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토) 속달동에 있는 산화랑에서 나눔의 김장행사가 있었다. 도시농부회원들과 기쁨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어머니들, 그리고 기쁨지역아동센터 졸업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산본공고 나눔기획단 친구들 등 50명 이상이 모여서 300포기가 넘는 김장을 담았다.
산화랑에서는 2년째 다문화가정과 함께 김장 만들기를 해오고 있는데 도시농부회원들과도 친해지고 김치 속 넣기 정도는 척척해내신다. 여기서 만들어진 김치는 기쁨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1년 동안 먹을 양식이 되고 나머지는 군포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올해 이 행사가 더욱 뜻 깊었던 것은 졸업생들의 참여와 산본공고 나눔기획단 친구들의 참여였다. 기쁨 졸업생들이나 산본공고 친구들은 그동안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수혜자들이었다. 특히 대야미마을사람들은 산본공고 아침밥을 1년 넘게 한 달에 한번 제공해 오고 있었다. 그렇게 도움을 받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장하여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어엿한 청년들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김치속을 넣고, 채워진 김칫통을 척척 나르고 마지막 설거지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하고 든든했는지 모른다. 8명의 산본공고 나눔기획단 친구들은 비록 칼질이 미숙하여 손이 베기도 하고 김치속 넣는 법을 몰라 헤매기도 했지만 모든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으며 행사를 치렀다. 행사를 마치고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졸업하고도 이런 봉사 계속하고 싶어요”
“할 수 있어. 청년마을사업단에 들어오면 돼”
청년마을사업단은 기쁨졸업생 모임인 도아(DOA: dreaming once again)와 대야미마을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다. 졸업하고도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 아이의 눈빛은 반짝 빛났다.
며칠 전에 또 한 청년이 모든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든 아니든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업체에 일을 주는 방식. 그들은 다시 이정도 처우에도 이일을 할 수 있다고 찾아온 청년을 고용한다. 사실 그 청년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것은 우리사회를 전반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것이 힘들고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관심이 있는 어른들은 극히 드물다. 다만 어른들이 제시한 기준에 맞추라고 할 뿐이다. 아이들이 죽던 말던 그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다가 목숨을 잃는 아이들, 학대받는 가정을 떠나 잘 해주는 어른들을 따르다가 성적착취를 당하는 아이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슬픈소식을 들어야 하는가?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
김장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산본공고 한 남자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대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요?”
“글쎄, 아무래도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아! 내년에 동아리회장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지”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어른들이 필요하다. 작은 기회라도 마련해주고 함께 해주는 어른들, 좋은 마을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열어준 작은 기회에 눈을 반짝이며 희망을 꿈꾸는 아이들을 보면서 답답하고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리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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