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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집/가옥을 말할 때, 방과 마루가 있는 본채는 크게 차이 날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얼굴이라고 할까, 마지막에 덮는 지붕은 개성이 완연하다. 이 때문에 집의 형태를 말할 때는 지붕에 따라 달리 부른다.
가장 원초적이자 근대까지 명맥을 이어온 지붕 재료는 어느 정도 길이가 요구되는 풀[草]이다. 띠•(억)새가 주류로서 이것으로 집을 지으면(結茅•結草) 곧 띠집•새집(茅屋)이 된다. “신라 경문왕 원년의 일이었다. 고승 두운조사가 이곳 소백산 기슭으로 와서 풀을 엮어 암자를 한 채 지었으니 이것이 희방사 창건의 시초였다.”(고영근<희방사 창건설화와 池叱方(寺) 해독에 대하여>) 제주도에서 띠풀은 산간에 따로 관리하는데 그 밭을 ‘새밭’이라고 한다. 전에 사용했던 새는 그을었다고 해서 ‘그신 새’라고 한단다. 이후 볏짚이 지붕 재료로 쓰이게 되자 ‘새’의 뜻이 확장되어 여전히 ‘새집, 새ㅅ집’으로 불리는데 한자로는 草家(초가)다. ‘새집’은 『두시언해』에 여러 번 나온다. 지금도 노인들 가운데는, 어렸을 적 ‘샛집’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초가집’은 ‘역전앞’ 같은 겹말[동어반복]이다. “샛집은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자연에 순응하여 뒷산을 닮는다” (김홍식, <우리의 삶을 담은 집>).
샛집에서 한 단계 발전하면, 오래 견디고 견고한 널빤지가 지붕 재료로 쓰인다. 장만하고 다듬는 데에 기술과 연모가 필요한데. 이렇게 지은 집이 ‘(널>)너새집’이다. “나무쪽으로 덮은 기와여서 짚으로 엮거나 외얽어 벽을 치는 풍속이 없다(안재홍, <백두산등척기>). 나중에 생긴 말 ‘기와’가 앞 단계를 설명한다. ‘새’라는 낱말이 잊혀져 가는 중이다. 그러므로 ‘널기와집’이나 ‘너와집’도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인제군 내설악에는 1970년대까지도 너새집이 50여 채나 자리 잡고 있었다. 한데, 새마을사업 또는 산불을 방지한다고 일시에 ‘정리’되고 말았다(김우선, <내설악 화전민 취락과 너개집 분포>). 일본 산간마을 시라카와고(白川郷. 세계문화유산)의 억새지붕과 통나무 벽체에서 보듯이 그들의 전통가옥 양식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같지 않다. 이웃 나라에서는 전통가옥을 보존하여 세계인의 관광지로 만드는데, 우리는 샛집과 너새집 마을이 안중에 없었다.
널빤지 대신에 돌판으로 지붕을 이은 집이 있다. 백석 시 가운데 “곬이다한 산대밑에 작으마한 돌능와집이 한 채 있어서”(『함주시초(咸州詩抄)』)라는 연(聯)이 있다. 너새 나무판이 돌판에 붙어버렸다. 아니면, 돌새 사이에 나무판을 끼운 구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돌’을 내세운 것을 보면 ‘돌새집’인데 지붕재료를 뜻하는 ‘새’를 이번에는 ‘기와’도 아닌 ‘능와’로 갈음하였다. 그만큼 산간지방에는 너새지붕이 많다는 증거다. ‘너와’는 지역에 따라 ‘능애’로 변해 갔고, 돌기와는 ‘돌능애’라고도 불렀다. 이런 고유어도 점차 자리를 감추고, 지붕돌에 색깔을 명시하여 근래는 ‘청석(靑石)집’이 대세다. 그 가운데는 초록, 검정, 노랑색도 끼어 있다. 광물 용어로는 점판암(粘板巖)이다. 켜[層]로 잘 갈라지므로(납작돌=판석) 지붕돌은 물론, 벼루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성남시 운중동에는 이런 지역색 있는 돌새집이 몇 채 있었다. 서판교를 개발하면 어차피 없어질 터이므로 그대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옮겨서 학습가옥으로 쓰거나, 그대로 두어도 고귀한 겨레 유산이 보존되는 갸륵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10여 년 지나 한중연에는 저명한 대목을 모셔서 번듯한 한옥이 지어졌다. 전국에 통하는 ‘모범답안’이라고 할까. 삼천리 강토라고 말하지만 지역별로 가옥 구조도 조금씩 다르다. 강원도 속초박물관에는 이북 5도별(道別)로 나누어 도마다 다른 가옥을 재현하여 청소년과 뜻 있는 분들이 즐겨 찾는다.
지붕은 계속 발전하여 그 마지막 형태가 ‘디새집’이다. ‘딜>디’는 ‘구은 흙’ 즉 질그릇 갈래의 하나로서 애초 띠•풀을 이르는 말 ‘새’를 이어받아 ‘너+새’처럼 디+새가 되었다. 당초의 낱말이 같은 용도로 쓰이는 나중 것에도 그대로 쓰이는 현상이다. 말이나 마차가 머무는 정거장을 ‘역(驛)’이라 한다. 그래서 말 마(馬) 변이 붙었다. 시대가 지나 버스나 기차가 주요 탈것이 되었지만 이름은 그대로 받는다. 버스역, 지하철역은 말[馬]과 무관한데도. 흥부네가 둥근 박을 켰다는 ‘박’은 둘로 쪼개면 ‘바가지’가 된다. 요즈음,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 그릇도 ‘박타령’을 해서인지 그대로 ‘바가지’가 되었다. 너새나 디새에서 보듯이 토박이말은 살아 있지만 모국어 인구가 써주지 않아 변방으로 밀렸다. 겨우 (암•수)막새, 드림새, 곱새, 적새 같은 기와 용어에 일부 남아 있다. 가신[故] 이지누 선생은 우리 주거문화를 살리고 사랑하고자 2001년에 잡지 <디새집>을 창간하였다. 이 멀쩡한 날에 내가 사는 집 이름이라도 제대로 불러보자는 속셈이었는지 … .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한자 草의 뜻[訓]에다가 하나 더 추인(追認)하여 ‘풀 草’만이 아니라 ‘새/기와 草’도 넣어야 마땅할 것이다. (신종원, <지붕재료 ‘새[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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