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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칼럼] ‘전환시대의 논리’에 대한 생각
12월 5일 리영희 선생님 9주기에 부쳐
 
김동민 단국대 강사   기사입력  2019/12/03 [10:12]

리영희 선생님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1974년에 출판한 『전환시대의 논리』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유신체제로 이어지면서 언론에 대한 통제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진실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영향을 미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미군 감축과 한 · 일 안보관계의 전망’(『政經硏究』 1970년 8월호)을 복기해보기로 한다.

 

▲ 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신서 4    © 군포시민신문


1970년은 전태일의 분신이 가른 역사의 분기점이었다. 노동운동의 큰 흐름이 형성되는 동시에 차관에 이어 들어온 외국 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개발독재 체제가 꿈틀대던 때였다. 국제적으로는 30년 동안 건국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의 날개가 꺾였다. 그 여파로 신자유주의가 꿈틀대면서 유전공학과 정보화시대가 잉태되기도 했던 시대다.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금태환 중지를 선언했고,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처럼 1970년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환의 시대였다.


지금도 기본 바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전환의 시대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지형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었고, 신자유주의의 파산은 민중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으며, 미국은 촘스키의 표현 그대로 깡패국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와 친미사대주의의 준동이 최고조에 올라 서 있다.   


1970년 당시 종이호랑이로 전락해가는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는 한편으로 주한미군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워했다.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전제로 아시아의 방위를 일본으로 하여금 상당 부분 대신하게 했다. 일본의 재무장과 그 연장선에서 일본과 대한민국의 군사협력도 모색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핵심인 지소미아까지 왔다. 해서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다시 찾게 된다.


미국은 청일전쟁 시절부터 조선을 종속변수로 취급하고 일본을 지원했다. 일본으로 하여금 청(淸)의 지배권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대륙에서 이권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조선은 일본의 수중에 들어갔다. 그걸 두고 나라가 독립되었다고 조선 조정은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신문을 발행하기도 했었지. 그리고 미국은 중국을 넘보는 러시아도 일본으로 하여금 제압하도록 도왔다.


드디어 중국은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차지가 되었고, 조선은 미일의 조약에 의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제국주의 침략의 관성적 법칙은 일제의 중국 본토 침략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져 두 나라는 치열하게 싸웠지만, 반공 자본주의의 DNA는 다시 두 나라의 관계를 원상으로 회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한일 국교정상화를 압박하면서 다시 청일전쟁 시기의 국제관계로 데자뷰처럼 복기해놓았다. 1964년 미국 국방차관의 말이다.

 

“……미국 정부는 일본이 장차 아마도 한반도의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을 방위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감시전력-공격전력이 아니라 방위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한반도에 다시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은 미국의 지상군 사단을 증강할 필요 없이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전환시대의 논리』, 198쪽)

 

 일본의 자위대는 지금은 공격전력까지 갖추고 한반도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동아시아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1970년대의 미국 경제는 베트남 전쟁의 후과와 제조업 경기의 하락 및 오일쇼크로 인해 곤두박질을 쳤다. 하여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다. 당시 분위기에 대해 선생님은 “우리 지도자들이나 국민들이 ‘근시에 난시까지 곁들인’ 안식(眼識)으로 세계의 정세와 대한민국의 위치를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 정부의 군사 전략가들이 오늘날 일본 군사력을 증강 · 현대화시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책임을 분리시키려는 대아시아 정책은 이미 20년의 역사를 가지는 것이다. ……한 · 일 국교정상화는 한 · 일 양국 정부의 의도는 어쨌든 그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추진원동력이 된 미국으로서는 경제 · 정치적인 성격과 아울러 군사적인 ‘기본계획’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역사는 지정학적 운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일본 열도는 한반도를 둘러싸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하고 있어서 미국에게는 1차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을 것이다. 일본이 그것을 이용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미국과 의기투합 하는 형국이 구한말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체적이고 지혜로운 대처다. 선생님은 “국제사회에서의 ‘객관적인 자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국민에게 ‘주체적인 자기’가 있을 리 없다”면서 ‘주체의 상실’을 지적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과도하고도 무례한 방위비 요구에 대해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지소미아 파기를 요구하고, 해리스 대사의 오만방자한 언동에 대해 질타하는 등 많이 발전하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언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신문들의 한미동맹 신봉에 대해서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정치와 언론은 국민들의 수준만큼 반응하게 마련이다. 전통적인 언론에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언론이다. 냉혹한 국제정치에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상황인식과 주체적인 대응으로 전환시대에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리영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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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03 [10:1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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