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일하고 고작 3만원, 폐지 줍는 윤 할아버지 이야기버는 돈 적지만 직업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일 해아침 10시에 나와서 폐지 수집 노동을 하다가 저녁 12시에야 집에 들어가는 노인이 있다. 금정에 사는 70대 윤 할아버지다. 3월 11일 토요일, 쉬는 날 없이 365일 일한다는 그의 하루를 엿보기 위해 뒤를 따라가 보았다.
윤 할아버지의 일과
윤 할아버지는 세 곳의 거점을 중심으로 일한다. 산본시장 입구와 산본시장 뒷골목, 그리고 산본시장 근처의 한 과일가게 앞이 바로 그의 거점이다. 거점이란 다름 아닌 ‘폐지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그는 거점마다 리어카를 세워둔다. 일의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폐지에 ‘임자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 거점들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것들과 고물상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그래서 윤 할아버지는 많이 걷지는 않는다(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걸은 거리 약 5km). 하지만 걷는 시간이 적은 만큼 한 곳에서 오래 일한다. 쌓여 있는 종이 박스를 하나하나 접어서 리어카에 싣는 작업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다 실었을 때 리어카가 꽉 찼으면 고물상으로 끌고 가고, 안 찼으면 다른 거점으로 이동한다.
이렇게까지 일하는 이유
윤 할아버지는 포천의 한 염색 공장에서 일했었다. 그러다 회사가 망해 어머니가 사는 금정으로 이사 온 것이 대략 20년 전이다. 그중 산본시장 주변에서 폐지를 수집한 기간이 10여 년. 폐지 수집은 노후 대비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녀들의 형편도 넉넉지 않은 데다 연금도 가입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땅히 일할 만한 곳도 없었다. 10년 전도 지금도 폐지 수집이 사실상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이다.
다만, 아무리 노후 대비가 중요한 일이라 해도 주말까지 포기할 일일까. 궁금해져서 “주말엔 쉬셔도 되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그럼 종이 박스 널려 있는 거 어떡해요. 이게 믿음이 중요한 거예요”. 윤 할아버지가 매일 폐지를 치울 것이라는 상인들의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려는 책임감이 그가 주말에도 하루 종일 일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이다.
그러나 보상은..
하지만 그 책임감으로 하루 14시간 동안 일한 대가는 턱없이 적다. 고작 3만 원. 윤 할아버지가 산본 시장과 주변 상가에 기여한 부분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이다. 윤 할아버지는 사실상 산본시장 일대의 청소부 노릇을 하고 있다. 하루 동안 처리하는 폐지의 양은 말할 것도 없다. 폐지에 딸려 오는 온갖 다른 쓰레기들도 윤 할아버지가 처리한다. 그 덕분에 상인들은 폐지와 다른 쓰레기를 세심하게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또 상가 앞 길가에 종이 박스가 조금만 쌓여 있어도 윤 할아버지가 바로 처리한다. 덕분에 안 그래도 좁아서 경적 소리가 요란한 도로가 더 좁아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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