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칼럼] ‘신경치료’는 신경을 죽이는 치료인가?

구강건강 칼럼 ②

조성훈 로얄패밀리치과 원장 | 기사입력 2023/03/14 [08:36]

[조성훈 칼럼] ‘신경치료’는 신경을 죽이는 치료인가?

구강건강 칼럼 ②

조성훈 로얄패밀리치과 원장 | 입력 : 2023/03/14 [08:36]

  어느새 개구리가 잠을 깨고 만물이 약동하는 절기인 경칩(驚蟄)이 되었습니다. 군포시민 여러분 모두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시면서 대지의 생명력으로 충전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치료차 치과에 갔을 때 흔히 듣게 되는 ‘신경치료’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의 가슴 속에 심장이 있듯 치아도 두 겹의 껍질(법랑질, 상아질)을 벗겨보면 신경과 혈관이 존재하는 ‘치수(齒髓)’라는 기관이 나옵니다. 충치가 심하거나 치아에 금이 가거나 세게 부딪히거나 해서 치수에 병이 생기게 되면 여러분은 상상하기도 싫은 극심한 치통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그럴 때는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요?

네, 염증으로 인해 부어오르고, 가스와 고름이 생성되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주범인 ‘치수’를 제거해주게 됩니다. 마치 오염된 굴뚝을 깨끗이 청소한 후에 재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밀봉해 버리듯, 병든 치아도 한가운데 구멍을 뚫어 오염된 신경과 혈관들의 집합체인 치수를 깨끗이 제거한 후 멸균소독상태를 조성, 충전재를 이용해 치아 속을 메워버리는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를 ‘신경치료(치수치료)’라고 부릅니다.

 

  엥? 신경치료라니, 치료받으면 신경이 되살아나는 게 아닌가요? 이런데다 치료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나요? 좀 이상하죠? 사실 ‘신경치료’라는 말은 학문적인 공식용어는 아닙니다. 치료상 흔히 쓰는 표현이 돼버렸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관(管)치료’ 정도가 적합하다고 하겠습니다. 치의학 교과서에는 ‘근관(根管) 치료’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치근(치아 뿌리) 속의 관(통로)을 깨끗이 하는 치료’ 대략 그런 뜻이 되겠네요.

 

  치과 개원의 초년생 시절, 외국에서 살다 오신 환자분께서 신경치료라는 단어에 영 적응이 되지 않으신지 “아니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하면서 그게 무슨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셨을 때, 치과의사인 저도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용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계기였구요, 이후로 늘 환자분들께 말씀드리기를, “신경치료는 신경을 살리는 치료가 아닙니다. 한번 병든 신경은 불행히도 다시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대로 방치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고름이 치아 뿌리로 빠져나와, 주위의 뼈가 녹아내리는 상황이 발생해 치아를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으므로, 치아 속 오염된 신경을 제거하고 멸균시켜 밀봉하는 치료를 ‘신경치료’라 하는 것입니다”라고 이해 시켜드리고 있습니다.

 

  치아에 구멍을 뚫어서 뿌리 끝까지 신경, 혈관을 제거하고 나면 치아는 온전할까요?

그럴 리가 없죠, 혈관이 치아 내부에서 수분, 영양을 공급해주지 못하니 치아는 고목나무처럼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고요, 또한 치아를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놓았으니 물리적으로도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2차 세균감염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고요. 따라서 신경치료 후에는 왕관처럼 치아를 덮어씌우는 ‘크라운(Crown)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애써 살려놓은 치아를 발치(拔齒)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를 피하고 싶으시다면, 치과에서 권유하는 대로 크라운 치료까지 꼭 마무리하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치과의사라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신경치료는 정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신경치료는 아프지 않습니다만, 아무리 치료를 꼼꼼히 한다고 해도 성공률이 80~90%에 못 미치거나 수명이 자연치아보다는 짧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기적인 치과 검진으로 치아 건강의 위험 요소들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최상임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최근에는 충치가 심한 경우, 신경치료 대신에 ‘신경 보호제’로 병든 신경을 살리는 최첨단 치료법도 호평받고 있다는 희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유치 및 초기 영구치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필자 조성훈 : 치의학박사, 소아치과 전문의, 로얄패밀리치과 원장

 

▲ 로얄패밀리치과 조성훈 임지영 부부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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