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酒好리뷰 ③ 몽키숄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유명한 싱글몰트 본고장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와 칵테일 '몽키 잼 사워''주호'라는 이름을 가지고 술을 좋아하게 된 것은 재미난 우연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주호酒好와 발음이 같아서다. 필자는 앞으로 1주나 2주에 1회 간격으로 흔히 '양주'라고 불리는 서양 증류주와 리큐르, 칵테일, 기타 주류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리뷰하고자 한다.
'몽키숄더 Monkey Shoulder'는 이름부터 재미있는 위스키다. '원숭이 어깨' 라는 뜻의 얼핏 우스꽝스러운 이름은 사실 위스키 생산을 위한 장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전통 방식으로 보리에 싹을 틔워 몰트(엿기름)를 만드려면 대량의 보리를 바닥에 깔아두고 매일 넉가래나 갈퀴 등으로 뒤집어줘야 한다. 이를 '플로어 몰팅'이라고 부른다. 이 뒤집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장인들은 어깨가 원숭이처럼 굽어졌다고 한다. '몽키 숄더'는 그 굽어진 어깨의 장인들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몽키숄더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다. 일반적인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에는 보리 엿기름으로 만든 몰트 위스키와 기타 다른 곡물로 만들어진 그레인 위스키가 같이 들어간다. 반면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만 여러 종류 섞어서 만든다. '몽키숄더'는 그중에서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Speyside' 지방의 원액을 섞어 만든다. 이 지역에는 '글렌리벳' '글렌피딕' '맥캘란' '발베니' 등 수많은 유명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들이 모여 있는데 '몽키숄더'에는 그 중에서 '글렌피딕'과 '발베니'의 원액을 비롯해 다양한 원액이 들어간다고 한다. 스페이사이드 원액의 특징으로는 주로 꽃이나 과일의 복합적인 풍미가 뽑힌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몽키숄더' 200ml 병을 구했다. 위스키는 보통 700ml나 750ml 사이즈의 병으로 나오는데 가격이 비싸거나 혹시 취향에 맞지 않을까 봐 선뜻 구매하기 힘들 때가 있다. 이럴 때 편의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병은 소중하다. 양이 작아 한 번 사서 체험해보기 좋고 귀여운 생김새로 수집욕도 자극한다. 필자가 발견한 몽키숄더 200ml 병의 편의점 가격은 1만원 중반대였다. 몽키숄더 700ml 병이 주로 5만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용량 대비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다. 여기에 편의점 포인트와 지역화페를 적용하자 가격은 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맛을 보기 위해 글렌캐런 잔을 채웠다. 향이 올라오도록 잔을 돌려준다. 코를 처음 대어볼 때 느껴진 것은 나무향이다. 훈연향이나 피트향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코를 찌르려는 알콜에 코를 멀리했다가 다시 천천히 가져가면 달콤한 꿀 비슷한 향이 난다. 스페이사이드의 특징이 이런 것인가 싶다.
입을 조금씩 적시면 꿀의 풍미와 풀 같은 맛이 미미하게 들어온다. 그러다가 볶은 보리와 같은 맛으로 끝난다. 스모키함은 없지만 어째선지 시골 할머니댁의 아궁이가 머릿속을 스친다. 구수하기 때문일까?
다시 코를 대어 본다. 꿀이나 초콜릿에 가까운 향이 나는 것 같다. 마셔보면 꽃 꿀에서 나는 것과 닮은 맛이 입 안을 감싼다. 비유하자면 아카시아꿀이나 밤꿀에는 못 미치지만 사양벌꿀보다는 강한 개성이다. 개성의 정도로 치면 야생화꿀이 가장 가깝지만, 야생화꿀의 풍미가 난다는 뜻은 아니다.
좀 더 많은 양을 훅 넘기자 몽키 숄더 특유의 성질을 알 것도 같다. 어딘가 새콤한 과일이나 채소의 풍미가 입과 목을 지나간다. 마신 뒤의 여운은 길지 않다. 보리 등의 고소함이 느껴지다가 금방 깔끔하게 씻겨나가지만 결코 아쉽진 않다.
몽키숄더는 '칵테일에 최적화된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 잔 만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몽키 잼 사워 Monkey Jam Sour'는 유명한 칵테일 '위스키 사워'의 레시피를 응용한 몽키숄더 브랜드 공식 레시피 중 하나다. 셰이커에 얼음과 함께 몽키숄더 50ml, 레몬즙 20ml, 잼 두 스푼, 설탕 시럽 5ml, 그리고 오렌지 비터스 1대시(약 5~6방울)를 넣고 잘 흔들어준 뒤 얼음이 든 온더록스 잔에 따라내면 된다. 여기서 비터스란 과거 서양에서 약으로, 지금은 칵테일의 양념 같은 역할로 쓰는 술이다. 구하기도 어렵고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재료는 아니니 생략해도 괜찮다.
필자는 잼으로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사용했다. 다른 재료인 레몬즙과 같은 시트러스여서 그런 것인지 맛에서 잼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몽키숄더의 부드러운 풍미에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마시기 편했다. 몽키숄더는 어느 칵테일에든 사용하기 좋은 도화지 같은 위스키라는 느낌을 받았다.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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