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리영희 선생 10주기 추모하며 생애 마지막 16년을 보낸 군포에서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의 글을 기고 받거나 이들을 인터뷰해 연재한다. 25년 전 군포시민신문의 발기인으로 지역신문 창간 지원에도 아낌없이 지원하셨던 선생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추모한다.
대학에 입학한 직후 리영희교수의 명저 ‘전환시대의 논리’를 접하고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겪었던 기억을 갖고 살았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 관해 선생님의 글이 놀라웠다. 중학교 시절 베트남전쟁 참전부대가 부산항에서 출발했기에 공립학교라 가끔 동원되어 ‘자유수호를 위한 파병용사’를 응원했던 기억이라 더욱 그러했었다.
그러다가 1977년 10월 말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학내시위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현재의 서대문 형무소 역사박물관)에 수감되었었다. 며칠 후 그 사동에 리영희교수께서 필화사건(전환시대의 논리 8억인과의 대화 등 저서를 통해 리영희선생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반공법 위반죄 적용)으로 구속되어 빨간딱지가 붙은 방에 들어 오셨다. 반공법 위반이라 그런 것이다. 당시 긴급조치 위반자가 입감된 방에는 노란딱지가 붙어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사동에는 김지하님도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세수나 면회하러 들락거릴 때 소개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것이 구체적인 첫 만남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그해 겨울 리영희교수께서 모친상을 당하셨고 나도 모친상을 당해 슬펐는데 동병상련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80년대 초반 기독교장로회 총회에 잠시 임시 알바 수준으로 일하고 있을 때 리영희교수의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 강연이 마련되어 준비를 도우면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동아시아 현대사를 꿰뚫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원고화해서 총회 회보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93년 산본 신도시 소각장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뵙게 되어 가끔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1995년 5월 군포시민신문을 창간할 때 리영희선생도 참여해 주셨다. 그리고 군포환경자치시민회가 창립되면서 고문으로 참여해 주셨다. 그래서 가끔 고문님들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98년 4월 운영위에서 고문인 리영희교수 이우정교수(전 국회의원) 차관영목사를 모시고 고문 운영위원 집행위원 연석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소각장건설 중단 관련 논의하고 6.4지방선거에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송재영 집행위원장을 환경자시민회가 지지하는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었다.
선생님은 술을 즐겨하셨기에 가끔 방문하면 적포도주를 한잔 내 주시기도 했다. 윤영자사모님께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시기도 했는데 “의사가 혈액순환에 좋으니 한 잔씩 마시라고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2004년 1월 초 환경자치시민회 임원들과 함께 군포 중심상가 복집에 모셔 저녁식사를 함께 한 적도 있었다. 리교수께서는 태운 복어꼬리를 넣고 데운 정종 히레사케를 즐겨하셨다. 소소한 행복이고 함께하는 즐거운이었다. 며칠 후 군포시민신문사로 팩스를 보내셨다. 당시 핸폰이 없던 시절이라 자리를 내가 비워 통화할 수 없어 직접 팩스를 넣으신 것이다. “이바구(상의)할 일이 있으니, 수고스럽지만 전화 한번 주십시오”, 그리고 “일전에는 좋은 벗들을 알게 되고, 유쾌한 저녁을 보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라고 선생님의 명함을 붙여 추신으로 적어 보내셨다. 신년이나 설날에는 환경자치시민회 임원들과 함께 새배하러 방문했었는데 기회가 되면 일본 사케나 포도주를 가지고 가기도 했다.
2006년 초 안양군포의왕지역 전교조를 비롯해 시민단체 공동 주최로 선생님의 자서전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대화/ 리영희 대담 임헌영’ 출간을 기념해 안양교육청 강당에서 강연겸 대담 자리가 마련된 적이 었었다. 나는 선생님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측근(?)이라 대담 사회를 맡게 되었다. 덕분에 밑줄치며 선생님의 책을 읽었고 선생님께 질문요지를 설명드리고 그럭저럭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은 강연이나 발표를 위해 힘든 과정이 있다고 설명하시면서 특히 통계나 숫자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직전에 리뷰를 해서 기억에 담아 두었다가 말씀하신다고 하셨다. 그 덕분에 선생님은 책 첫머리에 자필로 ‘이대수님을 위해 쓰다. 2006.1.2. 리영희 직인’으로 소중한 선물을 주셨기에 잘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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