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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담] 할아버지와 새끼까치
50일간의 새끼까치 돌보기
 
신완섭 기자   기사입력  2021/06/03 [14:14]

“파다닥~ 푸드득~” 새끼까치가 날개를 파닥이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10층 베란다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 높은 곳에 둥지를 튼 걸까. 

 

사연은 한 달 반 전, 4월 중순으로 돌아간다. 8단지 H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팔순 할아버지 L씨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뒤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쉼터 정자 옆을 지나가는데 초등학생 셋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까치 새끼 한 마리를 마루에 올려놓고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이거 어데서 나왔노?” 묻자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살리려고 데려왔어요” 한 아이가 어디서 지렁이를 잡아 와서 새끼까치 앞에 내밀었지만 까치는 먹을 기운도 없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아이구 이러다가 까치 죽이겠다. 얘들아, 이 할애비가 까치를 데려가서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키우마” 아이들은 할아버지 연락번호를 캐묻고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새끼까치 돌보는 이상철 할아버지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이때부터 50여 일간 ‘새끼까치 필살리기’에 돌입한다. 우선 종이상자로 둥지를 만들어주고 먹잇감으로 지렁이를 한 통을 샀다. 그런데 아무리 내밀어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어도 곧 내뱉는다. 주변에서 좁쌀을 줘보라기에 생좁쌀을 줬더니 먹고도 소화를 못 시키는 건지 물똥에 좁쌀이 그대로 나온다. 하는 수없이 좁쌀을 쪄서 주니 한결 수월하게 먹는다. 워낙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여 고단백식을 먹여보기로 했다. 삶은 돼지고기와 삶은 메추리알을 잘게 쪼개 주니 입맛이 당기는 모양인지 조금씩 먹어댄다.

 

하도 딱하게 보여 나무젓가락으로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듯 먹여주기 시작하자 이때부턴 응석을 부리듯이 아예 먹여달라고 부리로 젓가락을 건네준다. 제때 먹이를 안 주면 쫓아와서 발을 쪼거나 바지를 당기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할아버지가 베란다에 신고 나가는 슬리퍼를 쪼아대다가 화가 안 풀리는지 거기에 똥을 싸대는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것도 정확히 할아버지 슬리퍼에만 그런 고얀 짓을 해대니 어이가 없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마냥 즐겁다. “허허 이 녀석, 할멈에겐 혼날까 봐 나한테만 화풀이하는구먼, 그래도 영특하기가 그지없어, 허허!”

 

할아버지는 팔십하고도 육 세에 이르렀으니 자식들은 다 분가하고 할머니와 단출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불쌍한 마음에 입양(?)한 새끼까치는 코로나로 더욱 심심해진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끼까치는 마치 제 어미인 양 할아버지를 졸졸 따르니 정이 들 데로 들었다. 그러나 까치의 야생성, 즉 바깥세상으로 날아가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진 못한다. 며칠 전부터 베란다 창의 망을 부리로 쪼아대고 있다. 할아버지는 6월 10일 방생을 앞두고 남은 먹잇감을 배불리 먹이면서도 쌓인 정을 애써 때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오랜만에 다녀간 초등학생 손녀가 할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동시를 하나 지었다.

 

  5월이 되면 생각이 나

  5월이 되면 그리워져

 

  네가 이만큼 자란 모습을

  보고 싶어지는데

 

  아아 사월아,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니

 

  훨훨 날아다니니

  그리운 사월아

 

‘사월’은 4월에 데려왔다고 손녀가 지어준 새끼까치의 이름이다. 어느새 훌쩍 한 달 반이 지나고 버려졌을 때의 가녀린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은 건강한 소년 까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는 다음 주 까치를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고 주말에 2박 3일간 할머니와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정든 까치와 이별하는 아쉬움을 여행으로 달래려 하신 것이다. 까치와의 인연을 고이 간직하려는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사월이가 혹시 집을 찾아 다시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조바심만큼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길 빌어본다.

 

P.S: 미담의 주인공은 올해 86세이신 이상철 할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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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03 [14:14]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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