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볼런티어와 자원활동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자원봉사활동이란 용어보다 볼런티어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자원봉사 초창기에는 자발성·이타성·무보상성의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이런 개념에 담을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담은 용어로서 볼런티어는 오히려 시민활동의 의미와 가깝다. 자발성은 동일하나 이타성 즉 나를 배제한 남을 돕기 위한 태도를 공공성과 공익성 즉 나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보상성을 무조건 고집하기 보다 실제 활동에 필요한 비용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현대 일본의 자원봉사는 사회성과 공공성을 띈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2년의 고베 지진은 일본 자원봉사운동이 큰 변화를 겪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재민을 돕기 위해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고, 각 지자체도 힘을 합하게 되면서 이 사건이 볼런티어의 원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민봉사활동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1998년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NPO법)이 최초로 제정되었고 이는 국가가 관리하는 기구가 아니며, 민간 법인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관리로부터 탈피하여 시민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행정의 역할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자원봉사의 의미, 활동영역, 참여계층이 확대되는 기회가 되었고, 이때 자원봉사 코디네이터(관리자)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하며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서고 공공재정이 고갈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정부가 책임졌던 공적서비스를 행정이 독점하지 않고 시민사회가 참여해서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시민민간영역인 제3섹터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공적인 역할을 맡기는 배경이 되었다. 이에 시민들은 시민단체를 통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한국도 고령화, 저성장, 고용불안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만과 단절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참여한 일본의 볼런티어 활동 사례는 지역주민과 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모범이 된다. 또한 일본사회가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이 우리와 문화적, 제도적 환경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실천적인 차원에서도 볼런티어 활동을 꼼꼼히 챙겨볼 수 있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감소 등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는 정부는 사회복지와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민간이나 시민사회에 이전하려는 공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국가나 행정이 자신의 할일을 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시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원봉사활동을 국가주도가 아닌 자발적인 시민주체의 활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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