충분히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크다고 여겨져 이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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