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9월 들어 1년 반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 압박과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AI 호황’에 기댄 수출 성장세가 불안한 균형 위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 수출, 12.7%↑… AI 산업이 견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은 전체 수출 증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AI 서버와 고성능 연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출하량은 올해 들어 각각 20%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AI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일부 품목 집중형 성장이기 때문에 산업 구조 전반의 회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美 투자 압박·EU 철강규제, 대외 리스크 ‘삼중고’
수출 회복세와는 달리 외교·통상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에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기업의 현지 생산비중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무리한 투자 강요는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 역시 철강 수입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EU의 보호무역 강화가 국내 철강산업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중동 정세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 리스크가 한국의 수출환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둔화 완화 속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의 성장률을 0.9%로 전망하며 “물가 안정이 유지되는 가운데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 둔화를 완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반도체·AI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연구개발(R&D) 지원과 인력 양성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기획재정부는 “AI 투자와 제조업 혁신을 중심으로 한 수출 다변화 전략을 통해 내수·고용을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호황 뒤엔 구조적 불균형”… 전문가 경고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호조를 ‘단기적 호황’으로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AI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는 기술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 특정 산업 변동에 따라 전체 수출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제조업 구조의 재편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학자는 “미국과의 투자·무역 협상에서 기술 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단기 호황이 오히려 장기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호황’이 진짜 회복의 신호가 되려면
AI 반도체가 이끈 수출 성장세는 한국 경제에 ‘숨통’을 틔웠지만, 그 이면에는 외교적 압박과 산업 의존도가 뒤얽혀 있다. 한국이 이 호황을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미국·EU와의 협상력 강화, ▲AI 산업 외 제조업 경쟁력 보완, ▲내수 진작과 고용 안정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한국 경제의 다음 분기 성적표는, 기술 호황을 ‘일시적 반등’으로 끝낼지 ‘구조적 회복’으로 연결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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