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세 부자가 1월 10일부터 1월 16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주로 올레길 걷기를 했다. 여행 기간동안 약 75km를 걸었다.
3일차(올레 3코스)
우리의 여행 예산은 비행기 값과 숙소비를 포함하여 총 100만 원이었다. 일주일 동안 제주도 여행하는 사람들의 예산 치곤 매우 적은 금액이다. 당연히 먹는 데 쓸 수 있는 돈도 부족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던 둘째 날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점심을 식당에서 해결했고, 3만 원이 깨졌다.
우리는 제주 여행 3일 차인 1월 12일 아침 이른 시각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도시락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던 것이다. 밥솥 등의 조리기구가 숙소에 있어서 가능한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는 주먹밥을 만들고 간편 미역국을 끓여서 보온병에 담았다. 전날 저녁 식사 때 먹었던 오징어젓갈도 챙겼다. 숙소를 나설 때 우리가 멘 가방은 전날보다 무거웠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코스였는데, 도시락을 먹고 일어서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로운 자극을 줬다. 우리는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걸었다. 비를 맞는 숲과 귤 농장이 기분 좋은 냄새를 내뿜었다.
비 내리는 시골은 평화 그 자체다. 그러나 그 평화 속에서도 어떤 광경은 우리를 자못 충격에 빠트렸다. 어느 밭에 귤이 한 무더기 버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날 당근밭에서도 상당한 양의 당근이 버려져 있는 모습을 봤었다. 이상했다. 넓게 펼쳐진 밭과 농장이 자기가 이렇게 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폐기 농산물들을 내보이는 것만 같았다.
분명한 건, 저 폐기 귤 더미가 귤이 과하게 많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 더미에서 먹어도 될 것 같은 귤을 집어 맛있게 까먹는 아빠와 동생의 모습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저 귤들을 먹을 사람들은 많고 많지 않나? 그럼 과연 저 귤들은 어디에서 과잉이었던 것일까? 먹을 사람이 없어서 버려진 게 아니라면 저건 낭비 아닌가? 단순히 버린 사람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걸었던 코스도 종점은 바다에 있었다. 비도 오고 바람과 파도도 셌다. 어제의 순한 제주 바다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맞고 있자니 꼭 배 갑판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바로 뒤쪽에 넓은 방목장이 있어서 뭔가 (가보지도 않은) 영국 같기도 했다. 제주는 마치 여러 그림을 간직한 갤러리 같다고 생각하며 이날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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