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 참관기] 내란 공조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4/12/09 [08:20]

[탄핵 집회 참관기] 내란 공조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4/12/09 [08:20]

  12월 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범국민촛불대행진’ 행사에 다녀왔다. 오전에 미리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들렀다. 전쟁을 부추기는 윤 정권에 맞서 전쟁의 참상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적지 않은 국내외 방문객들 틈바구니에서 한국동란 일대기를 관람하는 동안, 길 건너 대통령실 앞에서는 복수의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삼각지역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늦지 않게 여의도로 향했다.

 

▲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하며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경기중부 시민들이 참여한 모습이다. (사진=안재우)  © 군포시민신문


  가는 길은 험난했다. 동작역 환승구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려던 시각이 오후 2시 30분경, 국회의사당역 방향 승강장이 이미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역사를 빠져나와 다른 방도를 찾아 잠시 현충원에 들렀다. 간 김에 12.12사태 때 반란군에 대항하다 순직한 김오랑 중령 묘소에 찾아가 참배했다. 버스를 타야 하나, 그러나 현충원 정문 너머 버스정류장도 여의도로 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9호선 개찰구로 들어서니 승강장 계단 위에까지 사람들이 줄 서 있지 않은가. 역사 바깥으로 발길을 옮기는 일군의 무리를 따라가니 여의도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그래, 나도 걸어가자. 한강변을 따라 장장 1시간 반 동안 걷는 새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9호선 국회의사당역 전철 승하차를 일시적으로 중지시켰으며, 여의도 내 버스 진입도 본 행사 때부터 통제했다고 한다.

 

  힘들게 여의도공원 앞에 도착한 오후 4시경, 최대한 국회의사당 가까운 곳까지 진입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반쯤 떠밀려서 KBS 게이트2 건너 의사당 돔이 보이는 곳까지 당도한 시각이 4시 반가량, 의사당 정문 입구에서부터 여의도공원 너머까지 수많은 인파가 대오를 정렬해 있고, 앞 무대에서는 쉼 없이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나 그 소리는 공중에서 흩어졌고, 단지 참가자들의 구호 함성만 쟁쟁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윤석열 퇴진, 윤석열 체포...”

 

▲ 12월 7일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사진=안재우)   © 군포시민신문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군포사람 세 사람과 오후 5시부터 열리는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지켜보는 가운데 결과가 나온 시각이 5시 반경, 국회의원 300명 전원 출석 ‘찬성 198 대 반대 102’ 2표 부족으로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철수, 김예지 두 의원만 남은 채 탄핵 의결에 앞서 하나둘 회의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회의장 분위기가 극도로 경색되기 시작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힘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회의장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고, 우원식 의장은 4시간가량 회의 표결을 미루며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보고 있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표결에 응하라”고 촉구했으나 결국 표결 불성립이 선포되었다. 

 

  표결 불성립을 선포한 늦은 시각까지 시민들은 대오를 흐트리지 않고 국회를 둘러싸고 “탄핵”을 외쳤다. 함께했던 김O순은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 국힘은 끝까지 국민의 짐이 되고 있다”고 했고, 배O정은 “암 투병 중에도 국회를 응원하러 나왔는데, 내란 사태마저 정략적으로 처리하는 저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라고 했으며, 진O재는 “개만도 못한 XX들, 이제는 저들을 끌어내려야 한다. 저들은 정상적인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망치려는 내란 공범·동조자들에 불과하다”며 분개했다. 

 

▲ 12월 7일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사진=안재우)   © 군포시민신문


  표결 불성립을 자초한 10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며 나는 이 당이 내란 공조당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염려한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이 과거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만 내세우며 당과 자리만을 보지(保持)하려는 태도는 국민보다는 당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반민주적당이며 내란을 공조 하는 당이 되어 버렸다는 평이 파다하다. 

 

  이날 참가한 시민 수는 경찰추산으로 10만 명, 주최측 추산으로는 1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광장에 나왔고, 늦은 시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합세했다. 도로 측면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대절버스들이 즐비했고, 본 행사에 앞서서는 전국에서 집결한 수천 명의 대학생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모든 장면들을 보면서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나 역시 자랑스럽다.

 

▲ 12월 7일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사진=안재우)     ©군포시민신문

 

  이튿날 외신을 보니 일본 후지TV는 윤석열을 ‘정신이상자(亂心)’라 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윤석열은 반드시 ‘사퇴/하야(Resign)’하거나 ‘탄핵(Be impreached)’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의 ‘혼란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고, 우방인 미국 의회조차도 ‘계엄은 불법,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탄핵 불성립 이후 다음 수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윤석열의 하야를 조건부로 ‘질서있는 퇴진’을 밝히고 있고, 야당은 ‘내란수괴를 감싸는 저들의 꼼수는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며 공식적인 입법 절차를 거쳐 반드시 탄핵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불법·부당한 현 정권 유지를 허용해 줄지, 국민을 저버린 저들을 응징하고 새 판을 짜도록 해야 하는지는 온 국민이 냉철하게 판단하여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늦은 밤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정대)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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