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미더덕지리적표시 수산물 제16호-창원진동 미더덕미더덕에 발목 잡혀 살아온 세월이 벌써 34년, 그동안 1만6천여 명의 제자가 나를 떠났다. 그들이 이제 마산을 지키고 있다. 세월의 배를 함께 타고 가노라면 노잡이는 항상 그들이 된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시인 공영해의 수필 일부이다. 제목을 ‘미더덕에 발목 잡힌 세월’이라 붙였을 정도로 그는 마산 어시장 좌판의 비리도록 싱싱한 아침을 잊지 못한다. 얼마 전 마산-창원-진해가 한데 묶여 통합도시 창원으로 거듭났지만 인접한 진해 태생인 나로서도 그곳의 아구찜, 미더덕찜 맛에 발목 잡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측성해초목 미더덕과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인 미더덕은 멍게와 유사하며 크기는 좀 작다. 우리나라의 삼면, 일본, 시베리아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일본에서도 ‘에보야(えぼや)’라 부르며 식용한다. 향이 독특하고 씹히는 소리와 느낌이 좋아 여러 요리에 사용되고 있고 진해만을 중심으로 남해안의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양식장과 배 바닥에 많이 붙어 자라는데, 마산 합포 진동면 일대가 전체 미더덕 어획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긴 타원형이고 5~10cm 크기의 손가락만 한 몸에 자루가 붙어 있어 이 자루를 통해 바닥과 붙는다. 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물을 내보내는 출수공이 몸 앞쪽 끝에 있으며, 입수공은 배 쪽으로 약간 굽었고 출수공은 앞쪽을 향해 있다. 몸의 빛깔은 살아가는 곳의 주변 색깔에 따라 다른데 황갈색에서 회갈색, 등황색이며 몸 안쪽은 흰색이다. 몸의 표면은 가끔 해면, 히드라, 군체, 멍게로 덮여 있다.
한 개체에 난소와 정소가 모두 있는 자웅동체이지만 자신의 난소와 정소를 수정시키지 않고 서로 생식 세포를 교환하여 유성 생식을 한다. 7~9월에 수온 15~21도 정도에서 산란한다. 어릴 때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서 해류를 따라 떠다니다가 이후에 바닥에 붙어 자란다. 3~4월이 주 성장기로 2~15도 정도의 찬물에서 살고 20도 이상의 수온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먹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4~5월이 수확기인데, 이때 미더덕은 그 이후에 수확된 것에 비해 맛 성분인 유리 아미노산의 함량이 1.8~2.2배 높고 EPA, DHA도 많다.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미더덕을 '음충(淫蟲;음탕한 벌레라는 뜻)'이라 칭하고 ‘모양은 양경(陽莖)을 닮아 입이 없고 구멍이 없다. 물에서 나와도 죽지 않는다. 볕에 말리면 위축되어 빈 주머니 같이 된다. 손으로 때리면 팽창한다. 즙을 낼 때는 털구멍에서 땀을 흘리듯 하며, 가늘기가 실이나 머리칼 같고 좌우로 비사(飛射)한다. 빛깔은 회색이다.'라고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미더덕은 물을 의미하는 고대 가락국 말인 ‘미’에 ‘더덕’이 합쳐진 말이다. ‘바다에서 나는 더덕’이라는 뜻인데 생김새도 더덕과 비슷한 데다 껍질도 두툼하여 더덕처럼 벗겨 먹어야 한다. 미더덕의 대용품으로 널리 이용되는 오만둥이는 미더덕과는 사촌지간으로 경상도 말로 '오만 데 다 붙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오만디, 통만디, 만득이, 흰멍게, 썰미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미더덕에 비해 껍질이 두꺼우면서도 부드러워 껍질째 먹는다. 향은 미더덕보다 다소 떨어지나 오독오독 씹는 느낌이 좋아 젊은 층이 선호한다. 한편 미더덕을 터트릴 때 나오는 물은 미더덕이 먹이로 먹은 미역이나 다시마 등이 소화된 액체이므로 요리할 때 이를 빼내지 말고 함께 조리해도 무방하다.
미더덕은 향미와 씹는 느낌이 독특하여 음식 재료로 많이 쓰인다. 된장국을 끓일 때 넣거나 각종 해산물을 이용한 탕, 찜, 찌개류에 사용된다. 알이 작거나 껍질을 깔 수 없는 것은 맛이 좋지 않으니 유의할 것. 특별히 끓인 음식 속의 미더덕은 요주의해야 한다. 그냥 터트려 먹다가는 입 천장을 데이기 일쑤. 천천히 식혀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미더덕의 영양 성분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열량과 콜레스테롤은 적게 포함하면서 비타민E, 비타민B의 일종인 엽산, 비타민C, 철분,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EPA, DHA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미더덕의 효능을 살펴보면
1.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하여 성인병 예방 및 학습기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불포화지방산인 EPA/DHA의 조성비가 45%로 멸치, 정어리, 고등어 등 등푸른생선보다 오히려 높다. 2.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 성분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서 피부미용에도 좋다. 3. 카로티노이드계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어 유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DNA 손상을 막아주어 노화 방지에 큰 도움을 준다. 4. 타우린, 아스파라긴산 등 기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간 기능 보호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경남대 식품생명학과 연구팀은 미더덕에 함유되어있는 단백질이 혈압상승을 유발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를 억제하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미더덕 껍질을 벗겨내듯 하나하나씩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흔히 해물찜 속에 들어가는 것을 모두 미더덕으로 부르지만 알고 보면 오만둥이 일색이다. 3월에서 5월 사이가 제철인 미더덕은 통째로 먹는 오만둥이와는 달리 과일 깎듯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한다. 좋은 미더덕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매끈하게 생긴 놈을 골라야 한다. 해마다 4월 중순이면 경남 창원에선 <진동미더덕축제>가 열린다. 미더덕의 진미를 맛보고 싶은 분은 한 번 다녀가 보시라.
끝으로 콩나물미더덕찜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미더덕 300g, 콩나물 300g, 미나리 150g, * 양념 (고춧가루 2큰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2큰술, 녹말·육수 1+1/2컵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참기름 적당량), * 육수 (다시마 10*10cm 1장, 무 1/3개, 양파 1/2개, 국물용 멸치 5마리, 물 5컵) * 만드는 법 1. 미더덕은 물에 헹구고, 콩나물은 꼬리를 제거한다. 미나리는 씻어서 5cm 길이로 자른다. 2. 냄비에 분량의 물을 붓고 다시마, 무, 양파, 국물용 멸치를 넣어 끓인다. 3. 속이 깊은 냄비에 2의 육수, 미더덕, 고춧가루, 다진 생강, 간장 등의 재료를 넣고 센 불에서 5분 정도 살짝 끓인다. 4. 3의 미더덕에 1에서 손질한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센 불에서 1~2분간 살짝 볶는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숨이 죽으면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5. 육수 1/4컵에 멍울이 생기지 않게 녹말을 풀어 넣은 다음 30초 동안 살짝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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