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칼럼] 마음의 거울

김진웅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3/01/31 [00:10]

[김진웅 칼럼] 마음의 거울

김진웅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입력 : 2023/01/31 [00:10]

▲  김진웅 선문대교수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본다. 아침 깨어난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 속에서 익숙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제도 보았던 모습이자 내일도 다시 보게 될 모습이다. 매일 보아도 지겹지 않다. 오히려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때론 새롭기까지 하다. 이를 통해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 자신에 빠지게 된다. 마치 셀카문화가 급속하게 번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확산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지나친 자기애(自己愛)는 대신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미디어는 타자와의 소통을 매개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매개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관계를 매개하는 대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아매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도 피상적인 외면만 비춰준다. 거울은 속성상 외양만 반향해주는 도구이다. 우리의 얼굴이나 신체 모습만 되돌려주는 반사체이다. 나를 마주하는 너의 자리를 거울이 차지하면서 대화는 사라지고 독백만 난무한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떠도는 유튜브 영상은 나와 너의 대화를 위한 장이 아니라 나의 독백의 장 일 뿐이다.      

 

이런 거울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소외감이 더욱 깊어진다. 거울이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 마음의 거울은 없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래된 거울과 같은 부부들의 모습이다. 부부는 육안으로 바라보는 거울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는 거울과 같다. 서로에게 마음의 거울인 것이다. 비록 깨끗하고 투명한 새 거울이 아니라 손때 묻은 반투명 거울과 같지만, 서로 모난 모습을 콕 찍어 비춰주곤 한다. 마음의 모습을 늘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사람이 부인이자 남편이다. 마음의 거울은 얼굴이나 외모를 비춰주는 대신, 상대방의 언행, 즉 말과 행동을 비춰준다. 들을 때는 늘 불편하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거 같다. 이를 받아들일 때, 거울 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찾을 수 없었던 마음의 티끌들이 하나씩 사라지곤 한다. 모난 돌 같던 마음 구석구석이 점점 다듬어지는 걸 느낀다. 

 

부부는 상대를 그냥 바라만 보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남편은 부인 통해서, 또 부인은 남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곤 한다. 거울이 얼굴을 비춰주듯, 부부는 서로 파트너의 현재 모습을 깨닫게 해주는 동반자이자 도반(道伴)이다. 이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서로 인생의 진정한 멘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부부갈등은 사라지고 서로 신뢰가 깊어가게 된다.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거울을 깨트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배우자에게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또한 가까이 있는 거울이 보석임을 알지 못하고 멀리서 구하려고만 한다. 이를 반영하듯 TV, 유튜브 등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넘치고 넘친다. 하지만 이들은 조언자에 그칠 뿐, 나의 진정한 거울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거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도, 깨닫는 것도 남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 과잉의 시대, 때론 내 인생도 전문가가 대신 살아주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내 앞에 있는 거울 속에서 나를 재발견하는 것이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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