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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식이야기] 굴
제12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여수 굴, 제22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고흥 굴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7/25 [08:39]

빚쟁이로 전락했다 다시 일어나 

7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게 된 건 

순전히 굴 덕분이었죠. 

 

굴국밥 전문점 <굴마을낙지촌> 장기조 회장의 말이다. 거듭된 식당사업 실패로 거액의 빚을 진 그에게 굴은 생명의 은인이다. 보글보글 끓인 시원한 국물 맛의 굴국밥 한 그릇은 당시 막막했던 그에게 재기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고, 이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12월과 2월 사이 지질이나 글리코겐 함량이 증가할 때 채취한 것이 가장 맛있고 영양도 뛰어나다. 반면에 산란기인 5월과 8월 사이에는 아린 맛이 나고 영양 상태도 떨어지며 쉽게 상해 배탈이 날 수 있으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굴을 삼가라는 일본 속담이 있고,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서양 속담도 있다. 1599년 W. Butler가 펴낸 <Diet's Dry Dinner>의 ‘It's unreasonable and unwholesome in all the months that don't have a R in their name to eat oysters(이름에 R자가 들어있지 않은 달에 굴을 먹는 건 어긋나고 유해하다)'는 대목에서 유래했다는데 애석하게도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성숙한 굴은 내만의 수온이 2~5도가 되는 5~8월이 산란기이다. 바닷속을 부유하는 유생이 0.4mm 정도 자라면 바위에 부착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굴 껍데기나 큰가리비의 조가비를 연결한 부착기를 바닷속에 넣어 치패(稚貝)를 부착시켜 채묘(採苗)한다. 부착된 치패는 4,5일 정도 지나면 깨알 정도로 커지는데 이것을 종(種)굴이라고 한다. 수하식 양식은 종굴이 언제나 바닷속에 잠겨 있으므로 간조에 노출되는 바위굴보다 성장이 빠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자연산과 양식산 간에 영양학적인 차이는 별로 없다 한다. 자라는 환경에 따라 밀물과 썰물에 적응하다 보니 자연산은 껍데기가 길쭉하고 물결무늬가 있는 반면 양식산은 동그랗고 물결무늬가 없다. 크기 면에서는 1년에 5cm쯤 자랄까말까 하는 자연산에 비해 양식산은 10cm 이상 자라고, 속을 까 보면 자연산은 테두리가 누르스름한 옅은 색을 띠는 데 반해 양식산은 거무스름한 짙은 색을 띤다.

 

굴은 서양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생식하는 식품일 정도로 그 역사도 오래되었다. 기원전 1세기경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양식한 기록이 남아있으며, 고대 중국에서도 굴 양식이 이루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선사시대 패총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조개가 굴이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굴이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70 고을의 토산품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점을 보아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기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가 굴 껍질에서 탄생하였다는 점을 들어 스태미너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실제 이탈리아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 한 번에 12개씩 하루 4번 50여 개의 굴을 먹어치웠고 스페인의 돈 주앙도 굴을 즐겼다고 한다. 이외에도 나폴레옹 황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대문호 발자크도 굴의 광팬이었다.

 

굴의 한약명은 모려육(牡蠣肉)으로 판새목 굴과에 속하는 이매패(二枚貝)의 총칭이다.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참굴, 바위굴, 벗굴 등이 서식한다. 이 중 양식한 참굴을 흔히 먹는다. 구한말부터 시작해 지금은 한산도를 중심으로 통영과 거제, 여수 등 남해에서 양식이 성행하고 있다. 자연산 굴은 서해에서 주로 나오는데 충남 보령 천북 굴이 유명하다. 여수시 가막만 7 군데 굴양식조합이 전국 최초로 친환경 품질인증을 획득하며 지리적표시 수산물로 등록하였다. 용존산소, 대장균, 중금속, 유해물질 등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까다로운 패류 양식장 수질검사 기준을 통과하여 해외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굴의 100g당 열량은 85kcal, 수분 81.56%, 단백질 11.6%, 지질 3.2g, 당질 1.5g, 회분 2.2g, 칼슘 109mg, 인 204mg, 철분 3.7mg, 비타민A 27R.E, 레티놀 11ug, 베타카로틴 11ug, 비타민B1 0.22mg, 비타민B2 0.03mg, 니아신 4.2mg, 비타민C 4mg 등이다. 단백질은 히스티딘, 라이신, 글리신, 글루탐산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살이 부드러워 소화되기 쉽다. 아미노산은 우리 혀가 느끼는 감칠맛 성분이다. 영양도 탁월하지만 워낙 맛이 좋아 굴을 즐겨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굴의 아미노산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함량이 크게 늘어난다. 맛을 더하는 글리코겐 역시 겨울에는 4~6%까지 상승하지만 산란기인 5월에는 1% 이하로 떨어진다. 겨울이 제철인 건 그런 까닭이다.

 

굴은 완전식품으로 바다에서 나는 우유로 불린다. 3대 영양소 외에도 비타민과 무기질의 보고라 할 정도로 철분, 아연, 인, 칼슘 등이 고루 들어있다. 빈혈 치료에는 철분과 촉매 역할을 하는 구리가 필요한데 굴에는 흡수가 잘되는 유기동이 들어있어 빈혈 치료에 도움을 준다. 굴은 자연에서 아연을 가장 많이 함유한 식품으로 유명하다. 굴 하나에는 아연의 1일 권장섭취량에 버금가는 양이 우유의 200배 이상 들어있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 성 기능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 천하의 바람둥이들이 굴을 즐긴 이유와 무관치 않다. 굴은 땀을 많이 흘리거나 두통, 불면증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도 좋다. 술 마신 뒤 갈증이 날 때 굴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고 피부색도 고와진다.

 

반면 굴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100g당 50~100mg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식품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SI(Cholesterol Saturated fat Index)가 굴은 3인 반면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아이스크림은 19나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섭취하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굴을 매일 주식처럼 먹지 않는 한 염려할 필요가 없다.

 

최근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는 질병을 야기하는 위험한 음식 10가지 중에 4위로 굴을 선정한 바 있다. 이는 변패 되어 노로바이러스나 비브리오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굴은 죽으면 자기소화가 일어나 단시간 내에 맛, 냄새, 조직감 등에 변화가 생기므로 가급적 싱싱한 굴을 골라 빨리 먹도록 해야 한다. 부득불 굴을 저장해야 할 경우, 냉장고보다는 냉동고에 얼렸다가 소금물에 담가 해동해야 삼투압에 의한 터짐을 방지하고 향미 성분을 보존할 수 있다.

 

한편 굴과 함께 먹을 때 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감을 꼽을 수 있다. 감의 탄닌 성분은 철과 반응하여 탄닌산철이라는 물질로 결합되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굴에는 섬유소가 없으므로 채소와 함께 먹는 게 좋다. 김장을 담글 때 굴이 들어간 김치속은 그래서 찰떡궁합이다. 또 레몬이나 식초와 같은 산성 성분(구연산)은 철분 흡수를 촉진하므로 생굴은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추워지는 날씨에 개운하게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초간편 굴국밥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1. 굴을 소금물에 씻는다. (껍질을 잘 걸러 내고 맹물에 씻지 말 것)

2. 미역은 물에 10~30분 정도 불린 후 아주 잘게 썬다.

3.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을 볶는다.

4. 4에 물을 넣고 10분 정도 끓인 후 국물이 허여멀겋게 나오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굴을 넣는다.

5. 국밥 그릇에 밥을 한 공기 떠 넣고 국을 부어 담은 후 부추 송송 썬 것을 뿌리면 끝.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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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5 [08:39]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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