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가리맛조개지리적표시 수산물 제25호-순천만 가리맛조개뻘이 참 조응게 우리 마을 맛이 제일 좋은 맛이여!
전남 순천만 거차 해역에서 가리맛조개를 채취하는 한 어민의 말이다. 이곳 사람들은 앞뒤 말을 생략하고 그냥 ‘맛’이라 부른다. 뻘배를 타고 나가 갯벌 속으로 일일이 손을 집어넣어 캐내는 작업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수북이 쌓이는 맛을 쳐다보면 고단함이 싹 가신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리맛조개는 알이 굵고 육질이 쫄깃하며 단백질이 풍부해 특유의 감칠맛이 뛰어나다. 순천만 청정갯벌에서 <순천만연합어촌계영어조합법인>이 생산하는 ‘순천만 가리맛조개’가 2018년 1월 지리적표시 수산물 제25호로 이름을 올렸다. 알다시피 순천만은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연안 습지로서 청정갯벌과 갈대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특유의 풍미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연간 150여 톤 생산량 중 80%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영어로 Razor clam, 일본어로 아가마키(あがまき), 중국어로는 청쯔(蟶子)라 불리는 가리맛조개의 학명은 Sinnovacula constricta(Lamarck)이고 생물학적 분류는 연체동물문 이매패강 작두콩가리맛조개과에 속하며 우리나라 남·서해 연안과 중국, 일본이 서식지이다. 외형은 대나무를 쪼개놓은 것처럼 길쭉한 막대 모양에 가깝고 큰 것은 길이 10cm, 높이 3cm, 나비 2.3cm에 이른다. 조개류 패각 상부의 볼록한 부위를 이르는 각정(殼頂)은 앞쪽에 치우쳐 있고 비교적 얇은 패각(貝殼)의 외부는 지저분한 황갈색의 외피로 덮여 있으며 내부는 순백색을 띠고 있다. 고운 모래가 다소 섞인 서해와 남해안의 진흙 갯벌 조간대의 표층으로부터 깊이 30~60cm까지 수직 구멍을 만들어 사는 부유물 여과 섭식성 중형 조개류로서 비교적 강한 밀집분포 현상을 보인다. 흙 표면을 보면 이매패류들이 등 쪽으로 물을 내뿜는 출수관(出水管)이 입수관(入水管)과 연결되어있는 두 구멍이 보인다.
흔히 ‘맛조개’로 불리는 막대 모양의 조개로는 가리맛조개과(Novaculinidae)의 가리맛조개 외에 죽합과(Solenidae)에 속하는 비단가리맛, 붉은맛, 대맛조개, 맛조개 등이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 남·서해에서는 가리맛조개가 가장 흔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참맛, 맛, 맛살조개, 토화(土花), 가리치 등 다양하다. 모든 종류의 맛조개는 예로부터 맛이 좋아 “쇠고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다”고 할 정도인데, 짭조름한 조개 향이 풍부하고 씹히는 맛이 인상적이라 식도락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란기가 되기 전인 4월에서 8월 말까지가 조갯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다. 따라서 순천만 가리맛조개는 그사이에 채취하고 크기도 7cm 이상의 우량 가리맛조개만 선별한다.
잡는 방법으로는 1. 맛써개 혹은 맛새라고 부르는 철사꼬챙이를 구멍에 넣어 놀란 맛조개가 끝을 꽉 물 때 끌어올리거나 2. 구멍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밀물이 들어온 것으로 착각하여 위로 올라오는데 이때 잡거나 3. 호미나 삽으로 구멍을 잽싸게 파헤치거나 4. 물 빠진 갯벌에서 미처 숨지 못한 맛조개를 줍는 방법 등이 있다. 맛조개를 잡다 보면 앞부분의 촉수가 잘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이 위협이 느껴지면 촉수를 자르고 도망을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떨어지는 촉수를 가짜 촉수라고 하는데, 진짜 촉수는 층층이 있는 촉수가 끝나는, 두 갈래의 촉수가 합쳐지는 곳에 있다,
가리맛조개의 어원은 길쭉한 생김새를 보아 갈빗대를 일컫는 ‘가리’에다 맛있는 조개를 축약한 ‘맛조개’를 합성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고구마에 설탕물을 바른 것을 맛탕이라 부르듯이 길쭉한 고구마 모양새와도 닮았다 해서 ‘가리’에 고구마를 뜻하는 ‘맛’자를 붙여 지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맛소금을 써서 잡기 때문에 ‘맛’자를 붙였다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 옳건 그르건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아무 양념을 넣지 않아도 간간하며 깊고 진한 맛을 낸다. 가리맛조개는 칼슘, 아연,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억제하고 간의 해독 기능도 탁월하다. 또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고혈압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조개의 연체는 흔히 ‘맛’이라 하는데 지역에 따라 긴맛, 개맛, 참맛, 끼맛, 개솟맛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식감이 좋아 다양한 요리로 조리할 수 있다. 생선 매운탕이나 된장찌개, 샤브샤브, 칼국수 등 국물 요리에 넣어 먹거나, 껍질을 까서 생 회로 초장에 찍어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거나,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한다. 생회로 먹을 때는 알이 실리지 않은 봄철에 먹는 게 제일 좋다. <동의보감>, <자산어보> 등 우리 문헌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세종 15년(1433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정(蟶) 항목에 속명을 ‘마치(麻致; 맛)’라고 적고 ‘맛이 달고 성질은 온(溫)하고 독이 없으며, 몸이 허약함을 보(補)하고, 냉리(冷痢; 장이 허해 생기는 이질), 부인의 산후 허약, 가슴속 사열(邪熱), 번민의 기(氣)를 다스리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 바다 진흙 속에 살며 길이가 2,3치(=약6~9cm)이고 크기가 손가락만 하고 양 머리가 열려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1850년경에 이규경에 의해 집필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자해파리변증설(鮓海玻璃辨證設)’ 편에 정자(蟶鮓; 가리맛조개젓)에 대한 기록도 전해온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느끼기는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법이다. 순천 낙안읍성 한 식당의 주인아주머니는 조개 중에 가장 맛있는 건 맛조개라고 말한다. 맛깔난 맛조개 요리를 한 상 그득 내놓으며 이렇게 설명한다. “맛조개 회무침은 초장이 좌우해서 홍매실 원액을 잔뜩 넣어요. 애호박과 양배추 양파 부추 깻잎에 삶은 맛조개를 넣어 무치면 맛이 환상이죠. 맛조개 된장찌개는 무 대파 파뿌리 멸치 다시다로 육수를 내고 표고버섯 가루도 넣은 다음 꽃게와 참맛에 된장 풀어 정성으로 끓여내지요. 감칠맛의 맛조개구이도 워낙 좋은께 술 한 잔 하세요.” 성화에 못 이겨 소주 한잔 들이키면 용왕이 따로 없다.
일본 수출로만 약 15억 원의 수출고를 올리고 있는 순천만 가리맛조개의 물량확대를 위해 순천시와 전라남도는 중간 육성장과 저온저장고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품질관리를 통해 신선하고 질 좋은 맛조개를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도 순천만 일원에 가리맛조개 양식장 적지를 확보하고 인공종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해 2017년 10월에 100만 마리의 종묘를 살포한 바 있다. 가리맛에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성패(成貝)가 되는 데 4~5년이 걸리는 꼬막과 견주어 가리맛은 2~3년 만에 성패가 되고, 산지 가격도 성패 1마리당 꼬막이 150~180원인 데 반해 가리맛은 200~250원으로 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순천시는 시 산하에 음식관광팀을 꾸려 권역별 음식특화거리 조성, 순천맛집 요리대첩, 대표음식 브랜드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순천만 가리맛조개가 지역특화품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순천만 습지와 정원박람회와 연계되는 생태체험 관광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대밭, S자 물길 등 숨 막히는 풍경을 선사하는 순천만과 천연의 건강한 맛을 지닌 에코푸드(Eco-food)를 함께 즐기고 맛볼 순천 맛 기행을 제안한다. 특별히 가리맛이 제철인 7월 초~8월 말 사이를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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