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이야기] 키조개제7호 지리적표시 수산물 - 장흥 키조개조개는 언제 먹지? 입을 벌려야 먹지. 입은 언제 벌리지? 열 받으면 벌리지... 더 구워!
바야흐로 조개의 왕, 키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키조개는 6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사이에 산란하는데 산란 직전인 봄철이 가장 연하고 맛있다. 그러다 보니 <키조개축제>가 열리는 5월 초에 장흥 토요 장터에 가면 키조개 구이판이 벌어지고 여기저기 불순한(?) 조개 타령이 한창 물이 오른다.
키조개는 곡식의 쭉정이를 까불 때 쓰는 키(箕)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서 어릴 적 오줌싸개들이 둘러쓰고 소금 동냥을 다녔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연근해의 수심 20~50m 뻘(沙泥質)에 주로 서식하며 남해안의 청정해역인 득량만, 여자만, 진해만과 서해안의 보령, 서천 근해가 주산지이다. 7, 8월 산란을 시작하는 성숙한 난소는 적갈색(담홍색)을 띠고 정소는 연한 황백색(유백색)을 띤다. 이 시기에는 자원 보호를 위해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여름철 조개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해수 온도 15도 C 근처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는 조개독소는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등 다양하며 과량 섭취시 호흡 마비를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키조개는 늦은 봄인 5, 6월에 잠수기 어업으로 채취하는데 일명 모구리(머구리)로 불리는 잠수부가 개펄 속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한 키조개를 갈고리로 찍어 올린다. 서해안에 식인상어가 출몰하여 잠수부를 괴롭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키조개를 캘 때 내는 딱딱거리는 소리와 비린내가 상어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키조개를 키홍합이라 소개하고 ‘큰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고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돌에 붙어 있다가 곧잘 떨어져 헤엄쳐 간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고 하였다. 우리 조상들이 강정 식품으로 애용해 온 키조개는 영양소가 많고 효능이 뛰어나, 일본인들이 즐기는 가이바시라(かいばしら; 貝柱의 일본 발음)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전남 장흥 키조개가 지리적표시 수산물 제8호로 지정되었다. 이곳 득량만 일대 200ha가 키조개 밭인데 전국 유일의 키조개 양식장이다. 수심 6, 7m 깊이에 종패를 심어야 하고 채취할 때도 잠수부가 일일이 캐내야 하므로 키조개 양식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물결이 잔잔하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먹잇감이 풍부한 넓은 갯벌로 이루어져 천혜의 생육조건을 갖추고 있다. 성장 속도도 1년이나 빨라 2~3년이면 손바닥만 한 성패로 성장한다. 이곳에서 캐낸 키조개의 50%는 일본인 밥상에 올라간다. 대일본 수출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키조개는 단백질 18.2g 중 필수아미노산인 이소로이신 683mg, 로이신 1,335mg, 페닐알라닌 1,340mg, 발린 680mg, 라이신 1,164mg, 메티오닌 467mg, 트레오닌 625mg, 트립토판 169mg, 히스티딘 281mg를 함유한 고단백식품이다. 또 100g당 12.8mg이나 함유할 정도로 아연의 보고이다.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과 인슐린, 성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의 작용을 도와 주는 미량원소로서 부족하면 미각 기능과 성장발육에 이상이 생기고 전립선 장애, 성 기능 저하, 피부 장애 등 여러 가지 악영향을 받게 된다. 아연 이외에도 칼슘(20.1mg), 철(1.2mg) 등 미네랄 성분이 다른 어패류에 비해 5배 이상 많아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촉진과 성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등에 큰 도움이 된다. 키조개는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타우린(100g당 994mg)도 풍부하여 피를 맑게 하는 정혈작용이 있고 임산부의 산후조리 및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어 술에 혹사당한 간장을 보호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수산식품이다. 특히 조개류에 많은 타우린은 간 기능을 높이고 황달 치료 효능을 가지므로 간 질환 및 담석증 환자에 좋은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키조개의 특유한 맛은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에서 비롯되는데 열을 가하면 영양가를 잃게 되므로 날로 먹는 것이 좋다. 키조개를 얇게 나박나박 썰어 문어와 함께 술안주로 먹으면 그 맛이 부드럽고 순후하다. 키조개살에 쌀가루를 넣어 끓인 국물은 달착지근 혀끝을 자극하여 감칠맛을 내므로 속앓이를 푸는데 최고다.
조갯살과 조개 껍질을 연결하는 근육인 키조개의 관자 부분은 일식집에서 흔히 ‘가이바시(かいばし)’라 불리는 가장 맛있는 부위이다. 키조개는 특별히 이 관자 부위가 발달하여 이를 재료로 하는 버터구이나 두루치기 등 다양한 요리가 선보인다. 회로 먹으면 담백하고, 데쳐 먹으면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고 살짝 구워내면 고소함이 살아있다. 이는 키조개의 관자가 비리지 않고 담백하며 쫄깃한 식감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장흥에 가면 그곳 특산품인 표고버섯, 한우 등심과 함께 구워 먹는 ‘장흥 삼합’이 유명하다.
장흥 키조개마을에서 추천하는 키조개삼합구이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 재료: 장흥 키조개 1kg, 장흥 한우등심, 장흥 표고버섯 * 요리순서 1. 키조개는 조개 껍질을 벗겨 속의 육질(패주)만 도려낸다. (날개 부분도 사용) 2. 패주는 생긴 방향으로 얇게 5~7mm 두께로 자른다. 3. 등심과 표고버섯을 얇게 자른다. 4. 참기름을 불판에 살짝 두른다. 5. 키조개와 등심, 표고버섯을 불판에 올린다. 6. 키조개가 봉우리처럼 올라갈 때까지 굽는다.(너무 익히지 말 것) 7. 상추에 키조개와 등심, 표고버섯을 놓고 쌈장과 마늘 등을 싸서 먹는다.
요리법을 다 말하기도 전에 군침이 도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삼합이 그냥 삼합이랴. 그런데 키조개로만 요리할 경우에는 비타민A와 C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피망이나 당근, 레몬, 버섯 등 신선한 식물성 보완 식품을 곁들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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