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민 칼럼] 위풍당당한 아이들을 위하여

김보민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이사장 | 기사입력 2023/01/11 [08:59]

[김보민 칼럼] 위풍당당한 아이들을 위하여

김보민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이사장 | 입력 : 2023/01/11 [08:59]

▲ 김보민 사단법인 헝겁원숭이 이사     ©편집부

 

- 선생님 엄마가 또 애기를 낳았어요. 근데 또 아들이예요. 딸이길 바랬는데.

각기 엄마가 다른 4남매집 장녀인 아이가 나에게 소근소근 이야기한다. 이제 남동생이 네명이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곧 중학생이 되는 이 아이가 공부를 할 공간은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함께 도시락을 받으러 오던 남동생은 얼마전 쉼터에 들어갔다. 그 사실은 H에게 전해들었는데 H는 아빠와 단 둘이 살다가 실습나가서 번 돈을 한푼도 주지않자 아빠집에서 나와 쉼터들어간 아이이다. H의 말에 따르면 쉼터에 들어온 아이는 밥을 엄청 많이 먹고 키가 한달만에 10센티미터나 컸다고 한다. 

 

- 선생님 우리집 4남매예요. 그렇지만 엄마는 다 같아요. 

오해 방지를 위해 이렇게 미리 알려주는 친구가 있는 반면 

- 선생님 전 엄마 없어요. 

- 엄마 없는 사람이 어디있어?

- 아빠랑 엄마랑 이혼해서 이제 없어졌다니까요

- 같이 안살아도 엄마는 있는거야. 

이렇게 속상한 얘기를 대놓고 하는 아이도 있다. 

 

- 그러니까 학교끝나고 밤중까지 니가 동생을 다 돌보는 거야?

- 네. 엄마아빠는 밤11시 넘어서 오시니까요. 

- 애들 감기걸릴까봐 식당가지말라고 한거야?

- 감기걸리면 골치아파요. 

어린이집에서 막내동생을 데리고와 밥먹고놀자식당에서 돌보는 이 아이는 이제 중학교2학년 남학생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은 여자아이인데 머리도 묶어주고 간식도 챙긴다.  

- 저 동생이 또 생겼어요. 사촌동생인데 10개월동안 같이 산대요. 

- 그럼 돌봐야하는 애가 늘어난거야?

- 괜찮아요. 하나나 둘이나,

 

 얼마전 3년 이상 함께 해온 한 아이가 한밤중에 우리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짐을 싸서 가출했는데 쉼터에 연결해달라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아이의 엄마는 전부터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최근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의 강도가 점점 심해져서 더 이상은 집에서 살수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직원이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짐을 싸서 나온것을 보니 얼마나 야무지게 싸왔는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속도 상하고 때로는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생명력을 발견한다면 이상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한 단단한 기운을 느낀다. 중학교에 간 남동생4명인 아이는 학교생활 잘 하고 있고, 쉼터에 간 동생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밥도 잘먹고, 동생을 돌보면서도 자기 할일 다하고, 엄마는 없지만 공부도 잘하고 가출을 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볼 궁리를 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반드시 이 아이들을 지켜주리라 다짐이 든다. 어른들이 살기에도 힘든 이 세상 속에 거센 바람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을 어른들은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야 주어야 한다. 이 멋진 우리의 미래에게 무엇이 아까우랴!  2023년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좋은 어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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