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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식이야기] 미꾸라지
제13호 지리적표시 수산물-남원 미꾸라지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9/11 [08:50]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잘도 헤엄쳐 

피해 다니는 최씨를 잡느라 진땀을 뺐다

 

2012년 가로 45cm, 세로 15cm 크기의 좁은 배식구로 달아나 ‘미꾸라지 탈옥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던 탈주범 최갑복에 대한 경찰관계자의 증언이다. 이처럼 미꾸라지(Chinese weatherfish)는 미끄럽다는 뜻의 ‘미끌’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아지’가 붙어 탄생된 그야말로 미끄러운 물고기이다. 반면 생김새가 흡사한 미꾸리(Oriental weatherfish)의 어원은 좀 색다르다. 미꾸리는 물속 산소가 부족할 때마다 물위로 올라와 들이마신 공기로 창자에서 호흡을 하는 데 이때 생성되는 이산화탄소가 방울방울 똥구멍으로 나오는 모습에서 ‘밑이 구린 놈’이란 뜻의 밑구리로 부른 것이 밋구리>미꾸리로 변한 것이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믜구리(한자로는 鰍魚), <난호어목지>에는 밋구리(한자로는 泥鰍;진흙속 물고기)로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대만 등에 분포하는 미꾸라지는 잉어목 기름종개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이다. 황갈색 바탕에 등 쪽은 검은색, 배 쪽은 회색을 띤다. 미꾸리와 굉장히 비슷하게 생겨 구별하지 않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잉어목 미꾸리과)이며 생김새도 다소 차이가 난다. 15~20cm까지 자라는 미꾸라지의 몸은 미꾸리보다 크며 전체적으로 가늘고 길다. 몸통이 둥근 미꾸리에 비해 세로로 더 납작하며 머리가 더욱 납작하다. 또한 입 주변에 난 수염의 길이가 미꾸리보다 길어 3번째 수염의 길이는 눈 지름의 4배에 달한다. 수컷보다 암컷이 크고 가슴지느러미가 암컷은 둥글고 짧은 반면 수컷은 가늘고 길다. 몸 옆면에 작고 까만 점이 흩어져 있고 등과 꼬리지느러미에도 작은 반점이 생긴다. 비늘이 미꾸리에 비해 크고 머리에는 비늘이 없다. 

 

주로 강 하류, 물 흐름이 느리거나 고여 있는 연못, 논, 늪 등 진흙이 깔려있는 곳에서 산다. 물이 맑지 않은 3급수 정도의 물에서도 잘 견디며 진흙 속에 자주 들어간다. 가뭄이 들거나 온도가 떨어지면 진흙 속에서 휴면을 취하고 물속 산소가 부족할 때에는 창자로 공기 호흡을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 진흙 속 유기물질을 먹고 살며 대개 밤에 활동한다. 하루에 미꾸라지 1마리가 잡아먹는 모기 유충 수가 1,100여 마리에 달해 해마다 모기 방제작업으로 미꾸라지를 방류하여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물이 불어나는 4~6월 사이에 짝짓기가 시작되고 이때 수컷은 암컷 몸을 감아서 알을 낳도록 유도한다. 낳은 알은 수초(水草)에 붙이는데 보통 2일 만에 부화한다. 

 

‘남원 미꾸라지’가 민물고기로는 국내 처음으로 제13호 지리적표시 수산물로 등록되었다. 2011년 남원추어산업협의회가 지역 토종인 ‘남원 미꾸리’로 신청한 것을 관련 심의회가 통칭되는 ‘남원 미꾸라지’로 바꾸어 등록할 것을 권고하여 이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2012년 9월 현재 ‘남원’을 상호로 쓰는 추어탕집이 전국적으로 400곳이 넘고 남원 현지에선 30여 곳의 추어탕집이 광한루원 옆에 ‘추어거리’를 이루고 있다. 미꾸라지 양식장은 41곳, 치어를 공급하는 종묘 농가도 6곳에 달해 남원 미꾸라지와 추어탕의 명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 8만의 소도시인 남원이 추어탕으로 명성을 쌓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섬진강과 지리산이 자리한다. 시내에는 섬진강 지류들이 핏줄처럼 엉켜 있어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잡을 수 있는 곳이 많고, 지리산이 가까이 있어 토란대와 무시래기, 고사리 등 탕에 넣을 부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추어탕을 해 먹을 기회가 다른 곳보다 많을 수밖에. 

 

미꾸라지는 7월에서 11월 사이가 제철이다.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아 이때의 추어탕은 가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지만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불평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유인즉슨 맛이 상대적으로 구수한 미꾸리 대신 식당들이 죄다 미꾸라지를 쓰기 때문이다. 최근 남원시는 미꾸리 추어탕 복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추어탕 감으로 쓰려면 15cm 이상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 기르려면 성장이 빠른 미꾸라지는 1년 남짓 걸리지만 미꾸리는 2년을 넘겨야 한다. 중국산 미꾸라지 치어를 양식하는 대신 힘들여 토종 미꾸리를 보호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전국 어디서건 토종 미꾸리로 만든 남원추어탕을 맛볼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고아 살만 바르거나 뼈째 곱게 갈아서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양념하여 끓이는 토속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전라도식, 경상도식, 서울식으로 나뉘는데 경상도식과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얼망에 걸러내는 방식은 비슷하나 부재료가 다르다. 경상도식은 토란대, 고사리, 숙주나물을 넣고 전라도식은 된장과 들깨즙을 넣는다. 서울식은 사골 삶아낸 육수에 두부, 버섯 등을 넣고 끓이며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으로 넣는 것이 특징이다.

 

1850년께 발간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를 보면 미꾸라지로 만든 ‘추두부탕(鰍豆腐湯)’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그 요리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하루에 3번씩 물을 갈아주면서 5~6일이 지나면 진흙을 다 토해낸다. 솥에다 두부 몇 모와 물을 넣고 여기에 미꾸라지 50~60마리를 넣어 불을 지피면 미꾸라지는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기어든다. 더 뜨거워지면 두부의 미꾸라지는 약이 바싹 오른 상태로 죽어간다. 이것을 썰어 참기름으로 지져 탕을 끓이는데 경성의 관노들 사이에 성행하는 음식으로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추어가 맛이 달며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비위를 보하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고 전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 또한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원기를 북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할 뿐만 아니라 발기불능에도 효과적인 강장식’이라 소개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추어는 병을 앓고 난 다음 몸이 많이 허약해졌을 때나 입맛이 없고 지쳤을 때 탕을 끓이거나 어죽으로 쑤어 먹었다. 

 

또 추어탕에 함께 넣는 시래기나 우엉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며, 향신료로 쓰는 산초는 건위, 소염, 이뇨작용뿐 아니라 위장을 자극해서 신진대사 기능을 촉진해주므로 추어탕의 영양가를 한층 더 높여주어 대표적인 궁합 음식으로 통한다. 한편 미꾸라지 요리는 손질을 잘해야 한다. 표면의 점액질에 디스토마균 등 세균이 서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굵은 소금으로 점액 물질을 깨끗이 제거한 후에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이때 우엉을 넣는 것도 좋은데 우엉은 미꾸라지 특유의 미끈미끈한 점액질을 흡수한다. 

 

미꾸라지는 소화흡수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과 칼슘, 각종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미꾸라지의 알과 난소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A, D를 손실 없이 섭취할 수 있고 뼈째 먹어 멸치보다 더 많은 칼슘도 섭취하게 된다. 미끈미끈한 점액질에 많이 함유된 콘드로이틴 황산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콜라겐과 더불어 세포간 물질의 주성분을 이루며 몸속에서는 주로 연골, 진피 등에 존재한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콘드로이틴이 결핍되면 피부조직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세포조직이 쉽게 손상되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콘드로이틴을 추출한 비싼 가격의 달팽이 크림 대신 추어탕 한 그릇으로 피부 건강도 지키고 몸보신도 하는 것이 어떨까.

 

전라도식 추어탕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및 분량 : 미꾸라지 600g, 느타리버섯 100g, 삶은 토란대 100g, 삶은 우거지 200g, 깻잎 10장, 소금 4큰술, 대파 1대

* 육수 : 쇠고기(양지머리) 200g 또는 닭뼈 400g, 마늘 1/2통, 생강 1/2톨

* 양념장 : 국간장 2큰술, 고추장 1작은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큰술, 후춧가루 1/8작은술

* 고명 : 다진 풋고추 3큰술, 다진 홍고추 3큰술,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생강 2큰술

* 곁들임 : 들깨가루 3큰술, 산초가루 1/2작은술

 

* 만드는 법

1. 미꾸라지는 큰 그릇에 담아 물을 붓고 하룻밤 두어 해감을 토하게 한 다음 소쿠리에 건져 소금을 뿌려 둔다.

2. 1의 미꾸라지는 거품이 없어질 때까지 비벼 깨끗이 헹군 다음 끓는 물에 넣어서 푹 삶아 체에 내리거나 믹서에 간다.

3. 물에 불린 토란대와 느타리버섯은 삶아 알맞은 길이로 4~6등분해서 양념장으로 밑간해 둔다.

4. 양지머리나 닭뼈에 마늘과 생강을 넣고 푹 끓여 면보에 걸러서 육수를 준비한다.

5. 냄비에 육수를 붓고 간 미꾸라지와 밑 양념한 우거지, 토란대, 느타리버섯을 넣고 푹 끓인다.

6. 5를 푹 끓여 깻잎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그릇에 담는다.

7. 홍고추, 풋고추, 마늘, 생강을 곱게 다져서 고명으로 올리고 산초가루와 들깨가루를 곁들여 낸다.

 

Tip. 산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넣고 뚜껑을 덮어두면 미꾸라지끼리 충돌하며 거죽의 미끄러운 해감이 제거된다. 이때 호박잎으로 싹싹 문지르면 해감이 더 깨끗이 제거된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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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11 [08:50]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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