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고추장제8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순창 전통고추장인가에 요긴한 일, 장 담그는 경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초 담으소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861년)』 중 삼월령의 한 대목이다. 3월에 고추장 담글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선조들은 주재료에 따라 찹쌀고추장, 수수고추장, 보리고추장, 팥고추장 등 다양한 고추장을 개발했다. 역사적으로 고추장이 우리나라에서 식용되기 시작한 것은 16세 기말 무렵으로 추정된다. 멕시코 일대가 원산지인 고추는 1493년 콜롬부스에 의해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614년 광해군 6년 때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어 왜개자(倭芥子)라 불려졌다. 처음에는 생고추나 고추씨를 술안주 등으로 사용하였으나 곧이어 메주와 쌀 등 전분질 원료를 배합시킨 고유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발전시켰다.
임진왜란을 겪었던 허균의 저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초시(=매운 메주)란 용어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고추장임이 밝혀졌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유중림; 1766년)』에는 장 담그는 법이 나오고 ‘콩으로 만든 말장 가루 한 말에 고춧가루 세 홉, 찹쌀가루 한 되를 취하여 좋은 청장으로 침장한 뒤 햇볕에 숙성시킨다.’고 쓰여 있어 그 당시 고추장 제법이 상당히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영조 때 이표가 쓴 『소문사설(謏聞事說, 1740년)』에는 ‘순창고추장 조법’이 소개되어 있다. 즉 전복, 큰새우, 홍합, 생강 등을 첨가하여 타지방과 특이한 방법으로 고추장을 담갔는데 그 맛은 물론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였다는 것이다.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슬픈 가족사를 남기기도 했지만, 매우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로 조선왕조 최장수 왕이 되었다. 영조의 장수비결은 소식(小食)하는 습관과 더불어 인삼과 고추장을 무척 즐겼다는 데 있다,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먹는 걸 그렇게 즐겼다 하니 제아무리 산해진미 수라상이라 해도 고추장 맛을 따라잡진 못했나 보다.
순창고추장의 유명세는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조 이성계가 어린 시절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던 순창의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들렀던 어느 농가에서 매운 장을 곁들인 맛있는 점심을 먹고 환궁한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고추가 도입되지 않았던 때라 천초(=초피나무 열매 껍질)로 담근 장이었겠지만 이후 이곳에서 만든 고추장 맛 역시 천하의 일품이어서 임금님께 진상되었다.
이처럼 순창고추장이 유명해진 이유는 순창의 날씨와 연관이 깊다. 순창은 우리나라에서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곳이다. 이는 일조량이 최고라는 뜻이다. 풍부한 일조량은 고추장이 발효되는데 필수라서 맛이 깊고 좋아진다. 또 물에 철분 등 미네랄이 많아 남다른 맛을 낸다. 순창장류연구소가 밝힌 순창고추장이 맛있는 이유로는, 첫째 음력 8월과 9월 사이 메주를 띄워 음력 동짓달 중순과 섣달 중순 사이 발효에 가장 적합한 시기에 담그기 때문이요, 둘째 콩과 멥쌀을 6:4로 혼합하여 고추장 제조에 적합한 메주를 쓰기 때문이요, 셋째 순창지역에서 생산된 고추, 콩, 찹쌀 등 국내산 원료만을 쓰기 때문이요, 넷째 연평균 섭씨 12.4도, 습도 72.8%, 안개일수 77일로 최적의 발효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순창이 자랑하는 전통 고추장의 종류로는 1. 찹쌀고추장. 찹쌀은 한의학적으로 그 성질이 따뜻하고 달다. 땀이 많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가 그만이다. 볶아서 먹으면 설사를 가라앉히고 떡으로 만들어 먹으면 힘없이 소변을 보는 노인병 증상이 개선된다. 2. 보리고추장. 보리는 대표적인 알칼리식품이라 산성식품에 많이 노출된 현대인들의 체질을 개선시켜 준다. 섬유질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혈관의 노화 방지, 각기병 예방, 위장보호,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3. 매실고추장. 풍부한 유기산, 특히 구연산이 다른 과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콤달콤하고 개운한 맛이 신세대 취향에 알맞다. 4. 복분자고추장. 동의보감에 신기가 허하고 고갈된 정력의 남자나 임신되지 않는 여자를 치료한다는 복분자. 색택이 아름답고 특유의 향과 효능을 지닌 고급 전통 고추장이다.
우리 고유의 향신료인 고추장이 오늘날 전 세계에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추장에는 얼얼하고 달달하며 짭짤하기까지 해서 천의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콩 단백질의 분해로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이 나고 전분 분해로 생성된 당분의 단맛도 나고 소금의 짠맛과 고춧가루의 매운 맛도 잘 어우러져 난다. “시어머니 죽고 나면 고추장 단지 내 차지”라는 옛 속담처럼 우리 할머니들은 고추장 단지를 귀하게 여겼다. 전통사회에서 고추장은 음식 맛을 내는 데 있어 조미료와 향신료 두 가지 용도로 사랑받아 온 필수품이었던 것이다.
고추장은 된장이나 간장 못지않게 영양도 풍부하다. 고추장에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3대 영양소 외에 비타민, 카로틴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적지 않다. 또 고추장은 항돌연변이 및 항암효과가 있다. 생리 활성화와 항산화 물질 등을 함유한 메주와 찹쌀, 고춧가루 등의 기본원료를 발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고추장은 비만 효과가 탁월하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체지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숙성된 메주의 성분이 체지방을 태우기 때문이다.
** 소고기볶음고추장 만드는 법 1. 재료: 다진 쇠고기 100g, 고기 밑간 양념(다진 파 1/2큰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진간장 1작은술, 참기름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양파 1/4개 정도, 고추장 1/2컵, 참기름 1/2큰술, 식물성 기름 조금, 배즙 희석 물 1/2컵, 설탕 약간
2. 만드는 법 1) 미리 쇠고기는 양념을 하고 야채는 잘 손질해 둔다. 2) 배는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아 즙만 준비한다. 3) 기름을 약간 둘러 불에 달군 팬에 양념한 고기와 다진 양파를 함께 넣어 달달 볶다 고추장과 물, 배즙, 설탕을 넣어 센 불에서 볶는다. 4)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저으면서 물기 없이 충분히 볶아 주다가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고 빛깔이 약간 거무스름해질 때까지 볶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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