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길에서 길을 찾다

신완섭 작가

산들 기자 | 기사입력 2021/01/20 [16:07]

[서평] 길에서 길을 찾다

신완섭 작가

산들 기자 | 입력 : 2021/01/20 [16:07]

올 1월에 출간된 이 책은 ‘기행 산문&시집’이다. 산문이면 산문집이고 시이면 시집이지 산문&시집은 뭔가. 산문 속에 시가 있고 시에도 짧은 산문이 실려 있어서다. 저자는 2016년에 등단한 시조시인이자 식품연구가라서 그간 10여 권의 관련 서적을 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기행문집이다. 책의 머리말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길에서 길을 찾다 책표지   © 군포시민신문

 

2020년 지난 한 해는 역사기행에 푹 빠져 지냈다. 코로나 창궐로 외출을 자제해야 했건만 자제령의 강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기행의 맛에 빠져들며 조급증의 강도도 높아져만 갔다. 연초에는 매 주말 ‘나홀로 기행’을 다녔으나, 7월부터는 생태환경운동가 L 씨의 초대로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참자연교사회>의 소그룹 답사행사에 동참하였다. 이들은 수년째 역사기행을 다니고 있는 베테랑 팀으로 사학자 두 분의 해박한 해설과 가이드 두 분의 탁월한 기획과 사전답사가 돋보이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어린 학생들을 동반하여 후학을 가르치는 역사 야외교실 역할도 하고 있다.

 

역사기행을 하다 보니 시대와 장소만 달리할 뿐, 언제 어디서건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과거를 들추어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알차게 꾸려 가라’는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 가르침을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기행문을 남기다 보니 언제부턴가 답사 정리는 내 몫이 되어버렸다. 기행이건 독서건 대개의 자발적 행위는 유·무형의 길을 형성한다. 역사기행은 사람의 발자취를 발로 더듬어보는 것이요, 독서는 눈으로 헤아려 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발자취에서 묻어나는 사람들의 향기와 악취를 가려내어 진실을 밝히고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우리 모두는 길을 나서는 게 아닐까.

 

국내외기행문 말고도 제3장 ‘잘난 사람 vs 못난 사람’을 통해 사상의 은사 故 리영희 선생과 불온서적 『반일 종족주의』로 파문을 일으킨 이영훈 일당을 대비하며 ‘길(way)’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산문 속에 다음과 같은 시조를 올려 잘남을 칭송하고 못남을 질타한 것이다. 

 

   람 위에 신 없고 참 위에 거짓 없다

   대의 허를 찔러 잇속을 채우느니

   난에 주릴지언정 바른길로 가리라

 

   리치에 맞지 않는 언행을 삼가시오. 

   도자, 지도자가 엇길로 새는 사이

   비의 쌍곡선에서 쏟아냈던 바른말   - 시조 ‘사상가 리영희’ 일부 -

 

   반한 얼굴에 침이나 좀 바르소

   제의 강제징용은 없었다? 자진해서

   노릇 머슴노릇 한 노예근성만 있을 뿐! 

 

   보를 따져봐서 그대 뿌릴 캐고 싶소

   머니에 들어간 송곳처럼 도드라져

   뭉한 두꺼비 옛말 한다더니, 그대였소!   - 시조 ‘반일 종족주의’ 전문 -

 

저자는 스스로를 ‘단풍(短諷; 짧은 풍자) 시인’이라 부른다. 시제로 운을 띄워 풍자와 위트를 곁들인 시를 짓고 있어서다. 전국을 떠돌며 그때그때 풍자와 해학을 시로 남겼던 김삿갓처럼, 저자의 생각에 ‘시는 산문을 즐길 수 있는 감초’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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