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민 칼럼] 기다려준다는 것

김보민 (사)헝겁원숭이 상임이사 | 기사입력 2019/08/22 [00:32]

[김보민 칼럼] 기다려준다는 것

김보민 (사)헝겁원숭이 상임이사 | 입력 : 2019/08/22 [00:32]
▲ 김보민 사단법인 헝겁원숭이 상임이사     ©편집부

 

 아기가 태어나 눈을 맞추고 뒤집기를 하고 첫걸음을 떼는 순간 부모님 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기뻐한다. 아기가 첫걸음을 떼려면 수천번을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한다. 아기들은 지칠 줄 모르고 넘어지면서도 계속 일어서서 걸음을 뗀다. 

 

 얼마 전 티비에서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가수가 꿈인 십대 보송보송한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아이들을 지도하는 멘토들은 유명한 안무가나 보컬리스트들이었는데 그들은 아이들이 성장할 때 마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응원을 보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K팝 스타라든지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무한경쟁과 참가자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비판도 따랐지만 참가자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장드라마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사람들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기가 걸음마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화를 내는 부모들은 없다. 넉넉한 마음으로 아기가 잘 걸을 때 까지 다치지 않도록 돌보아준다. 어른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아이들의 실수와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지켜보아야 한다. 매번 야단을 쳐도 금방 달라지지 않는다. 

 

 아기 때와는 달리 청소년시기로 가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기는 힘들어진다. 가끔 어떤 아이들에 대해서는 "저 아이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생명은 어떤 형태로든 성장하기 마련이고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멘토들 처럼 지켜봐주는 어른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와 배움터에서 15년 이상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감동스러운 일은 아이들의 성장이다. 때로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던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때 그 아이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왜 어른들은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기뻐할 까? 그 이유는 배우고 성장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아이가 꿈이 생겼다고 할 때 안심하는 것은 그 아이가 꿈을 향해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후손들이 잘 배우고 성장해야한다는 사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의 성장을 그렇게도 기뻐하는 것인지 모른다. 아기가 처음부터 잘 서지 못하고 걷지 못해도 기다려주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기다려주자.  살 수 있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 어른들의 기다림은 반드시 필요하다. 

 

살 수 있는 아이가 되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

팬티를 입어야 한다는 것도 

양치질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아이였다

센터에 와서 밥만 먹었다

모든 신경이 밥시간으로만 가있다

책을 붙들고 있는 것도

오직 밥을 위해서다

그런 놈이 6학년이 되었는데

대여섯 명 패밀리의 리더가 되어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닌다

아이가 쓴 <용서>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 내용이

"모든 슈퍼아줌마들에게 용서를 받고 싶다" 였으니

센터 선생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이젠 이 세상에 말할 수 있다

살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고 

12살 인생 동안 보호자가 7번이나 바뀌었던 

그 삶은 

 

시집 <봄흙처럼 고와라 사회적 엄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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