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방문 일본 후쿠오카 목사 "패권국 전략 넘어서야 평화 있어"

후쿠오카 교류회 / '일본 최초 개신교회' 오사카 가와구치교회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 ③

전주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3/26 [13:29]

우크라이나 방문 일본 후쿠오카 목사 "패권국 전략 넘어서야 평화 있어"

후쿠오카 교류회 / '일본 최초 개신교회' 오사카 가와구치교회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 ③

전주호 기자 | 입력 : 2023/03/26 [13:29]

한일반핵평화연대와 아시아평화시민넷이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이라는 제목으로 2월 28일부터 3월 7일까지 7박 8일간 일본에 방문했다. 니이가타에서 시작해 도쿄,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 고쿠라, 세모노세키, 나가사키, 후쿠오카를 거치며 각지에서 평화교류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방문 중 있었던 주요 사항을 일본 현지 주민, 재일교포 등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전한다.

 

▲ 한일반핵평화연대와 아시아평화시민넷이 '2023 동유라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평화여행'을 통해 니이가타, 도쿄,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 고쿠라, 세모노세키, 나가사키,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여정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 (자료=구글 어스)


 

"현재의 평화운동은 미국·러시아 양 대국의 전략에 말려들어 있다. 이를 넘어서야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기무라 고이치(木村公一) 목사의 말이다. 한일반핵평화연대 일본측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평화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 기타큐슈시 고쿠라키타구에 위치한 재일대한기독교회 고쿠라교회. (사진=김성진)

 

한국 방문단은 3월 4일부터 7일까지 일본 규슈 섬 기타큐슈의 대도시 고쿠라를 거점으로 삼았다. 고쿠라는 태평양전쟁 당시 히로시마에 이어 미국의 핵폭격 목표로 지정됐으나 기상 악화로 목표가 나가사키로 바뀌며 폭격을 피한 곳이기도 하다. 재일동포 인권운동을 해온 주문홍 재일대한기독교회 고쿠라교회 담당목사의 배려로 장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방문단은 시모노세키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뒤 규슈의 중심지인 후쿠오카에서 여정을 마쳤다.

  

3월 7일 후쿠오카조난(城南)교회에서 교류회를 가졌다. 황남덕 규슈 세이난대학 신학교수, 기무라 고이치 목사, 사와 마사유키(澤正幸) 목사, 후쿠오카 반핵평화운동가 아오야기 유키노부(青柳行信) 씨 등이 한국 방문단을 맞이했다.

 

기무라 목사는 우크라이나에 두 차례 방문했으며 난민 모금도 2회 전달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1년째 활동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원인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자국내 러시아계 주민을 학살한 것이 러시아의 개입을 유발한 것 아닌가'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입을 열었다.

 

"1999년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에서 아파트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의 주동자가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제2차 체첸전쟁을 일으켰다. 테러에 대응하는 군사행동은 국가의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체첸 침공에, 러시아는 아프간 침공에 대해 서로 눈을 감았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계 주민에게 군사행동을 벌이기 전 우크라이나에선 테러가 발생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행동을 비난하고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을 정당화한다면 러시아의 체첸 침공 또한 비난해야 한다"는 것이 기무라 목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현재의 평화운동은 미·러 양 대국의 전략에 크게 말려들어 있다.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후쿠오카에서 2023년 3월 7일 열린 교류회에 참석한 사람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아오야기 유키노부 씨, 여섯 번째가 사와 마사유키 목사,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기무라 고이치 목사. (사진=이대수)     ©군포시민신문

 

사와 목사는 유신 독재 시기 한국에서 활동하며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다 1979년 강제출국 당한 故 사와 마사히코(澤正彦) 선교사의 동생이다. 고인은 민주화운동을 지원한 외국인 선교사 중 유일한 일본인이다. 황 교수는 그를 "고인의 동생으로서 유지를 이어 한국·일본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오야기 씨는 평화 뱃지를 가득 붙인 모자를 쓰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일본내 외국인 지문날인 제도 반대운동 때도 가톨릭·개신교가 함께 반대해 철폐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현재는 미군기지 문제 등에 대해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자리에 모인 모두는 평화운동 조직의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젊은 세대의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무라 목사는 현재 우크라이나 청년과 일본 청년의 교류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2019년부터 일본에서 선교사 활동을 해온 황 교수는 "2022년 대학 교수로 임용된 덕에 학생들과 같이 평화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며 규슈 소재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 제주 강정마을 여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왼쪽)오사카 니시구의 하중도(河中島)에 위치한 일본성공회 가와구치교회 전경. (오른쪽 위)가와구치교회가 오사카 근대교육의 발상지임을 명시한 비석. (오른쪽 아래)예배당 왼편인 남측 벽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1992년 설치된 것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꽃을 동양화풍으로 표현해 교회 스테인드 글라스로서는 드문 표현 양식을 보인다. 모두 2023년 3월 3일 촬영.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이에 앞서 3월 3일 오사카에서는 '일본 최초의 개신교회'인 153년 역사의 일본성공회 가와구치교회에 방문했다. '강 입구(川口)'라는 지명 답게 강 하구를 통해 들어온 선교사들이 사무라이 자제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것에서 시작해, 오사카 근대교육의 발상지이자 일본 최고(古)의 개신교회가 됐다. 오사카 관광 사이트에도 지역의 주요 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오사카를 덮쳤을 때는 허물고 새로 지을 것을 고려할 만큼 위기를 맞았으나 교인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도움을 준 덕택에 최대한 원형을 유지해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왼쪽)가와구치교회에서 보관 중인 나전칠기 십자가. 유시경 신부는 이것을 기독교가 일본화된 모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른쪽)예배당 한쪽 벽에는 지금도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23년 3월 3일 촬영. (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주임사제인 유시경 스테반 신부는 일본 굴지의 성공회대학이자 시인 윤동주의 첫 유학처였던 릿쿄대학에서 2000년부터 10년간 교목으로 재직하며 '윤동주 국제교류 장학금'을 만드는 등 일본에서의 윤동주 기억하기에 힘써 왔다. 그는 윤동주에게 릿쿄대 명예 졸업장을 주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일본 문학부 교수들이 김소월, 이육사는 아는데 윤동주는 모르더라. 그래서 교수들을 한국에 데려가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한국엔 윤동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음을 보여줬다"는 일화도 전했다. 

 

▲ (왼쪽)오사카 이쿠노구 츠루하시에 형성된 코리아타운. 일제시대부터 4.3 사건에 걸쳐 제주도인이 다수 이주한 지역이지만 지금은 제주의 영향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운데)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 신사의 백제 도래인 왕인 박사 시비. 왕인 박사는 일본 전통시 '와카(和歌)'의 시조로 여겨진다. 츠루하시 일대는 일찍이 한반도 도래인이 정착했던 곳으로 돼지를 기르는 땅이란 뜻의 '이카이노'라 불렸다. 미유키모리 신사는 한반도-일본간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서기 300년 경의 닌토쿠 덴노를 모시는 신사다. (오른쪽)왕인박사 시비의 한글 안내문. 모두 2023년 3월 4일 촬영.(사진=전주호)  © 군포시민신문

 

그는 "일본 재일한국인의 60%가 오사카에 살며 그 중 11%가 제주도 출신이다.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이유다"라며 오사카 재일교포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8년 문재인 방일 이후 좋아졌던 재일교포사회의 분위기가 정권교체 이후 1년만에 오사카·고베 영사 교체 등을 겪으며 다시 '냉장고에 들어갔다'"는 현지의 정세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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