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병역법 등이 제정되어 있는 바, 이러한 국민개병國民皆兵의 원칙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반상의 계급제도 속에서 소위 양반은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상민만이 병역 의무를 부담하는 역사를 거쳐 온 우리에게는 병역의무 이행을 회피할 수 있다면 회피하려 하는 문화가 은연 중 자리하게 된 가운데 국민개병의 병역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계급제도가 없는 국민평등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징표라 할 만하다 하겠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8.6.28.“병역 종류 규정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들(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모두 군사훈련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러한 병역을 부과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2011헌바379)”고 선고했고, 이에 응하여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 입영을 강제함으로써 그들에게 종교적 신념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2018.11.1.,2016도10912)”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선고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2019.12.31.에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병역의 종류로 대체역이 규정되고, 동시에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대체역이 병역의 한 종류로 도입될 때,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을 사실상 면탈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 사실인데, 위 대체역 복무에 관한 법률상, 대체역 복무자들이 근무하는 곳은 교정시설 등이고 근무기간도 36개월로 현역병보다 훨씬 길어서 현역병의 징집을 피하고 대체역 제도를 편법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은 많이 없앴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이 향후 대체역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지침이 될 만한 판결을 잇달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법원이 2020.7.23.선고한 2018도14415판결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려면 피고인이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주장하는 ‘양심’이 과연 그 주장에 상응하는 만큼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실제로도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원심(2심을 말함:필자 주)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속한다는 점을 일반론으로 밝히는 정도에 그쳤을 뿐,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그의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하여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충분한 심리 없이 피고인의 변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니 이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논지로, 1심의 유죄판결을 번복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여 환송하였고, 이에 앞서 대법원 2020.7.9.선고 2019도 17322판결에서는(2016.4.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데 대하여, 당시 대법원은 위 2018.11.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진정한 양심적 병역 거부 기준에 따라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하였고, 이어진 파기환송심은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에 대하여 다시 검사가 재상고하여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임) “피고인은 자신이 이른바 모태 신앙인으로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의 영향 하에 어렸을 때부터 신봉해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종교의 공적인 모임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그 종교의 다른 신도들로부터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요한 의식인 침례를 병역거부 당시는 물론이고 항소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어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는 사건의 특성상 침례 여부는 양심과 불가분적으로 연계된 종교적 신념이 얼마만큼 피고인에게 내면화·공고화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초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침례를 받지 않은 경위와 이유는 물론이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원심은 피고인이 실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않았다며 다시 파기환송했다.
이들 대법원 판결은 위 2018.11.1.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교적 쉽게 인정하려는 하급심 법원의 태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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