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이가타 시민 "군비확대·원전추진 멈추고 아시아연대의 길로"

한국 대표 "한일, 고래 싸움에 영리하게 대처하는 '돌고래 연합' 이뤄야"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 ②

전주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3/22 [16:42]

일본 니이가타 시민 "군비확대·원전추진 멈추고 아시아연대의 길로"

한국 대표 "한일, 고래 싸움에 영리하게 대처하는 '돌고래 연합' 이뤄야"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 ②

전주호 기자 | 입력 : 2023/03/22 [16:42]

한일반핵평화연대와 아시아평화시민넷이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이라는 제목으로 2월 28일부터 3월 7일까지 7박 8일간 일본에 방문했다. 니이가타에서 시작해 도쿄,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 고쿠라, 세모노세키, 나가사키, 후쿠오카를 거치며 각지에서 평화교류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방문 중 있었던 주요 사항을 일본 현지 주민, 재일교포 등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전한다.

 

▲ 한일반핵평화연대와 아시아평화시민넷이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을 통해 니이가타, 도쿄,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 고쿠라, 세모노세키, 나가사키,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여정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 (자료=구글 어스)


 

 

"일본이 다시금 경제대국, '강한 일본'이 되고자 군비 확대와 원전 추진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파멸의 길"

 

아리타 준야(有田純也) 일본 니이가타현평화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기시다 정권의 군비 확대·원전 추진 기조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 도쿄역에서 니이가타역으로 향하는 신칸센에서 촬영한 '설국'의 풍경. 2023년 2월 28일 촬영.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한일평화여행 첫 교류회 장소인 니이가타시로 향한 것은 2월 28일 오후였다.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해 신칸센으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니이가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일본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었다고도 전해지는 지역이다. "현 경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라는 소설 첫 문장과 같이, 터널을 지나 니이가타현에 들어선 이후로는 창밖으로 눈 덮인 산과 들판이 이어졌다.

 

이날 교류회는 니이가타시 반다이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일본측에서는 사이토 에츠오(齋藤悦男) 니이가타현평화운동센터(이하 평화센터) 의장과 와타나베 히데아키(渡辺英明) 사회민주당 니이가타현연합(이하 니이가타사민당) 간사장을 비롯해 니이가타 시민 약 20명 정도가 참석했고, 한국측에서는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넷 대표를 비롯한 5명이 참석했다.  

 

▲ 일본 니이가타현평화운동센터와 사회민주당 니이가타현연합, 한국 아시아평화시민넷이 주최한 한일 시민 교류회가 2023년 2월 28일 일본 니이가타현 니이가타시 반다이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아리타 평화센터 사무국장은 원전 이야기로 운을 뗐다. "도쿄전력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7호기를 올 여름 이후 재가동하려 한다. 그러지 않으면 6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이가타현 가시와자키시에 있는 가리와 원전은 출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이다.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가동이 중단된 이 원전의 7호기를 올해 10월까지 재가동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리타 사무국장은 "지난주(23년 2월 넷째주) 아사히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 재가동 찬성이 과반수를 웃도는 51%가 됐다"며 우려를 표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임금 동결 정세 속에서 원전을 재가동하면 전기요금이 내려간다는 눈부신 거짓말의 선전이 침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니이가타현은 전기를 도호쿠전력으로부터 공급받는다. 도쿄전력이 소유한 가리와 원전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전력회사가 달라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니이가타에는 '원전을 가동하면 전기요금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아리타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기시다 정권의 원전 추진 기조를 군비 확대와 더불어 '일본을 멸망으로 이끄는 도화선'이라고 보고, 앞으로 일본은 자유민권 사상가 나카에 초민(中江兆民)이 주창한 '소국주의'의 길을 걸어야 하며 여기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수 대표는 이같은 발언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소국보다는 '미들 파워(중견국)'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발언을 인용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닌, 영리한 '돌고래 연합'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미국·중국·러시아와 같은 '그레이트 파워(패권국)'는 힘이 세서 언제든 독점하고 억압할 위력이 있으므로, 유라시아의 '돌고래 파워'들이 고래와 같은 그레이트 파워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아리타 준야(有田純也) 일본 니이가타현평화운동센터 사무국장이 2023년 2월 28일 일본 니이가타현 니이가타시 반다이시민회관에서 열린 한일 교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와타나베 니이가타사민당 간사장은 "2017년 아리타 사무국장과 함께 한국에 왔을 때 시민단체가 '아베 체포'를 외치는 것을 보았다"며 "일본 매스컴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아베 전 총리의 본질을 한국 시민들이 꿰뚫고 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정권은 미국의 압력으로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 2015년 안전보장관련법 등 여러 악법을 만들었다"며 그의 노선을 이후 스가, 기시타 정권이 이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년간 43조 엔의 국방 관련 예산 증액, 기시다 정권의 2022년 12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담은 안보 법안 가결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날은 국방비 6조8천억 엔과 방위력 강화자금 3조 엔을 포함한 예산안이 야당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하원인 중의원을 통과한 날이기도 했다. 와타나베 간사장은 "우리가 약하다. 큰 시위 없이 법안이 통과되는 현실이 분하다. 이대로면 일본국 헌법 제9조(일명 평화헌법)가 사실상 말살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오늘 이렇게 한일 시민과 교류하며 용기를 얻었다. 참의원(일본 상원)에선 통과되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니이가타 도키멧세 컨벤션 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가 있는 니이가타현 사도가섬의 '사도 금광'을 홍보하는 포토존. '니이가타상공회의소와 RYUTist(니이가타현의 아이돌 그룹)는 사도 금광 세계유산 등재를 응원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2023년 3월 1일 촬영.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다음날인 3월 1일 한국 방문단은 니이가타시 탐방을 통해 과거 북일항로의 창구였으며 블라디보스토크와도 이어진 항구도시 니이가타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주요 관광지이자 비즈니스 중심인 '도키멧세 니이가타 컨벤션 센터'에서는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가 있는 니이가타현 사도가섬의 '사도 금광'을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홍보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지지하는 어두운 면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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