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의수다] 자영업자 3인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기준 현실화 필요"임대료 부담 완화도 절실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선거가 진행되던 5월 27일, 군포 소상공인 3인이 '유권자들의수다'를 위해 신문사에 모였다.
산본 10단지종합상가에서 힐링샵 <힐링다이어트>를 운영 중인 김정아 대표, 속달동 갈치저수지 앞에 위치한 화덕피자와 카페 <이백>의 서은주 대표, 군포역 앞에서 <백 갤러리 카페>를 운영 중인 백동열 대표가 참여했다. 사회는 과거 군포시민식당 '밥시술시'를 운영했던 군포시민신문 신완섭 기자가 맡았다.
신완섭 :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소상공인 사정이 힘든 가운데 최근 중앙정부가 바뀌고 지자체 선거를 앞두면서 소상공인들에게 "무언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편, 선진국 대부분은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 비율이 10% 이내로 유지되는 것이 반해서 작년에 UN으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25% 정도로 아직도 매우 높다. 미국은 6%대이고 일본은 10%이다. 우리는 4명중 1명이 자영업자인 실태 속에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비율이 높다는 것은 사회안전망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질 높은 고용이 많을수록 선진국인데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자영업 구조가 큰 것이 우리의 현 주소다.
(편집자 주: OECD가 2020년 또는 그 이전 가장 최근의 회원국 자영업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019년 기준 자영업자 비율이 24.6%로 OECD 38개국 중 6위였다. 2020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는 20.6%에 달한다.)
1. 각자의 자영업 소개
김정아 : 원래는 8년간 지금 자리(주몽10단지종합상가)에서 공예교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 2년 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수강생이 줄고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작년 가을부터 건강기능식품과 온열찜질을 접목한 건강 관리업으로 업종변경했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많이 찾아주어 성과가 있었지만 올해 1월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며 4월에는 신규등록자가 없을 만큼 어려워졌다. 5월부터 거리두기 해제 덕에 적자는 겨우 면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살이 찌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 문제가 많다. 그것을 돕는 것이 제 일이다. 1대1상담을 통해 사람마다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독립된 업체로서 운영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에 코치 과정이 있어 전문성을 갖출 수 있었다.
백동열 : 온열찜질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인지 궁금하다.
김정아 : 건식 반신욕기와 편백나무방에서 찜질복을 입고 물 없는 온열찜질을 한다. 고객은 찜질하는 동안 기능성 차와 제품 등을 제공받는다. 예약제·쿠폰제로 운영하고 있고 많은 회차를 결제할수록 할인이 된다. 예를 들어 1회 1시간 2만원일 경우 10회 가격은 17만원인 식이다.
서은주 : 처음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관두고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마로, 화가)을 시골학교에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갈치저수지 앞에 이사해 주거와 공방을 겸하는 카페레스토랑 <이백>을 차리게 됐다. 현재 23년째 운영 중이다.
김정아 :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어 그냥 온 적도 있었다.
서은주 : 당시 7세였던 아들이 이제는 만 28세가 됐다. 그때까지 디자인 일만 해왔던 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다른 데서 번 돈을 갖다넣는 꼴로 10년 이상을 했다. 자연환경이 좋다는 점이 그것을 커버해주어 버텼다. 그 경험이 지금은 독이 아닌 덕이 됐다. 입지가 좋아 갈치저수지를 마치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신완섭 : 서은주 대표는 과거 군포에서 유명한 한복의상실 <신사임당>을 차려 운영했다. 10년 이상 <이백>과 병행하며 그 적자를 의상실에서 번 돈으로 매웠다. 고생해서 결국 잘못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은 호황이라 다행이시다.
백동열 : 군포역 1번출구 로터리 앞에 자리잡은 50평 규모의 갤러리 반 카페 반의 시설을 운영 중이다. 매장의 3면을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다. 둘째딸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 개업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코로나로 적자를 많이 봤다. 최근에는 지인들의 제안으로 직접 그린 작품에 가격을 붙이기도 했다. 그간 화백으로 활동해왔고 영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어렵다.
신완섭 : 궁하면 어떻게든 다 하지 않겠나. (웃음)
김정아 : 경험이 없으면 어렵다는 건 맞는 말 같다. 저도 영업이 필요한 업종으로 변경했다 보니 공감이 간다.
서은주 : 어떤 (물질적·금전적) 순환 구조를 가져야 정신적 순환도 같이 간다.
백동열 : 모임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시간당 5만원에 대관하고 있다. 예전에 군포의 한국팬플룻오카리나강사협회가 대관을 한 적 있다.
서은주 :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나이 상관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신완섭 : <이백>도 숲속의 콘서트 장소로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2. 코로나19로 받은 영향
김정아 : 코로나 영향으로 이전 공예교실 일을 현재 일로 바꾸게 됐다. 그 전에는 대면으로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갑자기 Zoom 등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공예수업 특성상 수업 방식이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배울 수 있는 공간이나 알려주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잠깐 다른 일(식당 운영)도 했는데 그 일이 너무 힘들어 건강이 안좋아졌다. 일을 접은 뒤 운동과 건강개선을 했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건강관리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신완섭 : 남편분의 벌이가 있음에도 힘듦 속에서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정아 : 제 자아는 스스로 뭘 해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돈도 되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만족이 있어야 한다. 영업에 능한 성격은 아닌데 요즘은 열심히 하려다 보니 얼굴에 철판 깔고 영업하게 되더라. 그리고 이 일은 다른 코치 등 팀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면 가르쳐줄 수 있다. 아직 돈은 잘 못 벌지만 내 건강도 챙기고 타인의 건강도 챙겨준다는 사명감 또한 계속하는 이유다.
신완섭 : <이백>은 외부 고용자를 쓸 만큼 대규모이지 않은가. 현재 상황은 어떤가. 벌이가 회복되는 중인지?
서은주 : 의상 일을 할 때도 오너였고 지금도 오너인데 그 입장에서 오래 하다 보니까 앞으로의 1년을 읽을 수 있고 10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조급함이 없어졌다. 마로(아들)을 키우면서도 일종의 내공이 생겼다. 너무나 많은 기복에 대해서 '내게 중요한 삶의 계기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 예를 들어 고기를 못 먹고 라면만 먹더라도 마음은 행복해야 한다든가. 그런 가치 기준에 상통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코로나 등으로 (수입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저는 다행히도 자가건물이다. 과거 월세건물에서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임대료가 없다는 점이 얼마나 큰지를 안다. 또 저는 주인으로서 1인 다역을 할 수 있다 보니 여러 상황에 대해 머릿속으로 조율이 가능하다.
사실 저는 지금 괜찮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임대업 속에서 약자를 지킬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불로소득이라는 구조가 임대 사업자를 낳은 것 아닌가. 세율이나 지켜야 될 부분들을 공공이 좀더 많이 챙겨서 임대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25%의 자영업자 또한 하나의 직업이고 삶의 형태다. 그렇다면 그들을 지킬 수 있는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 의상실을 할 때 제 집주인은 제게 세금계산서를 안 떼줬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상가가 아닌 전세로 신고해 놓은 거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받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서 임대 소상공인에게 지원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등 위기상황 속에서 임대에 대한 부담을 첫째로 얘기한다. 어렵고 아프고 관두고 싶어도 월세 때문에 무리수를 정말 많이 둔다.
신완섭 : 그 비애를 한 번 들어보기로 하자. 백동열 대표는 월세 얼마나 내고 있는지?
백동열 : 100만원이다. <백 갤러리 카페>의 경우 시작할 때는 고상하게 갤러리 하고, 전시 하고, 예술가들 왔다갔다 하고… 예총이나 미술협회에 아는 사람이 많았으니 많이 도와주겠지 하고 너무 고상하고 희망차게 생각했다. 사람이 모이지 못하는 코로나 시기를 맞아 처음 시작하면서도 치열하게 돈 벌겠다는 마음 없이 너무 고상하게 시작했다. 지금 2년 가까이 계속 적자다 보니 정신이 든다.
신완섭 : 우리 선배들은 그걸 수업료라고 부른다.
서은주 : 장사를 하려면 철저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경제의 일원이 되어서. 니즈에 대한 철저한 계산을 빨리 빨리 할 수 있어야 한다.
백동열 : 그게 이제야 조금 공부가 된 것 같다.
신완섭 : 개인교습을 한 번 받는 건 어떤가.(웃음) 서은주 대표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어떻게 슬기롭게 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은주 : 코로나 이전엔 직원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기술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외진 곳이다 보니 사람을 쓰는 것도 스트레스더라. 공예가인 남편을 '빵 굽는 남자'로 쓰고 있다. 빵에서는 구운 사람의 정신력이 읽혀진다. 젊거나 새로운 사람은 똑같은 원리로 똑같이 만들어도 맛이 덜하다. 그래서 남편은 자진해서 일을 더 하게 됐다. 카페 레스토랑 핵심 일은 집안사람들이 다 한다. <이백>의 재료나 가게 돌아가는 상황을 저는 전부 알고 있다. 오너가 가게 사정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게에는 돈을 쓰고 가는 손님만 와야 한다. <백 갤러리 카페>도 마찬가지다. 손님은 그 공간과 음식의 가치만큼을 쓰고 가야 한다.
신완섭 : 저도 카페, 식당 등을 해보았지만 공짜로 먹고 가려는 친구들이 참 얄밉다. 그 부분은 냉정해야 한다.
서은주 : <백 갤러리 카페>는 전시·대관 비용도 너무 싸다. 군포에는 갤러리가 없다. 자선사업이 아니니 올려도 된다.
3.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소상공인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항들이 있다면?
김정아 : 저는 최근 방역지원금 신청기간 중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피해자다. 잠깐 식당 일을 할 때는 영업제한이 걸리기에 수입 관계 없이 무조건 받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알아봐도 대상자가 아니란다. 코로나 이후 공예교실이 어려워지며 극도로 적은 수입만 들어왔는데 지금은 당시에 비해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잡힌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젠 별로 희망을 품진 않지만 개선이 되길 바란다.
서은주 : 정부의 모든 책정은 통계적으로 하다 보니 개인 사정이 다 고려되질 않는다. 제 남편의 사업장도 운영이 어려워 문을 잠시 닫은 적이 있는데 그때를 기준으로 지원금 지급 여부를 책정하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주변에는 돈 벌기 너무 힘들어 두 업체를 운영했더니 그 이유로 못 받은 사례도 있더라.
김정아 : 책정 시점을 코로나 확진자 증가 때로 바꿔야 한다. 왜 매번 유행 이전인 19년도를 기준으로 하는가. 별개의 일이지만 시청 실수로 잘못 배달된 우편물 탓에 소액의 세금이 미납 처리되어 관청에 항의한 적도 있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으니 어렵다.
신완섭 : 법이 바뀌면 개인이 알아서 알아보라는 것이 정부의 관점인 듯 하다.
김정아 : 저는 그 부분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서은주 : 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 담당자에 따라서도 대응이 바뀐다. 솔직히 서류가 날아오고 1, 2년 단위로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뒀는지 일일이 기억 못하지 않는가. 한번은 담당자가 바뀌어서 자기에게 자료가 넘어온 게 없다는 이유로 자기들 잘못을 인정 않고 과태료를 물라고 했다. 시비를 가리는 데 에너지를 쓰느니 그냥 과태료를 냈다.
백동열 : 코로나 유행 중에 개업한 탓에 과거 매출이 없으니 10만원을 더 벌어도 매출 증가로 잡아서 지원을 안 해준다. 가장 안 좋은 때를 기준으로 잡아서 조금 나아졌다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최저치인 10만원만 지원해준다고 해서 이의신청을 했다.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니 그냥 수령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 돈 받느니 이의신청 유지하겠다고 해서 지금은 그 10만원도 실종 상태다.
김정아 : 지금 정부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되어 추경안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미뤄지다가는 현 정부가 약속한 600만원 이상 전부 지원이 아니라 기존 방식대로 갈지도 모른다고도 한다. 소상공인은 모두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모두 줬으면 좋겠다.
백동열 : 맞다.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면 안 된다.
서은주 : 비영리법인은 사업자로 등록해도 코로나 관련 지원을 못 받더라. (편집자 주: 서은주 대표는 장애예술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사단법인 로아트(RAWART)의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사실은 이런 단체야말로 지원이 절실한데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다.
신완섭 : 받으려면 영리업체를 설립하는 게 빠를 정도다. 이런 부분들이 부디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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