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어머니가 나를 낳기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으신 날이다.
아이를 낳을 때 피를 많이 흘리니까 몸에 좋은 미역국을 먹는다.
미역국을 먹으며 어머니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일본 공연 중 생일을 맞은 동방신기 멤버에게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생일을 축하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미역국을 먹는다’고 답하며 설명한 내용이다.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렸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생일 국 = 미역국’ 유래는 멀리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나라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려 사람은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고 기술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책에도 ‘갓 새끼를 낳은 어미 고래가 어떤 사람을 삼켰는데 고래 뱃속에 미역이 가득하고 그 미역이 오장육부 속 나쁜 피를 물로 변하게 하는 것을 목격했다. 천운으로 살아 돌아온 그 사람에 의해 고래가 산후조리에 미역을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도록 했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산후선약(産後仙藥)이라 하여 출산 후 첫국밥으로 미역국을 먹였는데 이때 사용하는 해산미역으로는 넓고 긴 것을 고르고 값을 깎지 않고 사 오는 풍습이 생겼다. 이후 산고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생일 국으로 발전했다.
미역 명칭의 유래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고구려 시대 ‘물’을 ‘매(買)’로 대응해 썼으며 모양새가 여뀌의 잎과 비슷하여 물+여뀌, 즉 ‘매역’으로 불렀다가 후에 미역으로 바꿔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미역은 귀천 없이 널리 즐겨 먹는다. 맛이 짜고 비리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먹을 만하다.’ 하였고, <고려사(高麗史)>에는 ‘제26대 충선왕 재위 중 원나라 황태후에게 미역을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에 수출한 기록도 남아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임산부의 여러 가지 병을 고치는데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하였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해채(海菜), 즉 미역은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갈조류 다시마과에 속하는 미역은 한국과 일본의 특산물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의 연안에 자생하고 있으며 해체, 감곽, 해대, 자채 등으로도 불린다. 자연산 미역은 간조선 부근에서 점심대(漸深帶)의 바위 위에 생육하고 봄-초여름에 가장 무성하여 줄기의 하부에 포자엽을 형성한다. 여기에 형성된 유주자(遊走子)는 끝이 뾰족한 난형-가지 모양이고 크기는 약 9 마이크로미터, 장단 2개의 편모를 이용해 헤엄쳐 바위 등에서 발아하고 미세한 실 모양의 배우체가 되어 여름의 고온 시기를 지낸다. 가을까지 수정란이 발육을 거듭하여 미역 줄기가 형성된다. 겨울에서 봄에 걸쳐 주로 채취되며 이 시기가 가장 맛이 좋다. 현재는 양식도 활발하여 유주자를 붙인 가는 실을 여름-가을 사이 실내에서 배양하여 가을에 천연 시설로 옮겨 포자체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봄-초여름에 주로 채취한다. 미역은 1년생 해조류로 뿌리는 섬유상이고 줄기는 한 개가 편원형이고 다시 그 위에 10cm가량 뻗어 잎의 증맥을 형성한다. 흑갈 혹은 황갈색 표면에 점상의 점액세포가 있다.
미역의 주산지는 전남지역이 68%로 가장 많고 경남이 20%, 경북, 강원의 순이다. 이 중 전남지역 대표로 완도 미역과 고흥 미역이, 경남지역 대표로 기장 미역이 각각 지리적 표시상품으로 등록되었다. 말린 미역 100g에는 단백질 15g, 지방 1g, 탄수화물 35g, 나트륨 6.1g, 칼륨 5.5g, 칼슘 960mg, 외에 철분, 요오드,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특히 미역의 칼슘 함량은 같은 양의 분유와 맞먹고 신진대사가 왕성한 임산부에게 부족하기 쉬운 요오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산후에 미역국을 먹어 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미역의 미끈미끈한 점액질은 알긴산이라는 물질로서 아이스크림, 면류, 과자, 잼 등 여러 식품의 끈기를 내는데 많이 이용되고 공업용 풀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미역과 다시마 속에 들어있는 염기성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미닌은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
미역의 효능을 정리해 보면
1. 강압작용. 미역에 들어있는 히스타민을 비롯한 강압 물질들이 부작용 없이 혈압을 낮추어 준다.
2. 항암작용. 미역에 다량 존재하는 산성 다당체인 퓨코이딘이 체내 면역력을 높이고 다양한 생리활성작용을 나타내어 암을 억제한다. 미역의 생식기관인 미역귀에서 추출한 물질이 암세포 및 ATL(Adult T-cell Lymphoma; 성인T세포림프종) 바이러스 증식 억제가 있고, 미역의 베타카로틴이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암 억제 효과를 더해준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장관에 부착하는 것을 억제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위암이나 직장암 예방 효과도 크다.
3. 항응혈작용. 미역은 헤파린과 흡사한 항응혈작용을 갖는다. 혈액 중의 지방질을 깨끗이 청소하고 없애주며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대신 유익한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4. 해독작용. 미역 속의 점액 성분과 다당류는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고 농약, 중금속 등을 흡착 배설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다.
이처럼 암 예방 등에 뛰어난 식품이라지만 조리방법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되기도 한다. 말린 미역에는 적지 않은 나트륨 성분이 존재하므로 물에 적당히 불린 후 조리함은 물론 너무 짜거나 맵지 않게 양념하도록 유의하고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은 삼가는 것이 좋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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