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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통에 대하여
김영춘 지음
 
신완섭 기자   기사입력  2021/01/25 [08:53]

누군가 ‘A에 대(對)하여’라고 말한다면 이는 화자(話者)가 A와 전적이며 전면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A에 관(關)하여’라고 말한다면 화자와 A가 반드시 전적인 관계일 필요는 없다. 따라서 본서는 지은이가 ‘고통’과 직접적이고도 내재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담긴 걸까?

 

고통에 대하여 표지   © 군포시민신문

 

이야기는 1979년 10월 부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당시 고교생이었으나 10월 16일부터 닷새간 격렬했던 ‘부마항쟁’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착검한 군인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한 시민을 때려 쓰러지고 있는 모습을. 열흘 뒤인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살해된다. 이듬해 잠시 ‘서울의 봄’이 오나 했더니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수천의 광주시민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는다. 재수 끝에 고려대 문과대 수석으로 영문과에 입학한 지은이는 광주의 아픔을 전해 듣고 치를 떤다. 그리고 총학생회장에 선출되며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선다. 그가 바로 3선 국회의원이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김영춘이다.

 

스스로 문학도가 되길 바랐던 영춘은 내 고등학교 2년 후배이자 고교 시절 월요문학회 활동을 같이했던 문학지기라서 그의 인품을 잘 안다. 선배들에게 예의 바르고 매사가 진지했던, 그러나 항상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던 후배였다. 함께 창작한 시를 발표하고 시화전도 열고 동인시집도 발간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생생한데 벌써 40년 세월이 흘렀다. 일개 범부로 살아가는 나에 비하면 그는 온 국민이 존경하는 정치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치열했던 비망록이자 동시대를 걸어온 사람들의 회한과 반성이고 후세에게는 잘못된 과거를 일깨우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자는 다짐이다.

 

제1장 독재자 추방하기(1979~1987), 제2장 야만에서 민주주의로(1987~1997), 제3장 좋은 정부, 나쁜 나라(1997~2007), 제4장 고통에 대하여(2008~2017)는 지난 40년 한국 정치사의 고통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통의 공감 정도는 나도 지은이 못지 않지만, 이 중 3,4장에 해당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취했던 잘못된 정책,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 채택, 정당의 헤쳐 모여, 기업과 노동의 양극화, MB의 부자비호 정책, 뉴라이트의 발호 등으로 인해 민초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 갔음을 확인하게 된다. 다만 전두환, 노태우 군부정권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문민정부를 거치며 예전의 권위적인 정부의 행태를 일신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이후 되돌이표 역주행을 했던 명박·근혜 정부조차도 민주주의로 가는 성장통이었음을 촛불 혁명을 통해 국민들이 깨닫게 된 것도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이었으니 그는 가감 없이 고통 뒤에 따르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많은 정치가들이 서울공화국에서 자리 잡으려 여념이 없을 때, 그는 바보 노무현의 이어받기를 선택한다. 고향 땅이지만 연고도 적어지고 낯설기까지 한 부산, 그것도 보수적 색채가 가장 짙은 부산진구를 지역구로 국회의원에 출마, 낙선 끝에 당선되고 부산시장 선거에도 끝없이 도전장을 내민다. 얼마 전 국회 사무총장 자리를 내놓고 또다시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려 한다. 그의 출마의 변은 이렇다. “몇 해 전 부산에 <오륙도연구소>를 둔 것은 더이상 부울경의 낙후를 방치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저는 ‘부울경 메가시티론’을 주창하며 첫 번째 과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꼽고 있습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의 발전은 동북아 허브를 장악할 수 있는 국가적 핵심과제입니다. 애국심과 양심의 명령대로 정치를 해보고자 했던 초심대로 저는 부산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합니다”

 

그는 잘 웃는다. 그런데 그의 웃음은 항상 진지하다. 고통을 맛보았던 지난 40여 년을 희망의 지렛대로 삼아 만인에게 웃음을 선사하고자 한다. 4년 전 연말이었던가, 서울에서 열렸던 월요동문 모임 때 국회의원에 낙선하여 백수 상태로 함께 자리한 그를 보고 내 한 해 후배이자 영춘의 한 해 선배인 석동현(전 동부지검장)이 “영춘아, 니 우째 사노, 나는 지검장 걷어차고도 변호사로 잘 묵고 사는데, 니 걱정이 마이 된데이... ”염려반 농담반 말을 던지자 “행님, 걱정 마이소,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풀칠 하겠습니꺼, 낙마한 이유를 알았으니 다음에는 잘 될 겁니더” 그의 태도는 언제나 낙천적이되 분석적이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악착같은 그의 ‘성공 경험’은 주변 사람들, 나아가 온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대개 정치인들이 쓴 책 내용이 제 자랑 일색이라면, 이 책은 지난 40여 년간의 한국 정치사를 반추해 보는 소중한 기록이자 저자의 소신이 피력된 정치철학서이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정치교양서이므로 일독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문득 그가 학창시절 천연덕스럽게 부르던 노래 <꽃순이를 아시나요>가 떠오른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꽃처럼 어여쁜 꽃순이~~” 이제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영춘이를 아시나요, 해처럼 빛나는 영춘이~~” 앞으로도 쭉 그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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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5 [08:53]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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